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세 달 차
크고 작은 이벤트가 많아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탄 8월이었다. 마지막까지 수습평가를 잘 마무리하자는 긴장감과 새로운 일을 벌여보는 설렘으로 하루하루를 지냈다. 곧 오피스 이사를 앞두고 있어서 사무실에는 기분 좋은 어수선함이 깔려있다. 새로운 오피스에서, 수습 뗀 정직원으로 지낼 9월달이 기대된다.
1. 회사에서 보낸 생일
생일날에 연차를 쓸까 잠시 고민했지만 애매한 화요일이라 계획을 접었다. 팀원분들의 축하 속에 달달하고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두세시간에 한 번씩 케이크를 먹었고 자기 직전엔 소화제를 먹었다. 회사원이 된 올해부터는 생일도 평범한 평일처럼 흘러가겠거니 했지만, 너무나 배부르게 축하받아 황송했다.
어김없이 이번 생일에도 인간관계를 돌아보게 되더라. 수많은 챙김을 받는 날이다보니 나는 그간 누군가에게 무엇을 어떻게 주었나-하고 돌이켜보게 되는 날이다. 소중한 사람들의 기쁜 날에 진심으로 함께했는지, 주는 행위를 나의 만족감 또는 책임 완수를 위해 행했던 건 아닌지 묻게 됐다. 항상 시절인연이라는 단어를 품고 살아서 인간관계를 유하게 여기는 편인데, 그런 마인드셋을 핑계로 소중한 사람들에게 충분히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 것 같아 많이 미안했다.
이 사람에게는 평생 잘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그 마음을 오래 기억하고 실천하기. 내가 챙길 사람들의 생일은 가급적이면 오전에 빠르게 챙기기. 누군가의 생일을 챙기고 함께할 수 있는 건 나에게도 기쁨이고 기회라는 걸 인지하기.
2. Fluctuation 견디기
프로젝트 성과가 잘 안 나오는 기간이라 답답하고 속상했다. 충분히 예상했고 심지어 내가 의도한 거였음에도 찝찝함을 견디는 게 어려웠다. 혼자만 지켜보는 게 아니니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안심시키고, 내 결정을 믿고 굳게 해나가는 과정에는 겉으로는 티 안 나는 노력이 든다.
열심히, 잘 하면 곧바로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는 류들의 일들이 아닐 때는 무엇으로 내가 '잘'하고 있다는 확신을 유지할 수 있을까. 예상 범위 밖의 문제가 터지지 않는 것, 지금은 이래도 우리는 언제쯤 곧 해낼 거라는 믿음을 유지시키는 것, 문제를 같이 겪으면서 서로가 강하게 단결되는 것. 당분간은 이것에 집중하면서 Fluctuation을 잘 견뎌봐야지.
3. 일에 대한 오너십이란
매니저님께 보고 드릴 때 일부분이 누락됐던 것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 데일리 업무를 하는 실무자의 입장에선 그리 중요한 포인트가 아니지만, 전체를 supervise하는 입장에서는 눈여겨볼 포인트였다고 생각한다. 왜 이걸 놓쳤을까 생각하다가, undersupervision 열심히 하긴 하지만 정말 이 프로젝트의 representitive로서의 오너십을 가지고 있는지 되돌아봤다.
오너십은 적극성이나 책임감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길러나갈 수 있는 건지 아직 잘 모르겠다. 양육하는 보호자의 마인드셋.. 같달까. 내 프로젝트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기꺼이 소개하고 싶어지고, 단순히 잘 되라고 푸시하는 게 아니라 혹시 잘못되더라도 내 손으로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양육자의 마음? 조직에서의 일은 언제든 내 손을 떠나게 될 수도 있는 거지만, 최소한 내가 관여하는 동안에는 이런 마음으로 임해봐야겠다.
4. Initiative & Change Management
변화를 좋아한다. 정확히는 변화를 일으키는 것보다, 변화가 수용되는 과정에 관심이 많다. 변화를 기획한 사람들의 의도가 잘 반영되도록 하는 일. 프로젝트 내의 변화/ 팀 내의 변화/ 조직 차원의 변화를 나눠 관찰하는 것에 재미들린 요즘이다.
팀 차원의 변화를 기획하고 진행해보고 있다. 프로젝트별 메인 담당자를 각자 맡고 있는 상황에서, 프로젝트별로 부담당자를 두자는 제안. 총 9개의 프로젝트에 대한 트레이닝 세션이 세 달만에 진행되어야 해서 리소스가 꽤나 든다. 팀원들을 1대1로 만나 부드럽게 설득하고, 멋지게 동기부여하고, 다음달부터 당차게 킥오프 하는 그림을 상상했지만 모든 단계에서 삐그덕대는 중이다. 나도 모르게 일을 강요한 건 아닐까, 너무 갑작스러운 변화라고 느껴졌을까, 충분히 컨센선스가 형성된 게 맞을까 하는 답 없는 고민들에 심란했다.
Change management의 best practice들을 더 많이 학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감사하게도 비슷한 시기에 해외오피스와 함께하는 Initiative를 진행하고 계시는 분이 있고, 오피스 전체가 이사를 준비하고 있어서 배울 게 많다. 변화를 함께 겪는 사람들의 confusion을 최소화하면서 engagement를 높이는 섬세한 커뮤니케이션을 배우고 싶다.
점점 너무 어렵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바른 태도를 유지하는 게 어렵지만 어려워서 재밌다. 차분하게, 겸손하게, 중심 잘 잡으면서 걸어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