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플릭스 드라마 <닭강정>을 보고 쓴 지극히 개인적인 글입니다. 드라마 <닭강정>에 대한 정보는 없습니다. 만일 병맛드라마를 좋아하신다면 추천드립니다. 저는 재미있게 봤지만,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분홍와이셔츠에 찐 분홍 넥타리, 파란 조끼와 노란 바지를 입은 남자가 길을 걸어가고 있다. 갈색 서류가방을 크로스로 메고, 이어폰을 낀 채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걷는다. 맞은편에서 오던 여고생이 남자를 쳐다본다. 핸드폰 너머에 있는 친구에게 말한다. "나 길거리에서 노래 부르는 사람 처음 봐." 여고생의 눈이 남자를 떠나지 않는다. 남자는 노래를 부르는 도중 흥에 겨웠는지 춤을 추기 시작한다. 팔을 흔들고, 고개를 까닥거리더니 발을 뒤로 돌리며 한 바퀴 돈다. "이제 춤도 춰. 신기해." 남자가 노래를 부르다 말고 여학생에게 쳐다본다 "뭘 보냐?""그렇게 하는데 안 보내냐?" "그러네."남자가 웃으며 말하고는 다시 노래를 부르며 걸어간다.
남자의 이름은 고백 중이다. 음악을 좋아하던 고등학생 시절 남자는 식사시간에 부모님 앞에서 음악을 하겠다고 말한다. 밥을 먹다 말고 아버지는 남자에게 너의 꿈을 응원한다고 말하며, 그렇다면 기계과에 들어가라고 대답했다. 음악과 기계과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남자가 말했다. "음악을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기계과는 취업이 가장 잘 되는 과다. 그러니까 기계과에 들어가라." 남자는 자신의 말을 전혀 들으려 하지 않는 부모님의 강압에 의해 기계과에 들어간다.
남자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반항은 노란 바지와 분홍셔츠, 파란 조끼를 입는 것이었다. 남자의 아버지는 면접장에 노란 바지를 입고 가는 남자를 보며 입술을 바르르 떨었다. "예쁘다."아버지는 남자에게 예쁘다는 말을 했고, 남자는 대기업면접에 떨어진다. 아버지는 끝까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고, 남자는 노란 바지를 입고, 사장과 대리만 있는 <모든 기계>에 인턴으로 들어간다.
남자는 노래를 좋아한다. 남자는 모든 상황을 노래로 표현한다. 남자는 자신이 만든 노래를 유튜브에 올리지만, 들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지만 남자는 계속 노래를 부른다. 남자의 노래가 일상에서 사랑으로 바뀐다. 사장의 딸을 사랑하는 남자는 여자 앞에서 자꾸 수줍은 미소를 짓는다.
최선만사장은 대기업에서 잘 나가는 사원이었다. 사랑하는 아내가 딸을 낳고 죽었다. 그 후 사장은 딸 민아를 애지중지 키운다. 사장에게 민아는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존재이자 삶의 가치이고 이유였다. 최선만은 지금처럼만 살자는 마음으로 <모든 기계>라는 회사를 차렸는데, 사장이지만 회사에 별로 관심이 없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이 닭강정으로 변했다. 너무 어이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현실을 직시하는 순간 표정이 일그러지고, 눈물이 쉴 새 없이 흐른다. 그렇지만 정신 차려야 한다. 닭강정이 된 딸을 지켜야 한다. 어떻게든 딸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최선만사장에게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
유인원박사는 아시아최고의 과학자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알 수 없는 기계를 발견했고, 곧 매료된다. 과학자로서 아무리 연구해도 알 수 없는 200년 전의 기계를 연구하며, 그는 과학자로서의 사명에 불타오른다. 과학자로서의 호기심과 가설을 세우고 증명해야 하는 박사는 알 수 없는 이 모든 일들이 인간이 아닌 누군가의 짓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가 세상을 바꾸길 간절히 원한다.
백정닭강정의 직원 4명은 지구에 살고 있는 외계인이다. 그들은 고도로 발전된 외계에서 지구에 여행을 왔다 표류하게 된다. 지구인들의 욕망과 욕심으로 인해 돌아갈 기계를 잃어버린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지구에 적응하며 돌아갈 날만을 기다린다. 그들에게도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
욕망의 충돌
넷플릭스 드라마 <닭강정>은 각자의 욕망이 충돌하면서 벌어지는 갈등의 연속이 재미를 더한다.
<극한직업>에서 만났던 말의 향연을 <닭강정>에서는 아예 대놓고 볼 수 있다. <닭강정>의 주인공이자 닭강정으로 변한 딸을 되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류승룡의 연기는 어색할 만큼 오버스럽고, 넘치는데 이상하게 어울렸다. <마스크>에서 이미 안재홍의 연기에 감탄했는데 <닭강정>에서는 심지어 멋져 보이기까지 했다. 남편과 둘이 보면서 배우들이 어떻게 웃음을 참았을까 대단하다.라는 말을 나눴다.
각기 다른 입장인데 원하는 것은 하나다. 누가 더 간절하게 원하는가에 띠라 이야기는 점점 알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눈물을 흘린다. 분명 터무니없는데 이상한데 공감된다. 심지어 감동까지 있었다. 대사는 예측을 벗어나고, 진지하게 말하는데 웃기고, 웃긴데 슬펐다. 하는 말마다 맞는 말만 하고, 이상한 사람들인데 딱히 나쁜 사람들 같지도 않았다. 한마디로 재미있는 드라마였다.
소설도 이렇게 써야 하는데.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글을 자연스럽게 써 내려가야 하는데. 내가 쓰는 글은 너무 뻔하다. <닭강정>을 쓴 작가는 쓰면서도 낄낄댔을 것이다. 부럽다. 진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