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려나 부다
앞집 사는 치매 할머니가 한 시간째 소리를 지른다
불 꺼진 집을 등지고 서서
열리지 않는 대문을 보며
할머니는 달래도 보고 화도 내기도 하며 서 있다
별도 달도 없는 밤
구릉이 잔뜩 내려앉았다
멀리서 사이렌 소리 점점 작아지고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 시간에
할머니는 지치지도 않고 말을 하고 있다
상대 없는 대화 정도는 일도 아니라는 듯이
혼자 주고받으며 가끔 마당 한 바퀴를 도는 할머니를
부엌 치우다 말고 본다
나는 할머니의 소리를 듣지만 대답할 수 없고
할머니가 부르는 이는 여기 없으니 아무것도 모른다
오늘 밤 비가 내리고
공기가 서늘해지면 문득 정신이 들어
집으로 들어가 이불 덮고 푹 주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