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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마누 Aug 22. 2024

악착보살

악착스럽다는 단어가 있다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악착스럽다 (齷齪스럽다)

형용사

매우 모질고 끈덕지게 일을 해 나가는 태도가 있다.

악착스럽게 일을 하다.

대화나 문장에서 쓰일 경우 몸 상하면서까지 일을 할 때 혹은 물불 가리지 않고 어떤 일을 하는 경우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악착같이 한다악착스럽다는 단어를 쓴다.



사실 나는 악착스럽다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다어떤 일도 악착스럽게 해 본 적이 없다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도 힘이 들면 포기하고 돌아서기를 반복했다일을 성취한 후의 기쁨보다 당장의 힘듦과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했다그러면서 마라톤선수들이 결승전에 들어오는 것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운동선수들이 남은 힘을 끌어모아 결승선을 통과하거나 마지막 한 방을 날리는 걸 보며 열광한다. 방관자이자 관객의 입장에서 그들에게 박수를 보냈다항상 그렇게 살았다.




그렇게 살다 보니 크게 모나거나 힘든 일이 없었다. 적당히 먹고 적당히 쉬며 살았다. 언제부턴가  꿈자리가 사납고 마음이 조급해졌다가끔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주여행 중 불국사에서  "악착보살"을 봤다. 해설사선생님의 말씀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악착같다는 말은 원래 불교용어이다. 불교설화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생전에 공덕을 많이 쌓은 보살이 극락정토에 가는 반야용선을 타야 하는데 그만 출발시간을 맞추지 못하고 늦게 도착했다. 



이는 자식과의 연을 쉽게 놓지 못하고 미련이 남았기 때문이다. 배는 이미 떠났다. 보살을 가엽게 여긴 누군가 밧줄을 던져 주었다. 보살은 밧줄을 붙잡고 반야용선의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극락정토로 향한다. 공덕을 많이 쌓았기 때문에 보살은 손이 미끄러지지 않고 밧줄을 잡을 수 있었다. 이를 악물고 그 줄에 매달려 극락정토에 도착한 보살을 악착보살이라고 부른다.



줄을 놓치면 바다에 빠져 죽고 줄을 끝까지 잡으면 극락정토에 도달한다. 만일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두고 온 자식과 당장 내일 뭐 할까도 생각나지 않을 것이다. 단지 이 줄을 놓치지 않겠다는 일념 하나로 버티지 않을까? 만일 그런 정신으로 뭔가를 한다면 이루지 못할 게 또 뭐가 있을까?


출처 : https://blog.naver.com/PostList.naver?blogId=sdh3590


가느다란 줄에 매달린 악착보살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삶이란 어쩌면 저토록 가늘고 위태로운 것일지도 모른다. 이를 악물고 매달려야 가능한 공간 안에서 잡념은 사라지고 하나의 생각과 정신만이 남는다. 



산다는 건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가끔 계산기가 고장 나서 요행을 바라기도 하지만 얄짤없다. 딱 한 만큼만 결과가 나온다. 질량보존의 법칙은 인생에도 적용이 된다.



나만 특별하지 않다. 좋은 일만 생기는 사람은 없다. 동전의 양면이다. 햇빛이 강할수록 길어지는 그림자처럼 화려한 웃음 뒤에는 아픔이 도사리고 있다. 그것만 생각하면 된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그렇게 공평하게 일어난다



좌절.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고 느낄 때 좌절하게 된다. 분노하고 반항하며 방법을 찾다가 좌절한다. 그럴 때가 있다. 사방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하다. 머리를 아무리 부딪쳐도 벽은 끄덕하지 않고 나만 아프다. 울다 지쳐 잠이 들 때면 서럽고 억울해서 꿈을 꾼다. 일어나면 잊힐 꿈이지만 낙인이 찍힌다. 강렬하게



무엇을 위해 사는가. 당신이 악착같이 매달려 있는 건 무엇인가? 극락정토를 꿈꾸는가? 그렇다면 매달려 있으라. 온 힘을 다해 악착같이 매달려 있으라. 이유도 원인도 찾지 말아라. 눈앞에 있는 파도가 두려워 눈을 감을 수는 있지만 손에서 힘을 빼면 안 된다. 삶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악착같이 매달린 사람을 손가락질할 게 아니라 뭔가를 그렇게까지 해 본 적 없는 나를 돌아볼 일이다.




옷이 떠내려간다. 욕심이 미련이 물살에 쓸려간다. 모든 것이 부질없다는 생각에 눈물이 나왔지만 눈물마저 흘러갔다. 나는 지금 발가벗은 상태이자 무욕의 몸을 가진 채 밧줄에 매달려 가고 있다. 몸보다 무거운 생각을 버리니 날아갈 듯 가벼워졌다. 이대로 손을 놓으면 미련 없이 휩쓸려갈 인생이다. 그래도 잡고 있는 걸 보면 나는 무척 이도 악착같이 살아왔고 살아갈 사람인가 부다. 내 이름은 악착보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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