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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알이 Jul 12. 2020

그들에게 우리 가족이 보였다.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이상하게도 이 드라마를 보며 매번 울컥울컥 한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어지간해서는 눈물이 나지 않는데, 희한하게 이 드라마만 보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나이가 들어 그런 거라면..... 그것도 부정 못하겠다.)


마음은 그렇지 않으면서도 엄마에게 버럭버럭 하는 가장에게 어릴 적 우리 아빠가 보이고

남편에, 자식들 뒷바라지에 지쳐가면서도 이리저리 눈치만 보는 모습에 울 엄마가 보이고

그 위치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장녀들만의 책임감에 독하게 살아대는 첫째에 울 큰언니가 보이고

사고 수습하고 다니는 주인공을 보면 작은언니가 보였고

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철없는 척하는 막내에게 내가 보이기도 한다.


타인보다 더 모르면서도 더 큰 기대를 하게 되고, 타인보다 덜 배려하게 되는, 가족.

"가족이니까."라는 명분으로 용서될 수 있으리라 자부하며 지나치는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이기적인지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는 작품.


첫째 은주에게 작가는 너무 가혹한 인생을 던져 놓았다.

그리고, 그 가혹한 인생을 반쯤 모르고 살아온 인물에게 잔인한 폭탄을 너무나 한꺼번에 던져주었다. 대면 대면하게 아슬아슬하게 살아온 남편의 진실을 알게 되었는데, 그에 대한 분노가 가라앉기는커녕 받아들여지지도 않았을 시점에 아빠가 유전자적 아빠가 아니라는 폭탄을 또 던졌다. 작가는 은주에게만 유독 잔인해 보였다.


그런 생각들을 하며 보고 있던 중에 드라마를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있던 남편이 시큰둥하게 한마디를 내뱉었다.

"작가는 은주에게 왜 저렇게 독하데?" 

별 뜻 없는 말이었을 텐데 이상하게 그 말이 가슴에 꽂혔다.

"은주라는 이름들이 독한 인생을 사는 건가...? 이름이 문제인가 봐, 내 팔자를 봐도...."

무심결에 대답이 툭 튀어나왔는데, 내가 뱉은 말이면서도 갑자기 내 인생이 서글퍼졌다.

혼자 하고 있던 쓸데없는 생각을 누군가에게 똑같이 듣고 나니 훅~하고 한 대 맞는 느낌이라 해야 할까?


어느 속상했던 날 약주를 거하게 하고 오신 아빠의 서글픈 울음소리를 방문 너머로 들으며 같이 울었던 것처럼

어릴 적 엄마의 일기장을 훔쳐보며 엄마의 소녀적 감성을 느끼며 울 엄마도 여자구나... 를 느꼈던 것처럼

오빠 있는 친구들 부럽지 않을 만큼,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해결사로 나서 주었던 울 언니들처럼.

아는 게 없지만 때론 아는 게 너무 많아 눈 감은 척, 모른 척할 수밖에 없는....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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