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고비

입사 네 달 차

by 레룬

9월이 정신없었던 만큼 추석 연휴가 너무 달콤하고 평온하다. 휴. 정말이지 큰 고비였다..고 생각하면서 지난 삼개월동안 브런치에 적었던 글을 다시 읽어보니, 매 달이 고비였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면서 피식 웃게 된다. 솔직하게는 "뭐 저것 갖고 저리 어려워했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지난날의 내가 귀여워보이지만, 힘든 감정에는 함부로 잣대를 들지 않는 거랬다. 그때의 내가 힘들었다면 그런 거지.


그러면서 오늘도 9월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웠는지에 대한 글을 쓴다. 미래의 내가 또 다시 지금의 나를 귀엽고 기특하게 봐주길 바라면서!



1. 모든 게 불안했다

음.. 정신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틈이 없었다. 첫 주부터 오피스를 이사하면서 바뀐 크고 작은 것들에 적응하느라, 그 다음엔 첫 글로벌 미팅 주간동안 시차와 외국어에 허덕이느라, 그리고 난데없이 다가온 레이오프 가능성에 멘탈을 부여잡느라, 순식간에 뒤바뀐 팀의 구조와 새로운 매니저를 만나느라, 그 와중에 성과압박과 씨름하느라. 여유가 없으니 실수는 많아지고 마음은 계속해서 무거워져갔다.


죄다 처음 경험해보는 것이고, 나는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은 마음에 모든 게 무섭고 불안했다. 이대로 가다간 크게 무너질 거 같아 주변에 도움을 많이 구했다. 매니저와 선배분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조언을 잔뜩 주셨다. 어떤 부분이 문제인 거고, 누구와 어떻게 소통을 해서 풀어가면 되는지, 어떤 마음으로 다가올 일을 마주해야 할지 큰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처음이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하는 부분과 내가 액션을 취할 수 있는 부분을 명확히 구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2. 결심한 것에 대해 불평하는 건 멋없다

힘든 감정을 파고들다보니 그 끝엔 "못하는 내 모습을 마주하는 것"이 어렵다는 걸 알게 됐다. 미팅에서 영어로 하고 싶은 말을 시원하게 하지 못하는 것, 나도 확신이 없는 주제로 미팅을 리딩해야 하는 것, 예상치 못한 변화에 잠시 얼어버리는 내 모습을 용인하지 못하는 거였다.


일이 잘 맞느냐는 선배의 물음에 "사실 제가 편하고 잘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말을 내뱉으면서 스스로 깨달은 게 있다. 딱히 편하고 잘하는 것을 하려고 온 게 아니었지. 고용 불안정성이든, 해외 오피스와 시차를 맞추는 거든, 영어/커뮤니케이션이든, 다 불편할 거를 알면서도 호기심과 열정이 그걸 압도하기에 내렸던 결정이었지. 감수하기로 결정했던 것들을 가지고 속으로 힘들어하고 불평하는 건 내 선택을 존중해주지 못하고 있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하루아침에 모든 게 훨씬 쉬워졌다. 내가 감수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용감하기. 혼자서 용감해지기 어렵다면 부지런히 도움을 구해서 어떻게든 용감해지기. 반대로 내가 수월하게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도움의 손길을 기꺼이 내밀기로 했다.



정말 3개월처럼 길었던 이번 한 달을 잘 소화하고 싶어졌다. 심플하게 넘기기를 선택할 수도 있지만 이번에는 왠지 꼭꼭 씹어 깊이 새기고 싶은 마음이 들어 브런치북을 만들었다. 여운이 가시기 전에 글을 많이 쓰겠다는 다짐과 함께, 업로드 주기는 주3회로 정했다. 어떤 모양으로 전개될지 모르겠어서 두렵고 설렌다.


https://brunch.co.kr/brunchbook/lelunfir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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