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마누 Oct 06. 2023

하소연을 조금 합니다

겨를이 없다.

시간이 없다, 먹고 살기 바쁜데 그런 것까지 할 여유가 없다.는 말을 변명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게으른 자의 비겁한 변명에 코웃음을 쳤다. 아직 몸이 덜 고달픈 자의 오만과 방자였다.


명절을 치르고 얼마 안 있어 제사를 했다. 전업주부여서 시간이 남아도는 줄 아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뭐가 힘드냐고 할 수도 있다. 중학생과 초등학생 두 명의 학원시간에 맞춰 픽업을 한다. 오전에는 밀린 헬스로 몸을 풀었다. 운동을 안하면 시간이 남는 거 아니냐고 물으면 눈을 똥그랗게 뜨고 대답하겠다. 오전에 운동을 해야 오후에 살아갈 힘이 생깁니다.


삼시세끼를 챙기고 아이들 시간표에 맞춰 움직이다 보니 지금 이 시간이다. 그나마 저녁을 먹지 않아서 생긴 짜투리 시간이다. 너무 아까워서 노트북을 켜는 시간에도 손을 움직거렸다.


할 일을 하다보면 아무 생각없이 움직일 때가 있다. 생각을 하면 더 복잡해진다. 그럴 때 당장 눈앞에 해야 할 일만 생각한다. 오늘 하루 읽지 않는다고 지구가 멸망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만의 세계속에서 작은 금이 가는 걸 막을 수가 없다. 세상은 크게 움직인다. 그 안의 내가 아무리 열심히 발버둥을 쳐봐도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다. 알면서도 간다. 그냥 간다.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면 아쉬움이 가득 남아 꿈자리가 사납다.

매거진의 이전글 초등학교 공개수업후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