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4.
잡히지 않는 출혈과,
출혈에 따른 빈혈과,
빈혈을 위한 수혈이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몸의 면역력은 바닥을 드러냈고 회복되지 않았다.
온몸에 피어나는 열꽃과 근육통으로 일상이 힘들었고
심해진 열꽃이 나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관절에는 수포 마냥 생긴 염증이 올라왔다.
일주일을 집중해서 아프고 일어났다.
병원 갈 때 쓰려고 아껴뒀던 휴가까지 써가며 누웠더랬다.
아픈 거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더 길게 아팠던 거 같기도 하고...
부었던 손가락 근육들도 가라앉아서
이젠 잼잼도 할 수 있고(니 나이가 몇이냐...ㅉㅉㅉ)
온몸에 돌던 열도 내렸고
걸을 때마다 욱신거리던 통증들도 가셨다.
남들 눈엔 멀쩡해 보이는,
티도 안나는 통증에 짜증이 나선
회사에선 일주일 내내 심통 난 아이가 돼버렸고
이것저것 오만가지가 다 맘에 안들어선
인상 쓰고 한주를 보냈다.
약도 없는 병...
그나마 있는 응급처방마저도, 위출혈 때문에 먹지 못하는
나을 때까지, 그저 아파야만 하는....
그 모든 것들을 이해한다는 타인의 말은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설마.. 그 이면에 유효기간이 있는 건 아닐지...
아님, 무턱대고 믿으면 되는 건지...
10.09.07
그 해 봄.
우연히 친구집에 놀러 갔다가 책에서나 읽었을 법한 관계, 친구 오빠의 친구를 소개받았었다.
친구 어머님이 만나보라 하셔서는 거절도 하지 못하고선
얼굴이나 보고 오자 하는 마음으로 나간 자리였는데
어쩌다 만남이 길게 이어졌고, 힘들었던 나에겐 조금의 의지가 되었었다.
한편으론 상처받기 싫은 자기 방어로
어릴 적 수술들로 돌이킬 수 없는 건강상태가 있음을 고백했고
현재 답을 찾지 못한 출혈도 있음을 털어놓았었다.
자신 없으면 더 마음 열기 전에 그만하자는 경고장 같은 마음이었을까....
이해한다 했다.
돌이킬 수 없는 건강상태도, 잡지 못한 출혈로 병원을 오가고 있음도 모두 이해한다 했다.
그렇게 결혼 얘기가 나왔고
숨길 수 없는 목의 수술흉터가 있으니 부모님께도 흉터에 대해서는 미리 말씀드리라 했는데
예상했던 데로..... 그리고, 부모의 심정으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반대 의견을 보이셨다.
감히...
넘보지 말았어야 할 세계를 꿈꿨던 건 아닐까 하는...
뒤늦은 후회? 자각?
주홍글씨처럼, 평생을 따라다니는 꼬리표가
사람 참.... 무기력하게 만든다.
때때로 난...
내 인생이 버겁다.
10.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