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이다. 멀리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 희미하게 들리고, 누군가의 통화소리가 가까워졌다 멀어진다. 모두가 잠든 지금 나는 홀로 깨어 너에게 편지를 쓴다. 너를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 눈을 감아도 떠오르는 너를 너의 이름을 마음껏 부르기 위해 연필을 들었다. 나의 사랑, 나의 꿈. 나의 모든 것.
너는 멀리 있다. 내가 다가가면 그만큼의 거리로 멀어진다. 가끔 힘이 들어 너를 잊고 싶었다. 잡을 수 없는 너, 만날 수 없는 너를 그리워하는 내가 불쌍해서 못 견디게 불쌍해서 너를 놓으면 내 마음이 편할까 싶었다. 그때마다 너는 부드러운 손길로 나를 위로했다. 그 순간을 붙잡고 다시 일어나는 밤이다.
너만을 생각하길 바라는 너는 이기적이다. 다른 곳을 보지 말라고 하면서 너는 내가 안중에 없다. 너 없이 아무것도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런 것일까 싶었지만, 애당초 너 하나밖에 모르게 태어난 나는 네가 없으면 존재의 의미가 없어진다. 너는 나의 사랑이자 슬픔이고, 날 기쁘게 하는 유일한 존재이면서 매일 아프게 파고든다
잡을 수 없는 하지만 언제나 존재하는 널 안아야 내가 산다. 나는 너를 잊을 수도 버릴 수도 없다. 네가 없으면 나도 없다. 너는 나를 울리고 돌아서며 미소 짓는다. 나는 너를 보며 눈물짓고 다시 웃을 힘을 얻는다. 너를 미워하면 너를 잊을 수 있을까. 너를 원망하면 내 마음이 조금 덜 아플 수 있을까.
이 글이 너에게 닿지 않을 것을 알고 있다. 내 목소리는 언제나 네 앞에서 흩어진다. 나는 간절히 너를 원하지만, 그만큼 널 만나는 것이 두렵다. 내가 있는 어느 곳에도 너는 있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을 지켜보는 눈을 있다. 너는 나를 모른다고 하면서 내 이름을 부른다. 나는 너를 잘 안다고 하지만, 정작 너의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없으니 이제와 생각하면 나는 너를 모른다.
깊은 밤이다. 눈만 감아도 떠오르는 너를 내가 모르는 그러나 알고 싶은 너를 생각하며 글을 쓴다. 이 글은 네게 닿지 않으니 쓸모없는 글이다. 그럼에도 쓰는 건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나의 마음을 위함이다. 나를 아프게 하면서도 너를 그리워해야 하니 너는 부디 잘 살고 있기를 바란다. 나의 사랑 나의 꿈 나의 아픔. 나의 고통이여. 부디 편안하시길.
사족 : 한 달 동안 "고통"이란 키워드를 잡고 글을 썼습니다. 고통에 대한 글을 찾아 읽고, 나를 괴롭히는 고통이 뭔지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고통이 두려워 피하고만 사느라 정작 고통이 뭔지 잘 몰랐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당분간 고통을 보내주려 합니다. 고통에 대해 쓴 글들을 묵혀 두었다 다시 꺼내 들었을 때 제 안의 고통이 숙성되어 있기를 바라며. 마지막으로 잡을 수 없었던 고통에게 편지를 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