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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마누 Jan 11. 2024

뉴욕타임스편집장의 글을 잘 쓰는 법

자신의 글을 써보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에게

(1년 전에 블로그에 쓴 글을 살짝 고쳐서 올린 글입니다.)


나는 왜 글쓰기를 포기했을까.

이십 대 중반에 과선배의 소개로 작은 잡지를 만드는 사무실에서 일 년 정도 일을 했다.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작가가 운영하는 사무실이었는데 이년만 일하면 등단시켜 준다는 말에 80만 원을 받고 다녔다.

그분은 정말 글을 잘 쓰는 사람이었다. 완벽한 문장을 구사했다. 내가 쓴 글을 쓱 읽어보고는 몇 줄 고쳐주곤 했는데 그때마다 글이 달라져 있었다. 담배를 입에 물고 언제나 컴퓨터 앞에서 글을 쓰는 모습에 아. 작가는 뭔가 달라도 다르구나. 싶었다. 하지만 나는 이년을 채우지 못했다. 


사무실에는 남자직원이 둘 그리고 내가 있었는데 남자직원들이 외근을 나가면 나를 불러서는 어깨를 주무르게 했다. 나중에는 어깨를 주무르는 손을 잡기까지 했는데 소름이 끼쳤다. 아빠와 비슷한 나이의 남자가 딸 같아서 그런다는 말에 "나는 당신의 딸이 아니다."라고 말은 못 하고 그저 몸을 피하기만 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선생님은 오후에 중년여성들에게 수필강의를 해 주었는데 옆에서 나는 커피를 준비하거나 수강생들이 쓴 수필을 고치는 일을 하곤 했다. 이십 년 전에도 돈 많고 시간 많은 중년의 여성들은 많았고, 선생님 선생님 부르며 사무실을 드나들었는데 내 눈에는 그게 좋지 않아 보였다. 무엇보다 글을 배우러 와서는 왜 그렇게 밥을 못 먹어서 안달인지. 저녁 늦게까지 남아 무슨 글을 쓰겠다고 하는 건지.


그 당시 해안도로에는 비싼 레스토랑들이 있었는데 우리끼리는 불륜들의 집합소라고 하며 낄낄대는 곳들이었다. 그런데 수강생들은 꼭 선생님과 나를 데리고 그곳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비싼 스테이크를 시키고는 한 조각 먹을락 말락 하며 둘이 나란히 앉아 낄낄대고 나는 고개를 숙여 고기를 먹었다. 커피숍에 가거나 해안도로에서 드라이브를 하는데도 언제나 나를 데리고 다녔다. 그들에게 나는 방패이자 안전막 같은 거였다. 그게 못 견디게 싫었다. 


등단을 하고 싶은데, 글을 써야 하는데.. 여기서 어깨를 주무르고 선생님 하며 아양을 떠는 아줌마들과 함께 지내야 하다니. 싫어도 너무 싫었다. 그 후로 나는 등단을 포기했다. 혜성같이 등장한 신인이 되기엔 능력이 없었고, 든든한 백이 조금만 참으라고 하는 걸 뿌리쳤다.


그 후 오랫동안 소설가의 꿈을 접고 살았다. 해마다 신춘문예 당선작과 이상문학상을 사고, 베스트셀러 책을 읽었다.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마음을 꾹 누른 채 작가들을 동경하며 그렇게 살았다.


누르는 힘과 나가고 싶다는 힘이 팽팽하게 맞설 때는 괜찮았다. 쓰고 싶다는 마음이 폭발했다. 그동안 못 썼던 것에 한풀이라도 하듯 매일 글을 쏟아낸다. 블로그와 브런치, 인스타에서 하얀 A4용지에 글이 박히는 순간이 좋다.      



목적이 있는 글쓰기


모든 글에는 목적이 있다. 칼럼이든 리포트든 하다못해 아이들에게 남기는 쪽지에도 반드시 하고 싶은 말이 담겨 있다. 나의 의견이 상대방에게 잘 전달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상대방이 읽고 공감해 주는 것이 글쓰기의 목적이라면 과연 어떻게 글을 써야 읽는 사람을 감동시키거나 설득시킬 수 있을까?


멋진 글쓰기를 위한 15가지 원칙


세상에 귀를 기울여라

사람들은 보통 자기 생각을 지키려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공감, 공감, 공감,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싸움을 걸지 마라

감정을 건드려라

상대의 도덕적 가치관을 이해하라

공통점을 강조하라

당신이 아는 것에 대해 써라

독자를 놀라게 하라

구체적으로 명시하라

스토리를 담아라

팩트는 중요하다

그러나 팩트만으로 상대를 설득할 수 없다

전문 용어를 피하라

다듬고, 덜어내고, 잘라내라


자신만의 글쓰기

글 쓰는 사람은 자신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쓰는 글에서만큼은 이 글을 쓸 자격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박사학위를 딴 사람만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말이 아니다. 청소부든 임산부든 자신의 경험을 활용해 보편적인 주제에 접근해야 한다. 자신만의 목소리로 글을 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루키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말한 것과 비슷한 느낌의 문장도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놓치고 지나가지만 당신만이 보고, 느끼고, 관찰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누구나 각자 나름대로 경험과 지각이 있다. 당신이 열여덟 살이든 여든 살이든, 유명하든 유명하지 않든, 글에는 당신만의 경험과 감정이 담겨 있어야 한다. P.80


작가는 앤젤리나 졸리와 우디 앨런, 힐러리 클린턴 등의 유명 인사들의 이야기를 예로 들면서 어떤 글이 좋았고, 어떤 글은 고쳐야 했으며, 어떤 글은 거부했는지를 상세하게 말해준다. 가만히 글을 읽다 보면 아, 하고 스스로 깨닫는 순간이 온다. 글쓰기에 관한 책은 많다. 그만큼 사람들이 글쓰기에 관심이 많다는 말이다. 또한 글쓰기의 방법이 얼마나 다양했으면 그 많은 사람들이 쓰고 썼는데도 또 쓸 게 있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의 생각과 의견을 전달하는 글쓰기의 기본 법칙을 습득하면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설득력 있게 전하고, 타인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세상에 자신의 목소리를 전하고 싶은 사람, 자신만의 글을 완성하고 싶은 사람에게 유용한 설득 원칙과 글쓰기의 테크닉이 담겨 있는 책이다. 굳이 책을 쓰지 않아도 SNS에 올리는 글을 쓸 때도 도움이 되는 일상적인 글쓰기 책이다.


글로든, 말로든 누군가와 공통점을 찾으려 할 때는 망설임 없이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를 공개하고 상대방에게도 개인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 애이브러햄 링컨은 토론에서 먼저 상대방에게 수긍하는 모습을 보이며 논쟁을 유리하게 이끄는 전략으로 유명했다.


"여섯 개를 양보하고 일곱 번째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사실 가장 중요한 쟁점은 이 일곱 번째에 달려 있었다. 링컨을 단순하고 쉬운 사람으로 본 사람들은 어느샌가 시궁창에 누워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낙관적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메시지보다 긍정적인 메시지에 더욱 반응한다. 사람들은 긍정적인 말을 듣고 싶어 한다. 죄책감이나 절망감을 느끼고 싶은 사람은 없다.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낙관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면 사람들은 당신의 이야기에 더욱 귀를 기울일 것이다.


잠자리에 들기 전 오늘 목격했거나 들은 인상 깊은 일을 적는다. 그 일이 머릿속에 잊히지 않고 남아 있는 이유와 함께 적는다. 이런 장면들이 가상의 이야기의 출발점이 된다. 주변에 귀를 기울인다면 수많은 진짜 이야기를 수집할 수 있다.


쉽고 간결하되 구체적으로 글을 써라


로마의 웅변가이자 정치가인 키케로의 글

"인류가 세기를 거듭하며 반복하는 여섯 가지 실수가 있다. 타인을 짓밟는 것으로 자신의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믿음, 변할 수도 고칠 수도 없는 일을 걱정하는 태도, 성취할 수 없으므로 어떤 일이 불가능하다는 주장, 사소한 일에 기우는 마음을 다잡지 않는 것, 정신을 발전시키고 개선하지 않는 것, 자신이 믿는 바와 사는 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이다." -잘 쓴 글의 표본-


<뉴욕타임스편집장의 글을 잘 쓰는 법>에 수록된 풍부한 예문을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된다. 책에 나와 있는 키케로와 링컨, 또 다른 이야기들을 찾아 읽었다. 이 책을 중심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를 했다. 

막둥이가 엄마생일선물이라며 그려준 고래그림.

연필이나 사인펜을 사용해서 밑그림을 그리면 너무 만화 같을 거 같아서 처음부터 물감으로만 그렸다고 한다. 8살짜리도  생각해서 그림을 그린다. 자신이 왜 이런 그림을 그렸는지 정확하게 말한다.

 

글쓰기를 하기 전에  하고 싶은 말과 쓰고 싶은 글이 뭔지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 건지 미리 생각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듯 길게 쓰는 글, 혹은 멋지게 꾸며진 글이 반드시 좋은 글만은 아니다. 하나만 놓고 보면 좋은 문장이 전체 글에 어울리지 않거나 글 쓰는 목적에 어긋나면 과감히 버려야 한다. 어떤 글을 쓸 것인가를 분명하게 알고 글을 쓴다. 


간결하고 명료하게 생각을 나타낸 글, 술술 읽히는 글, 아름다운 표현에 가끔 책을 읽다 말고 한숨이 나오는 글, 독자로 하여금 인생을 돌아보게 만드는 글, 누군가에게 읽어주고 싶은 글.

그런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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