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3.
회사에서도 멍하게 앉아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집에 와서도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만 있어야 하면서도
병원에 가기 싫어 버티는 날들이 지속됐다.
아침에 일어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기운이 나고, 출혈이 뚝 멎어있지 않을까? 하는
판타지에 가까운 기대만으로 일상을 이어나갔다.
멀쩡한 척 출퇴근하며, 괜찮다며 버티는 일상에 한계가 느껴졌고
미련하게 버티다가 이제 곧 쓰러지겠다 싶은 컨디션을 인정할 때쯤이면 제 발로 병원에 찾아가 수혈을 받고 오길 반복했다.
의사의 입원 제안은 거절하고
수혈만 받고 왔다.
이제 몇 팩 째인지...카운팅도 헷갈린다.
저녁 6시에 시작한 주사는 새벽 3시에야 끝이 났고
엄마는 엄마대로, 의성에서 뜬눈으로 그 시간까지 계시다 주무셨다 한다.
순간순간이...
날 지탱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는데
수혈을 받고, 정신을 차리고 나니...
이제 슬슬... 갖가지 생각들이 고개를 든다.
이제 어떤 대안이 있을까....
한방에 한번 더 도전해 볼까?
많이 줄인 식생활을... 더 줄여볼까?
3주일 병가를 내고 병원 들어가 단식을 더 해볼까?
수술을 하는 방법뿐일까?
또.... 뭐가 있을까??
10.04.08
내과에서는 이것저것 해 볼 건 다해봤고,
답답한 마음에 이리 살 거면 수술이라도 물어보자 싶어 수술담당했던 흉부외과를 찾았다.
잡히지 않는 출혈과, 많은 시도를 읊어보며 뭔가 대안을 요구했지만
지금은 개복을 권하고 싶지 않다며, 그렇게 고생하고선 왜 아직 이러냐며 내 등을 두드렸다.
아빠처럼 등을 두드려 주시는 의사 앞에서 아이처럼 울음을 그치지 못했더랬다.
1박 2일 입원...
또 수혈에, 위궤양에 실리콘 한번 더 발라주고...
퇴원한 다음날 바로 1박 2일 부산출장.
정신없는 한 주를 보냈다.
궤양은 더 심해지지도, 더 나아지지도 않았다 하고
혈관은 자꾸만 약해져서
온갖 간호사들이 다 들러붙어 팔다리를 밤새도록 찔러도 못 잡아선
결국엔 목 혈관 잡아 수혈받고 왔다.
살은 빠지고, 마음은 지치고...
조금은 버겁고, 조금은 외로운 여정이다.
10.05.16
출혈이 시작된 지 2년이 흘렀고, 지속되는 출혈과 잦은 수혈에 언젠가부터 몸은 거부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수혈을 받고 나면, 몸이 가렵기 시작했고 알 수 없는 수포가 올랐다 내려가기를 반복했다.
출혈과 빈혈이 심장에는 무리가 된다는 의사의 엄포가 컨디션으로 느껴지기 시작했고
지속되는 빈혈로 조금만 걸어도 온몸에 열꽃이 피고, 관절에 수포가 올라왔다.
출근하자마자 다시 집으로 왔다.
이렇게 아픈 날이면,
괜히.... 참...
서럽다.
10.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