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을 걷다_#13

Chapter 47.

by 콩알이

일상에서도, 여행을 가서도,

한밤중에 몰래 변기를 붙잡고 피를 토해대는 일상이 이어졌고,

그렇게 출혈이 심한 날이면 입안에 피 비린내가 맴돌았다.


엉망이 된 컨디션으로 집으로 돌아와서는 병원 가서 수혈을 받고....

다시 아무렇지 않은 듯

직장생활을 하고,

또 어디를 가볼까? 계획을 짜대며

피 토한 흔적을 들키지 않기 위해 열심히 화장실 청소를 하며....

여행을 가서는 출혈이 더 심해져 몹쓸 꼴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기도 하는 불안한 시간들을 이어갔다.


병원에서도 답을 알 수 없다 했던 관절부위의 근육통과 수포는 더욱 심해져 갔고

부어오른 관절과 걸음을 옮길 때마다 느껴지는 통증과

보는 이에게 까지 절룩거림이 느껴지는 시간들이 길어졌다.


어느 날인가, 야근을 마치고 퇴근을 하다가 서울역 한가운데서 주저앉은 적이 있었다.

누구라도 말을 걸어주면 도움을 청하고 싶었는데

누구도 가까이 와주지 않았고 매표소에 앉아있는 직원마저도 걸음을 옮겨주지 않았다.(취객인지 알았던 걸까?)

이렇게 집으로 가겠다고 움직이다간 도착도 하기 전에 쓰러지겠다는 컨디션이 느껴졌다.

한참을 그렇게..... 서울역 한가운데에 쭈그리고 앉아있다가 광장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119에 전화를 해서 기다릴 자신도, 설명을 할 기운을 차릴 자신도 없어서는 택시 타고 응급실을 가는 게 낫겠다 싶었다.

늦은 시간이라 택시 대기줄은 너무나 길었고,

그마저도 자신이 없는 기운이었던 터라 염치없음을 무릅쓰고 맨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여성분에게 양해를 구했고, 다행히 흔쾌히 먼저 타고 가라 양보해 주셨다.(얼굴도 기억나지 않지만, 정말 감사했습니다.)


간밤에 연락을 받고 남편과 언니가 응급실로 뛰어오는 날이 잦아졌다.


바람이 불어도 봄은 봄이다...

스산한 마음에도
갈피를 못 잡는 생각들에도
햇살 드는 날은 올 것이다...

13.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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