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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독서모임후기

시간과 축적의 힘을 만나다

by 레마누

매월 첫 번째 일요일 아침 7시부터 9시까지 행운의 봄님이 주관하는 <주말 아침을 여는 독서모임>에 두 번째 참석했다. 9월 독서모임 선정 책은 최인아작가님의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였다.



자기 계발서를 좋아하지 않는다. 유명한 자기 계발서를 몇 권 읽다 말았다. 읽을 때는 나도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막상 실천을 못하는 나 자신에게 실망하곤 했다. 자기 계발은 결국 실천의 문제다.


그동안 꽤 많은 책을 읽었지만 삶이 딱히 달라지지 않았다. 읽고 깨닫고 계획까지는 세우지만 작심삼일이 문제다. 나는 자기 주도형 인간이 아니다.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라는 책 역시 혼자였으면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목이 너무 거창해서 거부감이 들었다. 전업주부 20년 차가 가진 게 뭐가 있으며, 내가 세상에 원하는 건 많아도 세상이 날 필요로 할 리 만무했다. 최인아작가의 화려한 이력도 겁이 났다. 나와 멀어도 너무 멀었다.


하지만 독서모임에 참석을 해야 하니 읽었다. 친절한 행운의 봄님이 보내주신 생각 나눔 주제를 옆에 놓고 읽었다.



초반부에 깨달았다. 이 책은 단순한 자기 계발서가 아니다. 일이라는 단어 대신 삶이라는 단어를 집어넣어도 무방했다. 그렇다 이 책은 삶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책이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자꾸 생각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었다. 직업란에 주부라고 적지만 나는 한 번도 주부라는 직업에 충실해본 적이 없었다. 결혼과 동시에 어쩔 수 없이 주어진 직업이었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최소한의 집안일만 했다. 시간을 낭비했다. 시간과 축적이라는 공식은 최선을 다할 때 통하는 것이다. 나는 20년 차 주부지만 집안일에 경력 20년차를 붙이기에는 부끄럽다. 그 많은 시간동안 나는 무엇을 했을까?



<내가 원하는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는 일하는 시간은 자신의 자산을 쌓는 시간이라고 했다. 읽으며 많이 부끄러웠다. 자신의 직장에 불평불만을 털어놓는 동료를 제일 싫어했었는데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어떤 일이든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임하면 잘하게 된다고 했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독서모임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나와는 다르게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나도 저렇게 일을 열심히 한 적이 있었는데....



일 잘한다는 소리도 들었었는데 왜 지금은 과거형으로 남은 걸까? 꿀 먹은 벙어리처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는 걸까?



두 시간 내내 참가자들의 말을 들으며 언젠가 나도 내 일에 대해 당당히 말하고 싶어졌다. 자기 일에, 인생에 확신을 가진 사람의 목소리에는 힘이 있다. 그런 사람들과 만나며 자극을 받는 건 기분 좋은 스트레스다.



독서모임 회원 중 한 분이 이런 말을 했다.


'나를 움직이는 동력은 잘하고 싶은 마음과 그것으로 인한 스트레스'라고.



멋있는 말이다. 내가 글을 쓰며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잘 쓰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쓰다 쓰다 더는 못 쓰겠어하고 누웠다가도 벌떡 일어나 다시 읽는 것도 잘하고 싶기 때문이다. 돈이 생기지 않아도 어깨가 뻣뻣하고 눈이 침침해도 계속하는 것은 좋아하기 때문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혼자만의 세상 속에서 만족하는 그 순간이 좋다.



같은 책을 읽었지만 각자에게 다른 모습으로 만나는 것을 확인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독서모임을 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바람이 시원해졌다. 부지런히 책을 읽고 생각하고 열심히 써야겠다.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





사족 : 남편에게 독서모임사진을 보여주며 나를 찾아보라고 했더니 두 번이나 다른 사람을 선택했습니다. 이 사람 제가 계속 데리고 살아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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