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엄마는 시대를 앞서는 교육이 필요했다
“우와~“(큰아이)
”와~엄마 이거 뭐야? 엄마가 만든 거야?”(작은아이)
책으로 장판을 깔고 가벽도 세우고 도미노도 만들었다.
표현하기 좋아하는 작은아이의 반응을 기대하며 오늘도 책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하는 엄마.
오늘은 뭐하고 놀까.
책탑, 책길, 책 건물을 만들며 놀았다. 우리의 태양은 책과 도서관 그리고 서점이었다. 태양빛을 받아 온 세상을 밝혀주는 달이 떠있는 시간에 우리는 책 속으로 들어갔다. 마치 아직도 태양이 떠 있는 낮인 것처럼. 우리가 읽었던 그림책은 밤을 반기는 듯했다. 한동안 밤의 공기가 안내하는 그림책에 매료되어 낮동안의 들쑥날쑥했던 호흡을 정돈하는 시간을 보냈다. 밤의 따듯한 공기가 호흡하기 더 좋았다.
책탑을 쌓다 보면 건물 한가득 책이 쌓여 있는 공간을 상상한다. 책으로 건물을 지을 수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 속의 책 건물을 보지는 못했지만 머릿속으로는 스케치하고 있었다. 마치 상상 속의 동물인 용이 내 머릿속을 휘젓고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작게나마 거실에 전면 책장을 들인 후 상상 속 용은 조용히 전설 속으로 사라졌다. 책을 통해서 뭐라도 재미있게 놀기를 간절히 바랐다. 전설 속의 용이 언제든 날아다닐 수 있게.
‘책 읽는 애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데’
‘책 육아로 좋은 결과를 얻었어요’
‘책을 통해서 인생이 달라졌어요’
이 오래된 가설을 하나하나 증명해 보고 싶었다. 육아서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이 신화 같은 존재의 아이들을 만나보고 싶었다. 요즘은 sns로 공유되는 일상을 살고 있기 때문에 책으로 크는 아이들이 많이 보인다. 그러나 10년 전엔 책으로 크는 아이들 찾기가 하늘의 별 찾기보다 어려웠다.
서울 어느 작은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커가는 엄마가 열심히 책의 세상을 만들고 있었다. 고성능 망원경이 있어서 아이들이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관찰하고 싶을 때가 많았다.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야 했기 때문에 용기가 필요했다. 아이들이 잘 자라고 있는지 피드백해줄 무언가가 없으니 가끔은 불안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잃을 것이 없었던 어린 엄마는 용기는 단단했다. 어디에서도 튀지 않는 그런 스펙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까.뭘 해도 나보단 잘 되겠지라는 믿음을 깔고 시작했다. 5년만 해보자 싶었다.
장거리 레이스를 해본 사람은 안다. 경기가 끝나면 발가락에 물집이 잡히고 무릎이 아프다. 폐는 여전히 뛰고 있고 눈앞엔 레이스의 결과가 기다리고 있는 상황. 책 하나만 파보고 싶었다. 책 하나만 들고 달리기를 해보고 싶었다. 제일 괜찮은 취미 생활 하나만 가지고 긴 레이스를 이어가다 보면 뭐라도 남지 않을까 싶었다.
큰아이 초등 6학년, 작은아이 초등 3학년,
학교 도서관에는 6학년 학생이 아무도 없다고 한다. 6학년 중에 책 제일 잘 읽는 아이로 자리 잡은 아이는 초등학교 졸업하기 전에 남들보다 잘하는 것 하나를 남겼다. 학교 시험 100점보다 더 의미 있는 흔적이 남아 있다.
책 육아의 쓸모
1. 책을 가지고 다니다 너무 심심하면 만지작 거리며 놀 수 있다.
(특히 예상치 못한 대기 시간이 생겼을 때 효과적이다.)
2. 더울 땐 부채질을 할 수 있다.
3. 멋있어 보이고 정확한 캐릭터가 생긴다.
4. 친구가 약속시간에 늦어도 화나지 않는다.
5. 오래 앉아있기에 달인이 된다.
6. 아이의 학교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는 걸 느끼며 등교하기가 수월해진다.
7. 건강한 덕질을 할 수 있다.
8. 소설 속 주인공을 보며 위로받으면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알게 된다.
9. 아이들에게 화를 덜 내게 된다.
(동화책 속 엄마들은 보통 화를 잘 내고 잔소리가 많다.)
책을 파야 할 만큼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오늘도 읽어야 하는 삶을 유지 중이다. 배움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는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한 인류로써 책의 여러 쓸모에 대해 오늘도 생각한다.
역사는 삶의 해설서와 같습니다. 문제집을 풀다가 도저히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으면 우리는 해설을 찾아봅니다. 해설서를 보면 문제를 붙잡고 끙끙댈 때는 전혀 보이지 않았던 해결의 실마리를 순식간에 발견할 수 있지요.
-역사의 쓸모/최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