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을 걷다_#7

Chapter 41.

by 콩알이

입원은 언제나 기대 반 두려움 반. 익숙하게 짐을 챙겨 입원을 했다.

의사 선생님도 해보지 않은 도전이라며, 서로 파이팅을 외쳤다. 월요일에 입원해서 4일 동안 매일매일 내시경을 했다. 내시경 시술로 출혈부위를 덮고, 다음날이면 또 내시경으로 시술 부위를 점검하고 추가 시술을 하고, 4일 내내 내시경으로 출혈부위를 덮고 덮고 또 덮었다.

이렇게 했는데도 또 터지면 그다음은 수술밖에 없다는 의사 선생님의 협박 같은 너스레를 들으며 퇴원을 했다.


이틀이 지났을까......

나흘간의 금식과 1일 1내시경으로 잡아뒀던 출혈 부위는 음식물이 들어가자마자 또다시 피를 뿜어대기 시작했다.


홀가분한 표정으로 내려가신 엄마 아빠에게,
'엄마, 출혈이 좀 있는 거 같아...'
차마 말할 자신이 없는....

속이 비면 출혈도 없는데
살이 빠져도, 기운이 없어도...
죽지 않을 만큼만 먹는다면, 나아질 수 있을까?

내 인생이...
나에겐 헤어날 수 없는 덫인 거 같아.
노이로제 걸릴 거 같아.

09.09.06


출혈과 시술은 반복되어 일상이 되어버렸다. 출혈로 인한 빈혈을 쓰러지기 직전까지 견디고, 주저앉을 상태가 되면 병원으로 가 수혈을 받고, 시술을 받고....


약... 석 달만에 우리 집 컴퓨터가 돌아간다.
내 컴이 죽어있던 석 달 동안,
난 두 번의 입원과 꽤나 잦은 내시경 시술로...
일관성(?) 있는 생활을 했었더랬다.

다른 때보다 특별할 것도 없었는데
지난주 일주일간의 입원은
유난히 지쳤고,
유난히 속상했고,
그래서... 유난히 많이 울었었다.

이번엔 정말 마지막일까?

수치가 떨어졌단 말에, 입원하자는 말에
병원문을 나서며.... 길을 걸으며...
지하철을 타서까지, 부끄러운지도 모르고 우는 것도
익숙하게 짐 싸들고 입원을 하는 것도
내 모든 촉각이, 내게 곤두세워져 있는 것도
이젠 그만하고 싶다...

이 생활이 1년 7개월째로 접어들었다.

09.12.21


그때 의사 선생님은 큰 힘이 되었었다. 타 병원에서 "그냥 살아요. 더 낮은 수치로 사는 사람 많아요."라는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했던 의사에 비해서, 그때 의사 선생님은 많은 의지가 되었다. 어떻게든 끌고 가려는 의지를 보이셨고, 뭐라도 해보자는 의욕을 보여주셨다.

수혈로 버티는 생활이 길어지자 수혈 부작용이 잦아졌고, 버틸 수 있을 때까지는 버텨보자는 마음이 강해졌었다.


수혈을 거부하는 내게 의사가 말했다.
"너 얼굴이 지금 어떤지 아니?"
"왜요?? 어떤데요???"
"귀신같애..."

새해, 한 달을 못 넘겨 수혈을 받고 왔다.
그 많던 헌혈증을.... 이제 거의 다 써버렸다.

10.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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