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로 행복 얻으려 하지 말기

취준일기

by 레룬

채용 면접을 하나 본 날입니다. 정규직 최종면접은 처음이라 얼떨떨하고 후련합니다. 끝나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질 않아 남은 하루는 정처없이 산책과 웹서핑을 하며 보냈습니다. 그렇게 보낸 오후동안 되새겼던 다짐과, 새로 시도해보고 싶어진 일 한 가지씩에 대해 써보려 합니다.



합격이 내 인생을 바꿔주진 않는다

면접이 끝나면 자동반사적으로 하게 되는 일이 있습니다. 면접 중에 했던 대답을 상기해보면서 "아, 왜 그렇게 말했지. 이렇게 말했으면 딱 좋은데"하고 마음 속 이불킥을 날리는 일이요. 충분히 이불킥을 날려준 뒤에는 하나쯤 "아, 좀 괜찮은 답변이었다" 싶은 게 어렴풋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그 하나를 50배쯤 증폭시켜 합격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와 '혹시나'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다가, 혹시나 내가 최종합격해버린다면 입사 전후로 하고 싶은 일을 아주 구체적으로 적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놀랄 정도로 별 거 없더군요.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거 먹고, 미뤄둔 책과 영화를 보다가, 헤어스타일 한 번 바꿔주고, 순조로운 회사 적응을 위해 영어 공부하기. 대학시절에 시험기간 때마다 <시험 끝나면 할 일> 리스트를 적어두고선 막상 때가 되면 쳐다볼 겨를 없이 자연스레 과제폭탄 기간에 빨려들어가던 게 떠올랐습니다. 시험이 끝나면 또 다음 시험이, 아니면 시험 같은 무엇이 늘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통과의례 마냥 반복했던 것 같아요. 취준 레이스를 달리는 지금까지도 이러고 있는 제 자신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되새겼습니다. 과제하듯 살지 말자고요. 해야할 것들을 해나가면서도 그것들이 내 상상력과 휴식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요. 과제 하나를 해냈다는 체크표시에 기뻐하기보다, 체크표시가 무의미하게 느껴질 만큼 내가 하고 있는 것과 가고 있는 방향이 맞다는 자기확신을 갖추는 데 집중하자고요.

내 인생을 한 순간에 180도 바꿔줄 체크표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쌓아가는 매일 매일이 끓는점에 도달했을 때, 마침내 뒤를 돌아보고 180도 바뀐 인생을 실감할 수는 있겠지만요. 그래서 당장 눈 앞의 과제인 취업과는 무관하게 제가 진정 원하는 것을 향해서 한 발짝 내어보려 합니다.



무료로 손편지 써드립니다

늘 마음속으로만 간직했던 꿈이 있습니다. 사는 동안 100만명을 살리고 싶어요. 생명을 살리는 일이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숭고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의학적인 소생 말고도 정신적 소생의 중요성을 크게 생각합니다. 살면서 100만명과의 깊은 접점을 만드는 것도 어려울 텐데,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의 우주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정말 도전적인 꿈이란 걸 알고 있습니다. 우선 글을 매개로 다른 사람의 삶과 고민을 깊이 알아가는 것부터 시작하고 싶어요.


- 대상: 고민이 있는 누구나
- 신청방법: 익명 오픈채팅방을 통해 사연/고민을 편히 전달해주세요


시간을 내어 진솔한 고민을 들려주신다면 저는 훌륭한 답은 아닐지라도, 진심과 나름의 해석을 담아 손편지 사진으로 답장드릴게요. 비용은 받지 않고요, 저에게도 소중한 경험이 되니 전혀 부담없이 채팅 주시면 됩니다. 여기까지 글 읽어주신 분들 중에 왠지 어딘가에 털어놓고 싶은 답답한 마음 갖고 계신 분이 있다면 잠시 놓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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