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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알이 Apr 20. 2017

밥벌이 이야기

대표와 팀장 사이의 불화(?)가 깊어져 종국에는 팀이 해체되었다.

1년 가까운 삐걱거림 속에 약 5개월 전부터 그려지고 있던 빅 피쳐가, 단발의 욱질로 인해 실현된 것이다. 이곳저곳에서 감지된 불길한 기운으로 제발.. 제발... 그만... 을 속으로 되뇌며 가슴 졸였는데, '혹시'는 '역시'가 되어버렸다.


팀원들이 타 팀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받아들인 팀도, 들어가게 된 팀원도

서로가 어색한 시간.

무거운 공기.

영혼 없는 반김.


흩어진 우리들은 석 달이 다 되어 가는 지금까지도 그곳에서는 손님이다. 서로가 말조심을 하고, 눈치 아닌 눈치를 보며 서운함을 느끼지 않게 끔 한번 더 쳐다보게 되는.


팀은 하지 않던 업무들을 받아야 했고, 우리는 낯선 업무를 손에 받아 들었다. 회사의 발령이니 거부도 하지 못한 체 '계속 다녀야 할까?' '버틸 수 있을까?'의 숱한 자문을 반복하는 드라마에서나 보던 이야기인지 알았는데, 내 이야기가 되어버린 웃지 못할 하루하루. 지나가는 사소한 말도 소심하게 혼자 되새겨 보게 되고, 내가 이 팀에 짐이 되는 것만 같고, 나가라는 눈치 같기도 한.... 


최근 몇 년 동안 의도치 않게 잦게 된 이직에서의 교훈으로 쉽사리 사표를 던지지 못하겠다.

결혼하셨네요? 애기가 없네요? 계획은요? 
"계획 없습니다."
에이... 그러면서 다 낳고 육아휴직 들어가더라. 우리 회사는 대체인력이 안되는데.....

하는 대화와 함께 밑줄 쫙. 한눈에 들어오는 반응.


이 사회에서는 여자가 나이 많은 것도 안되었고, 애가 없어도 안되었고, 직급이 있어도 안되었고, 경력이 길어도 안 되는 것만 같았다. 애 하나인 여성보다는 애 둘 있는 여성, 애 없는 여성보다는 애 있는 돌싱이 낫다는 어느 헤드헌터의 얘기도 전해 들었다. 또 다른 지인 헤드헌터는 여자 나이 마흔이 되면 그 어떤 회사에서도 반기지 않는 게 현실이니 상처받지 말라는 위로도 했다.


'그래, 다 이러고 참으며 다닐 거야... 밥 벌이란 게 다 이렇지머...' 혼자 위로 같지도 않은 위로를 하며, 그렇게 시간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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