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일기
마지막으로 글 쓴 게 한달 넘게 지났다. 어느 정도 우울감이 있어야 글이 써진다는데, 글 쓸 생각을 안했던 걸로 보아 지난달은 행복하게 보낸 것 같다. 회사에서의 고민을 해결하겠다고 머리 싸맬 때는 답이 잘 안 보였는데 실마리 하나가 우연히 갑작스레 나타났다. 일상에서 회사보다도 더 중요하게 신경 쓸 거리가 생겼다. 회사 일은 내 인생에서 고작 일부일 뿐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다보니 이전보다 조금 더 의연히 지낼 수 있게 됐다.
어김없이 업 뒤엔 다운
슬슬 프로젝트가 잘 풀려가는 것 같더니, 연도가 바뀌고 더욱이 공격적인 KPI 목표가 생기면서 이전의 수준으로는 턱도 없게 됐다. 몇가지 제안이 받아들여지고 예상했던 그림이 나올락말락하면 예상치 못했던 데서 문제가 터진다. 문제 덩어리 하나 수습하고 나니 2월이고, 설 연휴고, 돌아오자마자 다시 성과 압박이 들어온다. 개선이 보이지만 이 정도로는 안 된다고. 다시 바닥을 찍었다.
후임이 들어왔다
그 사이엔 팀에 후임이 들어왔다. 일주일간 온보딩을 도왔고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큰 희망과 열정으로 무장했던 입사 초반과 지금 나의 온도가 달라진 게 실감되어 슬펐고, 한 편으로는 그게 일종의 성장감처럼 느껴져서 뿌듯하기도 했다. 사실 내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을 때는, 신규입사자에게 건강하고 긍정적인 경험을 전달해야한다는 생각이 부담되기도 했다. 속으로 이런저런 불만을 안고 있지만서도 객관적인 시선으로 동기부여하려 노력하는 양면적인 감정이 낯설었다. 그래도 내가 이래서 이 직업을 선택했지, 이래서 이 일을 좋아하지 다시 한 번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심각할 거 없다
성과 상황이 너무 안 좋다. 해고 불안이 다시 닥쳤다. 그럼에도 눈물 슥 닦고 카페 한 군데 들렸다 금방 훌훌 털 수 있는 건 어찌저찌 여기까지 와봤으니, 또 어떤 문제나 상황이 와도 또 어찌저찌 생존해볼 수 있겠다는 믿음이 이젠 좀 쌓였다는 뜻인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도 햇빛 좀 쐬고 달달한 거 먹으면 심각함에서 풀려나더라.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하면 좀 용기가 나고, 내 인생에 진짜 중요한 것들에 에너지를 쓰자고 생각하면 심각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