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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매

by 레마누

좁은 콩깍지 안에

세 자매가 투닥거리며

햇살에 익어갔다.


너 때문에 비좁다고 발길질하고

너 때문에 안 보인다 빈정거리고

너 때문에 배고프다 난리피며



좁은 콩깍지 안에서는

채 익기도 전에 나갈 궁리만 했다.

때가 되면 절로 헤어진다는 걸 모르고

앞다퉈 세상 보겠다고 실랑이만 벌였다.


너만 없으면 편할 줄 알았는데

네가 있어 살 수 있었다는 걸

네가 없어야 내가 사는 게 아니라

너로 인해 내가 빛났다는 걸

흰머리와 주름이 가르쳐줬다.


좁은 콩깍지 안에서는

채 익기도 전에 나갈 궁리만 했는데

떨어져 살다 보니

만나면 반가워 어쩔 줄 모른다.






오랜만에 세 자매가 뭉쳤다. 나보다 몸도 마음도 큰 동생들은 나만 보면 많이 먹으라고 한다. 언니가 먹고 싶은 거 시키라고 한다. 언니가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한다. 나보다 몸도 마음도 커서 언니한테 그늘 만들어주는 동생들이 있어 나는 어딜 가나 두려운 게 없었다. 혼자가 아니라 셋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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