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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마누 Mar 21. 2024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이승우



소설가가 소설을 쓰는 것이 아니라 소설을 쓰는 사람이 소설가다 - 이승우-


이승우는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이다.  195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났다. 서울신학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에서 공부했다. 1981년 <한국문학> 신인상에 <에리직톤의 초상>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소설가 이승우가 소설을 쓰면서 그리고 소설 쓰기를 욕망하는 문학청년들을 보면서 생각날 때마다 한 구절씩 적어나간 사적노트다. 소설작법책이 아니라 소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책이다.



모든 소설은 궁극적으로 자전적이다.


작가는 책 속에서 소설을 쓰면서 일기 쓰기를 그만두었다고 말한다. 괴롭거나 억울하거나 부끄럽고 참담한 것들을 쓰는 일기가 나름대로의 처세, 치유의 방법이었다면, 소설 쓰기는 일기 쓰기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방편이 된다. 

소설가는 소설을 쓰면서 세상을 견딜 힘을 얻는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통해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그런 점에서 누구나 작가다.


소설가는 자신의 생이라는 집을 헐어 그 벽돌로 소설이라는 집을 짓는 사람이다. -밀란 쿤데라-


같은 말이라도 재미있게 전하는 사람이 있다. 목소리 톤을 바꿔가며, 숨을 고르며, 상대의 반응에 맞춰 이야기를 잡아끌거나 당기며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드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전하는 이야기 속에는 들은 이야기도 있고, 자기가 겪은 이야기도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잘하려면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알아야 한다. 많이 듣고, 기억하고, 내 것으로 만든 다음 전달한다. 


소설도 마찬가지다. 소설가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자신만의 문장으로 표현한다. 이때 중요한 건 소설가가 말하려고 하는 것이 얼마나 절박하고 간절하게 원하는 가이다. 내 가슴속에 숨어 있는 욕망과 분노, 기쁨과 사랑, 의혹과 불신들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밖으로 나오면 이야기가 되고, 소설이 된다. 




이걸 쓰면 소설이 되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떠올랐을 때 우리가 할 일은 그걸 붙잡고 곧바로 책상에 앉아 소설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 막연한 생각을, 어떤 형체가 만들어질 때까지 만지작거리며 조형하는 일이다. 소설가는 신비주의자여서는 안 된다. 궁리하고 추리해야 한다. 소설은 막연한 생각이나 실체가 없는 이미지가 아니라 정교한 조형물이다. P.70


쓰다가 만 소설,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소설, 수습이 안 된 채 끝나는 소설, 앞과 뒤가 사뭇 달라서 혼란스러운 소설 들은 대개 밑그림 작업을 거치지 않고 집필된 소설들이다. 설계도 없이 지어진 건축물이 불안한 것처럼 이 작품들도 불안하다.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밑그림은 치밀하고 섬세할수록 좋다. P.75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이승


사람도 사랑도 책도 결국 타이밍이다. 열렬히 사랑했지만 헤어지고,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과 만난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가장 친한 사람이다. 책은 어떨까? 베스트셀러를 읽어도 그냥 그럴 때가 있고, 작고 얇은 책 한 권이 한 문장이 뇌리에 박힐 때도 있다. 


한 달째 소설을 못 쓰고 있다. 6편의 단편소설을 몰아 썼는데, 갑자기 글이 딱 멈췄다. 내가 뭘 쓰고 싶은 거지? 이렇게 쓰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 머리가 혼란스럽고, 모든 게 자신 없어졌다. 신나게 달리다가 길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멍한 얼굴로 두리번거리며 뭔가를 찾고 있을 때 #행운의 봄님이 이 책을 소개해줬다.



<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에는 내가 소설을 못 쓰는 이유가 정확하게 나와 있었다. 감사한 일이다. 지금이라도 이유를 알게 돼서. 원인을 알았으니 이제 내가 할 일은 잘못된 소설작법을 버리는 것이다.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나를 이끌어주는 스승도 좋지만, 나보다 딱 한걸음 앞에 서 있는 사람의 발자국을 따라 걸을 때 주는 안정감이 있다. 작고 얇은 책이다. 그러나 내용은 크고 무거웠다. 다시 소설이 쓰고 싶어졌다. 지금 내게 딱 필요한 책이다.


소설을 쓰고 싶다면 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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