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한 달 차 소감
입사한 지 만 한 달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첫 주는 회사와 팀에 적응하고, 둘째 주엔 프로젝트 인수인계를 받고, 셋째 주에는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넷째 주에는 조금 적응 됐다고 일을 벌여보려다 복잡해진 상황에 대처하느라 매일이 다이나믹했던 지난 한 달이었다. 회사 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최상이다. 나에게 이것보다 더 좋은 선택지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다움을 찾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곳이라고 느낀다.
1. 인생은 논리적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어떻게 이 회사를, 이 직무를 생각하게 되었냐고 하면 깔끔한 설명을 내놓기 어렵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이런 직무가 있는지도 몰랐고 회사원으로서의 매일 매일이 이런 그림일 줄 상상도 못했으니까, 이 곳을 목표로 차근차근 취업을 준비해왔다고 하긴 어렵다. 순간 순간에 충실하면서 어찌어찌 구르다가 맞이한 곳이 돌이켜보니 다 이유가 있었구나 하는 느낌인 거다. 그러니까 인생은 계획하면서 논리적으로 만들어나가는 게 아니라 전부 사후 확증하는 재미로 살아가는 걸 수도 있겠다.
2. 병원을 찾는 심정으로 취업할 회사를 찾았다
회사생활 어떻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여러 면에서 '치유'되고 있다는 표현을 쓰고 있더라. 며칠 전에는 회사 동료와 점심을 먹다가, 이 회사에 오게 된 스토리를 이야기하면서 어쩌다보니 유년시절부터의 인생을 읊게 됐다. 이야기하면서 TCK, 인간관계, 언어에 대한 트라우마가 꽤 깊었고, 재밌게 일할 수 있는 외국계 회사에 들어와 그동안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있다는 게 실감되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오징어덮밥을 앞에 두고 눈물을 글썽이는 나, 그리고 그런 나를 바라보면서 울컥하는 맞은 편 회사 동료의 모습은 진짜 웃겼다. 웃펐다.
취업 준비는 내 능력을 가장 잘 발휘하고 인정 받을 수 있는 곳이 어딜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과정으로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사람마다 취업의 목적과 모양이 생각보다도 더 다양할 수 있음을 이제서야 이해하게 됐다. 나에게는, 이대로 덮어놓고 살면 왠지 큰 일 날 것 같은 내 유별난 구석들을 용기있게 마주하고 관리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것, 말하자면 병원을 찾는 것에 가까웠다. 취준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하던 과거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냥 그 당시에 나에게 가장 필요한 갈망을 채우라는 것. 나다울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곳을 부지런히 찾거나 만들 것.
3. 좋은 매니저가 되고 싶다
조직생활을 해보기로 결심한 계기는 좋은 '매니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내내 있었기 때문이다. 내 일을 열심히, 성실히 하는 건 그간의 학창시절동안 어느 정도 몸에 베어 왔지만, 그러느라 놓친 여러가지 능력들을 키우기에 조직생활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며칠 전에 봤던 릴스에서 본 말이 맴돈다 - "Don't follow a person who works too hard, follow a good manager who networks."
감사하게 주변에 정말 좋은 매니저들이 있고, 프로젝트에 대한 큰 오너십을 바로 쥘 수 있는 업무구조라 매니징에 관해서 매일 배우는 게 많다.
4. 회사도 마치 연애와 같아서 ..ㅎ
사람은 누구나 옆에 있는 사람이나 속한 환경에 따라 모습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나는 변주되는 모습의 갭이 꽤 큰 사람이라 연애할 때도, 회사를 고르는 것도 신중했던 것 같다. 옆에 있을 때의 내 모습이 마음이 드는 상대방과 연애해야 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회사 또한 마찬가지다.
회사의 비전과 인재상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이유는 그 비전과 인재상으로부터 실질적으로 내 하루하루와 맞닿아 있는 업무와 조직문화가 만들어지고, 그게 나와 마음이 맞는다면 조직생활에서 어쩔 수 없이 마주하게 되는 불합리함과 비효율 쯤이야 당연히 이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의 비전과 인재상이 형식적으로만 존재하지 않고 제대로 구현된 조직인 경우일 때 말이다.
"세상은 넓고 재미로 가득 차 있다"는 메세지가 조직 비전에서도, 매일 매일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느껴진다. 나를 가장 나답게 하고 강력하게 동기부여해줄 수 있는 메세지가 흐르는 곳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낼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