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을 걷다_#11

Chapter 45.

by 콩알이

예상했던 "난 이 결혼 반댈쎄."의 결과에 우리의 반응은 달랐다.

상대가 결혼 생각이 있다면, 우리 사이는 정리하는 게 맞다는 내 생각과는 달리

상대는 "그냥 연애만 하지 뭐...."와 더불어

"만나다 보면 뭐.... 자식 이기는 부모 있겠어?" 하는 배짱을 내비쳤다.


그러던 와중에,

울 집 앞에 불법주차 해두었다 찍힌 딱지가 상대 부모님께 날아갔고,

주말 데이트를 하다 부모님 친구분과 마주쳐 이야기가 흘러들어 가며....

자식이기는 부모 없음이 증명되는 결론이 나와버렸다.


일반적인 순서라면 당연히 동일하게 양가 부모님께 "결혼하겠습니다." 의견을 올렸겠지만,

내 건강문제로 상대측에서 반대가 나오게 될 때의 우리 부모님 상처를 생각해서 같이 말씀드리지 않았었다.

남자 쪽의 허락을 받았으니, 이제 우리 부모님 쪽으로 관심을 돌렸다.

엄마한테 전화를 드려서는 "엄마, 나 결혼하려고..." 하는데,


결혼? 꼭 해야 되겠나...


엄마의 첫마디였다.

건강문제로 내 결혼은 해도 걱정, 안 해도 걱정이란 걸 알고는 있었지만

엄마의 첫마디는 당황스러웠다.


적어도 그 대화의 시작은

나이는 몇인지, 뭐 하는 사람인지, 고향은 어딘지, 너의 건강상태는 얘기를 했는지 등을 묻는 상황을 생각하며 전화를 했었기에, 상대에 대한 정보라고는 그 어떤 것도 궁금하지 않은 엄마의 외마디 질문은 내 입을 막기에 충분했다.

무슨 오기였는지, "응, 할 거야." 당당하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고는

불 꺼진 방에서 혼자 긴 밤 오래도록 울었더랬다.


결국 우리 집 역시 자식 이기지 못하는 부모임을 증명했고,

상견례를 하고 결혼날짜를 잡고 피 한 방울 안 섞인 우리가 가족이 되는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우스갯소리로 '사랑의 힘인가?'라며 웃을 만큼 아주 짧은 기간 동안 출혈이 멈췄고,

의사 선생님께 다 나았다는 이야기까지 듣는 시간이 있었다.

딱 3개월.

사랑의 힘이 버텨준 기간은 3개월이었다.



양가에 인사까지 드렸고,
이제 결혼 준비만 하면 된다는데...

설날부터 이틀 동안 무서울 만큼 피를 토했다.
징조도 없었고
뭐 하나 의심할 만한 음식도 먹지 않았는데..

하루사이에 힘들어 일어나지 못할 만큼의
빈혈이 생겨버렸다.

이 일을.... 어쩜 좋지??
11.02.05



둘 다 쉴 틈 없이 바빴던 회사 업무에

난 홀로 끙끙 앓으며 견디는 출혈문제로

남들 다 시끄럽고 힘들게 지나간다는 결혼준비를

우린 큰소리 한번 내지 않고 준비하며 가족이 되었다.

이전 14화터널을 걷다_#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