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빠져 보시겠습니까.
6월 8일 지담작가님의 유튜브라이브 스트리밍을 보고 들은 내용과 제 생각을 담은 글입니다. 매주 일요일 오전 7시는 지담작가님이 참가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인문학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동참만으로도 사고의 확장이 이뤄지는 신기한 시간입니다.
멋진 신세계에 대하여
제주도 김녕에는 미로공원이 있다. 미로에 처음 들어간 사람은 자꾸 막힌다. 갔던 곳에서 되돌아 나오고 새로운 길을 찾는다. 찾은 곳이 막히면 돌아선다. 벽은 움직이지 않는다. 막힌 것은 사람이다. 가는 것도 사람이다. 가만히 있는 미로 속에서 우왕좌왕하는 것은 사람이다.
몹시 더운 날 미로공원을 간 적이 있다. 걷는 것만으로 땀이 줄줄 흘렀다. 확신을 갖고 가는 곳마다 벽이었다. 미로는 쉽게 길을 내주지 않는다. 직접 돌아다니며 깨우쳐야 한다.
미로는 입구가 있으면 출구가 있다. 그것은 정해진 것이다. 모르기 때문에 당황하지만 알고 나면 쉬운 것도 미로다. 그렇게 한참을 헤매다 출구를 찾으면 찾았다는 자체에 희열을 느낀다. 미로에서 나오는 순간 더 큰 미로가 기다리고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
이상 異常 정상적인 상태와 다름
이상 以上 수량이나 정도가 일정한 기준보다 더 많거나 나음
이상 理想 생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상태
2025년 1월에 지담작가님을 만나고 나는 계속 異常한 상태였다. 대충 살아도 나름대로 행복했던 나는 갑자기 불행해졌고, 고통을 느꼈다. 그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나는 지금의 내가 보기에 이상했다. 그래서 異常을 버리고 理想을 꿈꾸기 시작했다.
이상異常을 이상理想적으로 가져가면 理想화된다.
이상을 이상적으로 가져가면 비상 非常한 사람이 된다.
비상 非常한 사람이 비상 飛上한다. 높이 날아오른다.
이상한 사람은 사회에서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상하다. 그런 사람들에 끌린다.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고,
남들이 다 하는 생각을 비틀고,
각 잡고 앞으로 걸어갈 때
오른팔과 오른발을 같이 흔드는 사람.
남들이 뭐라 하든 나 좋은 대로 사는 사람
내가 제일 잘 나가 하며 고개 빳빳이 들고 가는
그런 사람을 좋아한다.
삐삐롱스타킹처럼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개나 줘버려. 하면서 나만의 길을 걷고 싶다는 욕망은 하지 못함에서 나온다. 나는 삐삐가 되고 싶은 모범생이다. 속으로 온갖 더러운 것을 생각하면서 겉으로는 아무것도 몰라요. 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래서 들통날까 두렵다. 마음 깊숙이 숨어 있는 나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그런데 자꾸 밖으로 나오라고 한다. 이상한 것도 괜찮다고 말한다. 이상한 사람이 이상적으로 가져가면 이상화한다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여기서 만나는 사람들은 다 이상하다. 가만히 있어도 될 것을 굳이 고생을 사서 한다. 이상한 사람들이다.
입술이 부르트고 실핏줄이 터져서 눈이 빨갛고, 다래끼가 나서 팅팅 부은 눈을 하고서는 재밌다고 말한다. 행복한 표정으로 이 또한 즐겁다고 한다. 이상한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이 안에 있으면 나도 이상하게 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하지만 끌린다. 그들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 쓰고 보니 나도 이상한 사람이 분명하다.
이상한 사람들이 이상한 공간에서 만났다. 여기서는 이상하지 않기에 우리는 이상한 소리를 한다. 하는 말과 생각이 이상할수록 박수를 받는다. 이상한 세상에서 우리는 모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다 익숙해지고, 이해하고, 동화된다.
이상한 사람들이 모여 이상화를 꿈꾼다. 비상을 도모한다. 모두의 날개가 펼쳐지는 날 힘찬 날갯짓이 세상을 뒤흔들고,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 비상을 꿈꾸는 이상한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