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에 대하여
세계 일주라는 꿈을 안고, 평생 모은 돈으로 구매한 요트는
어이없이 당한 한 순간의 사고로 천천히 침몰해 간다.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오는 로버트
화가 나지만 이곳은 인도양 한가운데
감성에 호소하다간 그대로 하늘나라에 갈 수 있다.
이성의 끈을 잡고 사고수습에 나선 로버트
침몰을 대비해 구명보트부터 꺼내온다.
사고 난 컨테이너와 분리를 해 주는데
엄청난 속도로 요트에 물이 차 오른다.
세간살이는 모두 떠다니고
엉망에 된 요트를 보며 로버트는 할 말을 잃는다
어찌 되었든 인생은 계속되기에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먹은 로버트는
수리세트를 꺼내와서 구멍을 막고
열심히 배에 들어찬 물을 빼낸다.
간신히 수습된 내부 안에서 고생한 나에게 바치는 요리를 하는 로버트
침몰해 가던 배에서 가진 저녁은 그의 인생 최고의 식사였다.
인생에 큰 위기가 왔지만 그걸 극복함으로써 더 큰 행복을 얻은 아이러니한 하루였다,
출처 : 유튜브 수라무비
6월 29일 지담작가님의 유튜브라이브 스트리밍을 보면서 들은 내용과 제 생각을 담은 글입니다. 매주 일요일 오전 7시는 지담작가님이 참가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인문학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동참만으로도 사고의 확장이 이뤄지는 신기한 시간입니다.
가끔 생각하고 있던 것들이 지담작가님을 통해 나올 때가 있다. 그럴 때 소름이 돋는다. 지난주 유발 하라리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을 읽고,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고민했다. 그런데 유튜브 쇼츠에 "올이즈로스트"라는 영화가 떴다. 머릿속을 들킨 기분이었다. 알고리즘이 나를 더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소름이 끼친다.
그런데 29일 지담 작가님이 "21세기에 필요한 능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뭐지? 작가님도 알고리즘처럼 내 머릿속을 꿰뚫어 보고 있니? 작가님의 눈이 나를 지켜보는 것 같다.
21세기에 필요한 능력은 불편함을 견디는 능력이다 불편함이 없으면 할 생각을 안 한다. 불편함을 견디는 능력이 있어야 초민감성이 생긴다. 불편함을 쫓아라. 쉽지 않고 어려운 쪽을 선택하라. 편하다는 것은 내 감각이 모두 잠을 자고 있다는 것이다. -지담-
아이들을 키울 때 제일 어려운 문제가 어디까지 해 줄 것인가.이다. 없어서 못 해주는 것과 있지만 절제하는 것은 다르다. 해 줄 수 있는데, 하지 않으려면 엄마의 기준과 노력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조금도 불편하지 않게 키우는 것이 엄마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만일 편안하고 안락한 삶이 아이들에게 독이 된다면?
큰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먹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있어도 덤벼들어 먹지 않았다. 뭘 갖다 줘도 시큰둥했다. 7년 만에 낳은 딸이 먹지 않으니 애가 탔다. 그래서 아이를 졸졸 따라다니며 입에 먹을 것을 넣어줬다. 한 입만 더. 한 입만 더. 애원했다. 그럴수록 아이는 도도해졌다. 아이는 6학년이 될 때까지 요구르트 뚜껑을 깔 줄 몰랐다. 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이를 그렇게 만든 건 엄마인 나였다.
21세기에 필요한 것이 불편함과 결핍인데, 어리석은 엄마는 그걸 몰랐다. 그래서 "생존"이라는 키워드가 찾아왔다. 엄마가 없는 세상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혼자 망망대를 떠돌고, 난파당한 배를 사력을 다해 고치고, 홀로 저녁식사를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인상 깊었던 건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결국 인생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이에게도 이 말을 해 주고 싶다. 엄마가 해 주는 것이 아니라 네가 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그러려면 아이와 적당히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아이를 사랑해서 모든 것을 다 해줬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아이를 믿지 못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아니라면 엄마로서 최선을 다하는 내 모습에 만족하기 위한 행위였는지도. 아이의 입에 먹을 것을 갖다 바치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넘어질 때 달려가 일으켜 세우는 것이 아니라 다시 일어서는 아이를 믿고 기다려준다. 믿고 기다린다. 아이는 문제가 없다. 엄마가 문제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될 때 다시 시작하는 삶
절망의 순간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사력을 다하면 살아난다
죽을힘을 다해 죽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살아남아야 최고의 식사를 맛볼 수 있다.
보트에 구멍이 나서 바닷물이 들어오면 메꾸고 물을 퍼 다 버리고
극복하면서도 물 위에서 떠다니는 삶
그것이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