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의 마인드셋

취준일기

by 레룬

올해 1분기가 지났고, 대학교 졸업한 지는 만 한달이 넘었다. 자기소개할 때 당연하듯 뱉어낼 수 있는 수식어들이 졸업과 함께 여럿 사라졌다. 뭐하는 사람이냐는 물음에는 취업 준비한다, 학생이다, 최근에 졸업하고 여행다닌다-는 말을 기분에 따라 적절히 섞어쓰고 있다. 내가 속했던 학과, 학교, 인턴하던 회사라는 든든한 울타리가 사라진 뒤 무척 자유롭고도 취약한 기간을 보내는 중이다.


자기소개할 때마다 잠시 로딩을 거치게 된다는 것 외에는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취준생활이다. 합격과 불합격 소식을 적당히 번갈아 마주하며, 사랑하는 가족들과도 시간을 보내고, 무엇보다 건강을 진심으로 챙기면서 지낸다. 충분히 사색하고 깊이 고뇌할 수 있는 건 백수의 특권이라며 틈 날 때마다 글도 잔뜩 쓰고 있다. 오늘은 역대급 불황기에도 취준시기를 건강하게 보내기 위한 마인드셋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 막막함 속에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는 누군가에게, 또 언제든 흔들릴 수 있는 미래의 나에게 작은 용기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1. 취준의 목표는 취업이 아니다

취업준비가 취업을 위한 게 아니라니, 제대로 역설적인 문장이다. 극도의 취업난 상황에 취업 이상을 생각하기란 너무 배부른 생각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취준 기간이 그 자체만으로 값지다는 생각이 실제로 나를 강하게 지탱해준다. 내 자신을 갈기갈기 분석해보고 합류할 곳을 찾아 핏 맞춰보기를 반복하는 이 과정에서 수많은 것들을 배운다.


일단 메타인지력을 높이기 딱 좋은 기간이다. 자기를 소개해보라는 기업들의 미션에 내 자신에게 끝없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나를 설명할 때 어떤 단어가 적절할지, 내가 자신 있고 없는 부분이 뭔지를 생각하다보면 어느새 생각이 50년 뒤 시점으로 갔다가 또 어느 때는 내 최초의 기억인 5살 때쯤의 기억으로 돌아가 선천적인 기질을 깨닫기도 한다. 채용 절차를 따르다보면 "아 내가 나에 대해 잘못 인지했었나" 싶은 순간들이 불쑥 찾아오기도 하지만, 솔직한 내 자신과의 대화는 알게 모르게 한 겹의 자존감으로 쌓여간다. 그래서 불합격이란 단어가 아주 밉지만은 않다. 불합격의 경험도 잘 회고하면 내 메타인지력을 높일 기회다.


또, 기업을 보는 눈이 확 트인다. 나는 대학생 때까지도 경영/경제 분야와 썩 가깝지는 않았어서 취준하며 새로 알아가고 있는 부분들이 정말 많다. 일은 IT 스타트업을 위주로 경험해왔기에 대기업/외국계에서의 R&R, 비즈니스 모델, 생소한 산업군, 문화복지, 성장 방식 등 아직까지도 신기한 것 투성이다. 기업들이 제각기 다른 미션으로 설립되어 다양한 방식으로 매출을 내는 걸 보면서 더더욱 기업의 세계와 거시경제가 궁금해진다. 덤으로, 주식이 처음으로 재밌어졌다. 어떤 방식으로든 세상을 더 선명하게 바라보게 되는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2. 내게 필요한 것은 오게 되어있다

크고 작은 실패 경험과 어찌저찌 성공한 경험들은 일희일비 하지 않는 법을 알려주었다. 원하던 것과 다르게 펼쳐진 결과가 알고보니 행운이었고, 반대로 원하는 것을 얻었으나 생각만큼 기쁘지 않았던 시간들이 쌓이다보면 실패와 성공의 개념이 무의미해진다. 그저 내가 지금 가진 것들을 어떻게 후회없이 활용할까에 대한 고민만 남는다. 그리고 그걸 성실히 이행하면 반드시 만족스러운 결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중간에 고통스러운 기간이 있다 하더라도 그 시간도 결국에는 유의미하게 남았다.


그렇게 나에게 필요한 것은 오게 되어있고, 나에게 오지 않은 것들은 나에게 필요없는 것이라는 말을 믿게 되었다. 다른 말로 하면, 나에게 온 것들에 의미를 찾고 최선을 다하기만 해도 부족하기에 나에게 오지 않은 기회들은 애초에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자는 주의다. 불합격 소식을 받았다면, 실제로는 모종의 이유가 있겠으나 우리가 알래야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으니 앞으로 나에게 올 것들에 집중해보기로 한다.




3. 나는 미래 돈을 벌고 있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본 강연 영상에서, 김미경 강사님은 좋은 성과가 빠르게 나오면 호황기이고, 빠르게 드러나지 않는 게 불황기라 하셨다. 불황기에 현재 돈이 안 벌려서 괴롭다면 미래 돈을 벌면 된다는 메세지였다. 불황기는 어쩔 수 없이 저속성장을 동반하기에 우리는 당장의 결과보다 미래가치를 생각하며 이 구간을 현명히 지내야 한다.


취준생 대상 강의는 아니었던 것 같지만 너무나 와닿았다. 뭐가 될지 모르는 이 막막한 기간도 미래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더욱 충실히 살고 싶어진다. 이 때 느낄 수 있는 예민한 감정들이나, 깊은 혼란들, 향후 멋진 아이디어로 변신할지도 모르는 작은 생각의 씨앗들, 그리고 머리와 피부로 배우는 모든 것들을 미래를 위해 어떤 형태로든 잘 쌓아놓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고속성장가도를 달릴 땐 쉽게 경시했던 건강 챙기기라든지, 금융과 철학 공부도 이때다 싶어 진심이 된다. 성실히 살고 있는데도 성과가 없다고 느껴진다면 호황기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성장 중일 뿐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토스 POS 면접 후기 (최종탈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