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8.
자신이 없었다.
원인을 모르겠다는 출혈과, 살기 위한 수혈을 반복하며
쓰러지기 직전의 컨디션으로 응급실을 오고 가는 시간이 점점 더 벅찼다.
언제까지만 버티면 된다는 보장이 있다면 이 악물고 버티겠지만
답도, 끝도 없는 일상이 점점 더 큰 공포로 다가왔다.
무작정....
수술했던 흉부외과 선생님 외래 진료를 예약도 없이 찾아갔다.
"선생님, 이렇게 평생을 어떻게 살아요. 너무 힘들어요." 하는 환자의 절망에
"나도 모르겠는 걸 어쩌니..." 하는 대답을 들었고, 선생님의 말에 무책임함이 느껴져 눈물이 터졌다.
제 뱃속을 가장 잘 아는 건 선생님인데, 선생님이 모르면 어떡해요.
모르겠다는 선생님의 대답에 서운함과 서러움이 더해져 엉엉 울어댔다.
아이처럼 우는 나를 달래며, 휴지를 쥐어주며 그만 울자는 선생님께,
"난 이리 살 자신이 없다고, 너무 힘들다고... 선생님이 나를 가장 잘 아시니 뭐라도 해보시라고..."
누구에게도 토로하지 못한 일상의 공포와 투정을 쏟아댔다.
의료진은 외래 진료를 이어가야 하는데, 앞에 앉은 환자는 울음을 그치질 못했고,
우는 애 달랠 때 마지못해 사탕하나 쥐어주는 결정 같았다.
"그래, 입원하자. 다시 보자."
다시 짚어보려는 의사로서의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 달램이었지만
나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급하게 입원날짜가 잡혔고, 검사가 이어졌다.
옆자리 환자는 수녀님이셨는데,
수혈을 받고 있는 나를 지켜보시다, 내 병명을 물어보시던 친구 수녀분께서 주소를 물어왔다.
수녀원에서 가지고 있는 헌혈증이 몇 개 있으니, 다른 도움은 못 주더라도 헌혈증이라도 보내주시겠다 했다.
말씀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다른 더 어려운 분들에게 드리라 했지만
수녀님은 기어이 내 주소를 받아가셨다.
반복했던 검사를 또 하며, 수혈을 받고, 영양제를 맞고....
그렇게 며칠을 보낸 후 결과 나오면 연락 주겠다는 한마디를 듣고 퇴원을 했다.
출혈은 멈출 생각이 없었고 수혈을 받아야 하는 주기는 짧아져만 갔다.
어느 날엔가, 수혈을 받고 지친 몸으로 집으로 돌아오니 우편물이 있었다.
주소를 물었던 수녀님께서, 정말 헌혈증을 보내주셨다.
따뜻한 말씀과 함께 보내주신 그 우편물을 보며 마음을 달래며 며칠이 지났고
기대하지 않았던 병원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입원해서 받았던 검사들의 결과가 나왔다며 급하게 외래 진료를 통보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