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이 커다랗고 대단하고 멋진 거라고 생각할 때가 있었습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고, 도전하는 자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을 가슴에 담고 살았습니다. 성공한 사람의 책을 읽으며, 그들이 말하는 성공의 길에 조금이라도 다가가기 위해 뭐라도 하고 싶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과연 내가 원하는 성공은 뭘까? 하는 아주 근원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고, 쉽게 답할 수 없는 자신을 보며 한심해하던 중에 "나는 오늘도 달린다"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그 책의 작가는 성공이라는 건 그리 대단하거나 멋진 것만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자기 자신을 이기는 것이 성공이라고 말하며, 하기 싫어도 일어나 몸을 움직이고, 운동하고, 청소하는 것으로도 성공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나는 오늘도 달린다."는 독서모임의 7월 선정도서였습니다. 책에 대해 말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현재 독서모임 회원들이 하고 있는 운동이나 그전에 했던 운동들에 대해 이야기가 흘러갔습니다. 누군가 예전에는 달리기를 잘했는데, 지금은 무릎이 아파 못 한다는 말을 꺼냈고,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서로 얼마나 아픈지에 혹은 아팠던 경험이 있는지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마음씨 착한 회원님이 우리 나이에는 무릎보호대가 필수라는 말을 하며, 무릎보호대를 보내주신다고 했습니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습니다. 무릎보호대만 보내주면 운동을 열심히 하겠다고 했고, 이왕에 운동할 거면 같이 하자는 말이 나왔으며, 하고 나서 인증하는 건 어떠냐는 말에 순발력이 뛰어난 독서모임 회장님이 얼른 운동 인증방을 만들었습니다.
독서모임하는 단체방과 독서모임을 하는 회원들 중에 운동을 하는 단체방 두 개가 생겼습니다. <오늘도 나는 성공한다>라는 방제에 걸맞게 우리는 매일 운동하고 인증숏을 올립니다.
저는 처음에는 헬스장에 가거나 걷기를 올렸는데 요즘 비가 많이 오고, 또 할 일이 자꾸 생겨서 운동에 한두 시간을 쏟을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게 유튜브에서 따라 하는 홈트레이닝입니다.
그전에도 요가소년이나 땅끄부부의 영상을 보며 혼자 운동했기 때문에 딱히 힘들 건 없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고른 게 "빅씨스"언니의 영상이었습니다.
지난주에는 홈트와 걷기 5일을 했고, 이번 주에는 "빅씨스"언니 영상으로 5일을 채웠습니다. 스마트 워치를 착용하고 일상생활을 했는데 8000보에서 만보를 걷고 있습니다.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게 사람마음이라 이왕이면 자꾸 움직이려고 하고 있지만,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고 짜증이 용솟음치는 요즘은 정말이지 운동하기 힘듭니다.
그래도 했습니다. 30분에서 35분 동안 숨이 턱에 차고, 얼굴에서 땀이 뚝뚝 떨어져 매트가 젖고, 손에 든 3킬로 아령이 땀으로 미끄러져도 끝까지 운동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운동해도 몸무게 변화는 없습니다. 운동한 만큼 잘 먹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영복을 입기 위해 운동하는 게 아닙니다. 갱년기를 앞두고, 조금이라도 건강하고 싶어서 시작한 운동입니다. 그래서 예전 다이어트에 비해 몸무게에 대한 부담감이나 스트레스는 없습니다.
운동하고 샤워하고 나면 아이들이 일어나고 하루가 시작됩니다. 아침에 운동하고 나면 뭐라도 해 낸 것 같고, 그걸 해낸 제가 좀 멋있기도 합니다. 이번 주 내내 저는 성공했습니다.
오늘 공모전에서 떨어졌지만 괜찮습니다. 실력이 부족하면 더 열심히 하면 됩니다. 중요한 건 끝까지 하는 겁니다. 포기하지 않고 하다 보면 언젠가는 될 거라고 믿습니다.
"빅씨스"언니와의 첫 만남은 몹시 혹독했습니다. 심박수가 160이었습니다. 숨이 턱에 차고 중심을 잡지 못해서 비틀거렸습니다. 끝날 시간만 기다렸습니다. 오늘 운동을 하는데 시간이 생각보다 빨리 흘렀습니다. 더 할 수 있는데 끝났다고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다음 주는 조금 더 강도를 높일 생각입니다.
운동이든 글쓰기든 혼자만 하는 건 보통 의지로는 불가합니다. 저처럼 갈대와 같은 심지를 가진 사람은 유튜브쇼츠나 넥플릭스의 유혹에 매번 넘어갑니다. 그럴 때 함께 하는 게 좋습니다. 운동은 같이 하고 있는데, 글쓰기는 여전히 혼자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운동은 느는 게 느껴지는데, 글쓰기는 영 진전이 없습니다. 저는 운동선수가 아니라 소설가지망생인데 말이죠.
운동해서 좋은 점은 맥주를 마실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맞습니다. 저는 먹기 위해 운동합니다. 굶어서 빼는 건 도저히 못 하겠습니다. 근육량을 늘리고, 기초대사량을 늘려야 합니다. 그것만이 좋아하는 음식을 적당히 먹으면서 살아가는 나름의 방법입니다. 저는 건강한 돼지가 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신 모든 분들도 매일 성공하는 삶이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