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으로 병원 진료와 입퇴원이 잦은 분들은 카페에서도 안부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기 마련이고, 환자들 사이에서도 입퇴원 동기가 생기다 보니 그들만의 친목관계가 형성되기도 한다.
같은 이유로 병원 진료를 정기적으로 받으시고, 수치가 나빠질 때마다 입퇴원을 반복하며 우리 카페 대추차를 즐겨 드시던 분이 있었다. 지갑에 현금이 좀 있을 때면 지나가던 환자, 병원 직원 등 너나 할 것 없이 차 한잔 드시고 가라며 붙잡아 세우기 바쁘신 분이었다. 그렇게 사람을 좋아하던 분이신 만큼 환자들 사이의 나팔수이자 소식통이시기도 한....
잦은 무단 외출과 갖은 소란으로 인해 강제 퇴원을 당하기도 하고, 항의를 하느라 병원 로비에서 삿대질을 하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던 나팔수께서 어느 날인가... 아주 오랜만에 외래진료를 왔었다.
로비에서 입원 동기를 마주쳐서는 그들을 이끌고 카페로 와서는 어김없이 대추차를 주문한다.
길동이 소식 들었어?
입원했을 당시에 같이 오던 무리 중의 한 명이라 우리도 익히 아는 인물이다.(가명으로 길동이라 칭하자.)
같이 온 일행들 모두 '길동이가 왜?' 하는 물음표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뒷 말을 기다린다.
"아니 글쎄...... 죽었데. 길동이가...."
"에이... 걔가 갑자기 왜 죽어. 젊은 놈이." (사실 그리 젊지는 안..........)
"그러게 말이야.... 젊은데..... 죽었데."
"잘못 들었겠지."
"아냐 아냐 내가 확실히 들었어. 죽었데. 너무 놀랬지 머야."
왜 죽은 건지 그 사유에 대해서는 그녀는 끝까지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대화는 '길동이는 죽었어.'로 마무리되며 유유히 카페를 떠났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났을까, 코로나로 인해 일반 환자의 입원이 불가해지고 외래 환자가 줄어들어 그녀마저도 발길을 끊은 그 시점에...
죽었다던 길동이가 카페에 나타났다.
귀 넘어 들은 이야기 인지라 아는 척도 못하고, 놀란 표정 애써 감추며 주문을 받으려는데 대뜸 말을 건넨다.
제가 죽었다면서요?
"네?"
놀라움과 함께 터져버린 웃음을 애써 마스크 뒤로 감추며 모른척하며 되물었다.(마스크가 큰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