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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알이 Nov 29. 2022

그녀가 돌아왔다.

22년 11월의 바리스타

며칠이나 씻지 않았을 것 같은 얼굴에 기름져 떡진 머리를 하고 한 여인이 나타났다.

꽤나 쌀쌀한 날씨였는데 꼬질꼬질한 발톱을 내민 채 슬리퍼를 신고 있었고, 두 손에는 뭔지 모를 짐이 한가득이다. 이튿날에도, 또 이튿날에도 그녀는 나타났고 하루가 지날 때마다 손에 들려진 짐은 늘어만 더니 마침내 어디선가 카트까지 구해왔다.

날이 갈수록 짐이 많아져서는 카트에 싣고도 양손 가득 짐이 늘어만 갔다.



어느 날엔가 화장실을 갔더니 청소 여사님이 화가 잔뜩 나셨다.

휴지랑 뭔 원수를 져서 이래!!!

누군가가 휴지를 갈기갈기 뜯어 화장실을 난장판을 만들어 둔 것이다. 심지어 그 휴지 난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낮시간에 난장판을 해 두기도 하고 간밤에 난리통을 치는 바람에 새벽녘에 발견되기도 해서 담당 청소 여사님들을 고생시켰다.

그러던 어느 날 현장이 잡혔나 보다. 여사님께서 범인을 잡았다며 지목을 하시는데, 카트 끌고 다니던 그 여인이었다. 로비 출입구에 휴지를 뿌리다 현장에서 들키고서는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알아들을 수 없는 욕을 한 바가지 하고 사라졌다 한다.



현장을 잡힌 후 한동안 보이지 않던 그녀가 어느 날 밍크코트를 구해 입고 더욱더 많은 짐을 이고 지고 나타났다. (아직은 밍크코트가 이르다 싶은 가을 날씨였다.)

아뿔싸....... 이제 로비 구석구석에 커피가 뿌려지기 시작했다.

무료 휴대폰 충전기 근처에도, 화장실 벽면에도, 자판기 앞에도 커피가 흩뿌려졌다.

우리 카페도 빠뜨릴 수 없었던지 카페 화분과 벽면에도 커피가 뿌려졌다. 그렇게 커피를 뿌리고는 마치 마침표를 찍은 듯 커피가 담겨있던 종이컵은 아무 데나 내동댕이쳐져 뒹굴고 있었다.

모두가 이 사태의 범인을 짐작은 했지만, 물증이 없었다.



마침내 우리에게 현장이 잡혔다. 카페 화분에 커피를 흩뿌리다 딱 걸린 것이다.

"화분에 커피 버리시면 안돼요."

덩치 좋은 언니가 정색을 하고 얘기해서 겁을 먹은 건지, 뭔가 구시렁구시렁 하며 한발 물러섰다.

쉽게 한발 물러서고 보니 기분이 상했던지 남은 커피를 화분을 향해 냅다 던지고는 도망치듯 가버렸다.

그러고도 화가 안 풀렸을까? 다음날 출근을 해보니 카페 주변이 흩뿌린 커피 천지다.

카페뿐만이 아니라 1층 로비 곳곳에 커피를 뿌리다가 직원에게 현장을 잡혔는데, 타박을 해야 할 직원의 말문을 막아버렸다.


우리 엄마가 이 병원에서 돌아가셨어요.


이 사태들에 대한 그녀의 변명이었다. 이 병원에서 투병을 하다 돌아가신 어머님을 생각하며, 생전에 좋아하셨다던 커피를 고수레 하듯 흩뿌렸다며...

많은 피해자(?)들은 그 한마디에 할말을 잃었다.


그 후에도 그녀는 계속 커피를 뿌렸고,

휴지를 날렸으며

늦은 밤에도 병원을 떠나지 않고 있다가 곳곳에서 발견되곤 했다.



코로나로 병원 입출입 제한이 있는 동안 보이지 않던 그녀가 며칠 전 나타났다.

어디에선가 단정히 정리한 머리 차림새를 하고,

삼선 슬리퍼를 신은 채로.....


아직은 손에 가방이 하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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