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에는
눈이 오는 날에는
혼자 있어도 좋다.
보일러 연통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도
눈보라 치는 거센 바람 소리도
음악이 되어준다.
고소한 커피 향기에
촉촉이 젖어들면
어느새 비도
어느새 눈도
굽이치듯 흐르는 열 갈래 심연 속에 들어앉아
젖어들고 있을 터
비가 오면
눈이 오면
혼자 있어도 좋다.
시계 소리도 기척을 내며
노래 부른다.
비가 오지 않는 날에는
들리지 않는 노래들
눈이 오지 않는 날에는
보이지 않는 노래들
소리들의 축제로
삶의 리듬을 점검한다.
나는 어떤 리듬으로 살고 있는가
시계는 쉼 없는 목소리로
기척을 내며
제 갈길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