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6.
공복 상태를 유지해서 출혈부위에 새살 돋을 시간을 주자는 제안으로 열흘 동안이나 입원을 했었지만, 퇴원하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출혈이 다시 시작되었다.
부모님이 걱정하실까 나는 전화를 드리기 싫었고,
그렇지 않아도 힘들 텐데 괜히 괜찮냐고 물어서 스트레스 주는 것 같아 부모님은 나에게 전화를 못하셨다.
서로가 눈치 보며 노심초사하는 시간들이 이어졌다.
"내일 병원 가는 날이지?" 참고 참던 전화를 주셨다.
아빠가 할아버지께 다녀오셨다며 몸은 좀 어떠냐고 물으신다. 집에 좋지 않은 일이 있거나, 무언가 시작을 앞두고 있을 때면 아빠는 언제나 할아버지 산소를 다녀오시고는 했다.
괜찮다는 거짓말도 너스레도 할 만큼 했다 싶어서는 출혈은 여전하다고 말해버렸다.
답답한 마음에 그렇게라도 다녀오셨을 텐데, 거기에 대고 난 찬물을 끼얹어 버렸다.
열흘간의 금식 도전에 부모님은 기대를 하셨나 보다. 출혈이 여전하다는 이실직고에 부모님이 나보다 더 실망하신 눈치였다. 나에겐 그저 '또 시작이구나.' 하는 마음이었는데, 부모님에겐 그게 아니었나 보다.
내게 큰일이 있을 때마다 애써 담담한 목소리로 맘 편히 가지라 얘기해 주시는 울 아빠만의 그 목소리로 그 얘기도 들었고...
아파 혼자 고꾸라져 있진 않은지 불안해하는 엄마의 전화가 이어졌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내가 또다시 큰 화두가 되고, 그 화젯거리가 또 내 건강이라는 게
변기를 붙잡고 검은 피를 토해내는 것 보다도 더욱 마음을 무겁게 하는 일이었다.
내 인생의 해결책이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다는 것이 느껴질 때면,
할 수 있는 건 다해봐도
나의 노력과는 전혀 상관이 없을 때면...
또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과 마주하게 된다.
이따금씩...
사는 게 자신 없어질 때가 있다.
2009.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