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심행 살라. 정신 똑바로 차려그네
명심하다.: 잊지 않도록 마음에 깊이 새겨 두다.
맹심하다 : '명심하다'의 제주도 사투리. 할머니는 내가 발을 헛디딛 때마다 맹심하라고 했다. 내딛는 한 걸음, 내뱉는 말 한마디에도 맹심하멍 살았던 제주 할망들이다.
매주 일요일 오전 7시부터 8시에 지담작가님이 진행하는 라이브 스트리밍을 듣는다. 아날로그 인간이라 라방이 처음인 나는 방송 첫날부터 들어가는 게 힘들었다. 구글 아이디를 몰라서 우왕좌왕하느라 방송에 집중하지 못 했다. 지담작가님의 강의는 한 순간도 놓칠 수 없는데, 인터넷은 자꾸 끊기고, 창 하나를 닫았더니 다른 창이 열리지 않고 뭘 잘못 눌렀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도 보지 않는데 혼자 얼굴이 빨개졌다. 역시 나는 안 되는 건가.!!
하는 순간 불연 듯 한번 이렇게 해 볼까? 싶었고, 했더니 됐다. 로그인이 됐다. 돼서 들어갔는데 아뿔싸!! 방송이 끝났다.
두 번째 라방 날은 정신바짝 차리고 있다 들어가서 질문도 했다. 혼자 뿌듯해하며 그래, 하면 되는거야. 레마누. 잘했어. 어깨를 두들겼다. 문제는 다음 주였다.
나는 깔끔한 집을 좋아하는데, 정리를 못한다. 그런데 집이 어지러운 것은 싫다. 우리 집에는 수납공간이 많은 장롱과 서랍장이 있다. 청소를 시작하면 바닥에 아무것도 없어야 한다. 들어갈 자리가 마땅치 않으면 일단 문을 열고 넣는다. 문을 닫는다. 끝이다.
겉으로 보기엔 깨끗해 보이지만, 어디 있는지 찾으려면 한참이 걸린다. 지나치게 잘 놓고 나서 잊어버린다. 맹심행 놓고 잊어버린다. (맹심하다. : 명심하다의 제주도 사투리)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 일을 망칠 때가 있다. 지난주 토요일 수업이 그렇다. 새벽 6시 시작이었는데, 7시 시작인 줄 알았다. 확인해보지도 않고 철썩같이 믿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7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들어가며 혼자 뿌듯해하고 있는데, 왠걸 작가님들이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바보 멍청이. 머리를 두들기며 줌에서 나왔다.
이상한 일이다. 예전같으면 자책하느라 바빴을 텐데 마음이 단단해졌는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부정적인 감정이 나오기 전에 얼른 에피소드로 만들었다. 실수는 할 수 있다.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 괜찮다. 괜찮다. 뒤처진만큼 발을 조금 더 놀리자. 마음을 먹었는데, 또 일이 생겼다. 자꾸 일이 생긴다. 마치 이래도 괜찮아? 정말? 할 수 있겠어? 시험에 들게 만든다.
그런데 정말 괜찮다.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 뭔지 잘 모르겠지만, 예전과 달라진 것은 분명했다. 한번의 실수가 끝은 아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내 생각을 믿고 움직이자. 조금 천천히 가고 있을 뿐이다. 앞선 사람들의 뒷모습이 나를 조급하게 만들지 않는다. 그들과 속도를 맞추는 것도, 혼자 가는 것도 다 좋다. 일단 나만의 페이스를 찾는 게 중요하다.
그렇다 해도 시간 약속은 지켜야 한다. 맹심해야 한다. 잊어버릴 것을 잊어버리며 괜찮다고 하는 건 여우의 신포도처럼 비겁한 자기변명이다. 뻗어나가려는 마음을 다독이고, 재촉했다. 똑같은 실수를 하고 싶지 않았다.
새벽 4시 눈을 떴다. 따뜻한 물 한잔을 들고 책상앞에 앉았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내 모습이 제법 괜찮다. 알람 소리가 울렸다. 5시 50분이다. 유튜브에 접속했다. 안 된다. 뭐지? 왜 안 열리지? 다시 얼굴이 빨개진다. 나만 모르는 뭔가가 있나? 나만 빼고 다 어디에 있는 건 아닌가? 눈을 감고 떴더니 사라진 친구들을 찾듯 다급하게 단체톡과 링크를 서둘러 찾았다. 없다. 왜 없지? 이번에는 제일 빨리 들어가고 싶었는데 뭐지?
착각이었다.
6시가 아니라 7시 시작이었다. 일요일 새벽에 혼자 북치고 신나게 장구를 쳤다. 너무 맹심하다 보니 다른 것이 보이지 않았다. 마음이 눈을 가렸다. 뭐든 적당히가 없다. 나는 모 아니면 도인 사람이었다.
글도 집청소하듯 쓴다. 어지러운 생각들을 정리하지 않고 머릿속의 문을 닫고 산다. 생각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맹심해서 놓긴 했는데 어느 구석에 있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헤매고 있는 사이 시간이 흐른다. 집을 청소하듯 머릿속도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글을 쓰는 사이 시간이 다 됐다. 오늘은 늦지 않게 들어가야지. 뭐가 됐든 글 하나는 건졌다. 맹심하며 살자. 너무 맹심해도 안 된다. 그럼 어떻게 하란 말일까? 숙제가 하나 또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