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맞아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두 모였다.
소란스럽다 싶을 만큼 북적거리며 저녁을 먹고, 술을 한잔 하고....
주거니 받거니 술을 따르고
안주가 떨어졌다며 먹을 것을 채우고, 술이 떨어졌다며 다음 주종을 선택하며,
했던 얘기 또 하면서도 마치 처음 듣는 얘기 마냥 함박웃음을 보이며 술잔을 비우고
시집간 딸들과 사위들이 둘러앉은 모습이 흐뭇한 부모님의 미소가
이게 사람 사는 거지...
라고 말을 해주는 장면 같았다.
집은 그대로인데 가족 수는 많아져서는 잠자리가 고민이었다.
방이 부족한데 가구별 취침은 배부른 소리였고, 남녀 구분을 짓고 코골이를 분리시켜 방을 배정했다.
무릎이 좋지 않은 엄마와 베개를 몇 개 포개어 등받이처럼 써야 하는 내가 같이 침대에 누웠다.
항상 그렇듯이 불 꺼둔 캄캄한 방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무탈한 오늘이 참 감사하다며 엄마가 말을 꺼냈다.
술김에 얘기가 나왔었을까....?
"엄마, 난 요즘 나이 들어서 그런가.... 애기들, 학생들 보면 엄마 생각이 많이 난다. 내가 저 나이 때 밥도 못 먹고 수술도 연달아 실패했는데 울 엄마 나이 고작 지금 내 나이뿐이 안 됐을 때인데... 그런 날 데리고 어떻게 견뎠지? 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
그리 툭 던지고서는 이불밑에 있는 엄마 손을 더듬더듬 찾아서는 손을 잡았더랬다.
"왜 그런 얘길 하노.... 엄마 눈물 날라 한다. 하지 마라."
"그런 얘기긴 무슨.... 나이 드니 그 생각이 많이 들더라. 엄마 딸도 늙나 봐.... 그리고, 눈물나믄 울어야지.!!"
엄마가 소리 내어 울기 시작하셨다.
'울어요.... 사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 텐데, 내색도 못하고 얼마나 힘드셨을 거야....'
말은 못 하고, 잡은 손을 힘주어 꽉 쥐어 주는 것뿐이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나이가 들긴 하나보다. 해맑은 아이들을 볼 때면
'난 저 때 밥을 못 먹어서 매일 기운 빠져있었지.'
'난 저 나이 때 안동에서 수술 실패해서 누워있을 때였겠다.'
하는 생각들을 했었는데, 이제는 내가 아닌 그 시절의 엄마가 떠오른다.
'저 학생 나이일 때 나 병원에 누워있었는데, 울 엄마 나이가 몇이었겠네.... 젊었다.'
'그때 엄마 나이가 지금 나보다 어린 나이였는데, 어떻게 견뎠지?'
이런저런 생각이 들며 다시금 무탈한 오늘에 감사한다.
그 시절을 견뎌 준 엄마와 아빠가 계셨기에 나의 오늘이 무탈할 수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