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나를 움직인다.
제목을 거창하게 달았지만, 그래서 제목에 낚여서 들어온 작가님들이 계신다면 먼저 양해의 말씀을 구합니다. 저는 글쓰기전문 작가도, 출간작가도 아닙니다. 그저 책 읽고 글 쓰는 것이 좋은 평범한 아줌마입니다. 그런 제가 매일 글을 쓰다 보니, 어떻게 글을 써야 하냐고 묻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그중 가장 절실한 한 사람이 제가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했고, 저는 그에게 백일글쓰기를 권했습니다.
매일 새벽 그가 올려놓은 글을 읽고, 피드백을 남깁니다. 지금까지 15편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걸 글쓰기 수업이라고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언젠가 글이 어려운 사람들, 그렇지만,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글쓰기강의를 하고 싶은 저에게는 무척 뜻깊은 시간입니다.
저는 궁금했습니다. 부족한 것 없이 사는 그가 왜 그토록 간절하게 글을 쓰고 싶은지, 그의 글을 읽으며 그의 마음을 헤아려봅니다. 오늘 제가 쓰는 글은 그에게 바치는 글입니다.
친구야.
오늘 새벽에도 너의 글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했어. 네가 백내장수술을 한 날 그래서 글이 올라오지 않았던 지난주의 어느 날, 너는 미안하다고 하며 이제부터는 빠지지 않겠다고 했지. 눈수술을 했는데도 다음날, 글이 올라왔더라. 대단해. 정말 대단한 열정이야. 그 자세만으로 너는 이미 훌륭한 글을 쓰고 있단다. 삶에서 네가 그려내는 자세와 태도 자체가 글이고 감동이야.
오랜만에 연락을 한 네가 글쓰기를 진지하게 배우고 싶다고 했을 때, 내 가슴이 얼마나 뛰었는지 네가 알까?
매일 내가 쓴 글을 읽고 있다는 말에 기쁨과 감격이,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책만 읽더니 너는 참 변함없구나 하며 부럽다고 말에 약간의 뿌듯함이
나도 너처럼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하고 싶다는 말에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너무 늦은 건 아닌지 걱정된다는 말에는 안쓰러움과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하려는 너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단다.
그 모든 감정이 내 가슴을 뛰게 만들었어.
그래, 친구야. 우리가 그런 나이가 되었지.
열심히 달리다가 문득 멈춰 서서 내가 어디로 가고 있지? 돌아볼 나이.
어렸을 때는 어른이 되면 나아질 거라는 막연한 희망이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더 이상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아 불안한 나이.
여기서 더 나빠지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면 혹시 내가 잘못 산 건 아닐까? 후회하는 그런 나이가 되었어.
너도 나도 주름하나 없던 시절에 만나 지금은 서로가 늙어가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하고 있지. 그래도 얼마나 다행이니. 같이 나이 들며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어서.
눈물 고인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너는 변하고 싶다고 말했어. 글을 쓰고 싶다고 했지.
쓰고 싶으면 쓰면 돼.
뭘 쓰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고?
그래서 나는 너에게 한 달 동안 쓸 30개의 키워드를 주었단다. 친구야. 낯선 단어를 보고 떠오르는 것을 마음껏 써보라는 나의 말에 너는 의심쩍은 눈으로 쳐다보더라. 당연한 일이야. 도대체, 첫사랑과 서랍과 자석이랑 하늘이랑 등등 주변에 둥둥 떠다니는 단어들을 잡아서 글을 쓴다는 것이 말이 돼? 이런 것도 글이라고? 네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해. 그런데 말이야. 그게 되더라.
평소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을 글로 쓰며 생각을 확장하고
매일 글쓰기를 통해 글근육을 늘린다.
백일글쓰기는 3년 전 내가 블로그에서 했던 글쓰기방법이야. 그때, 블로그에서 만난 이웃작가님 2명과 함께 백일글쓰기를 했단다. 셋이 열 개의 키워드를 내놓고, 그럼 30개가 되겠지? 그걸 갖고 30편의 글을 썼어. 내가 생각한 키워드는 평소에도 생각했던 거라 술술 글이 나왔는데, 다른 작가님들이 던진 키워드는 정말 종잡을 수가 없었어.
그래서 종일 단어하나를 가지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생각하다가 어느 순간 정리가 되면 글을 썼지. 물론 글이 진짜 안 나올 때도 있었어. 그런데도 썼어. 약속이니까. 같이 쓰기로 했으니까. 그래서 그냥 썼어. 매일 글에 번호를 매기고, 그렇게 글을 썼지.
20번에서 40번으로 넘어가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 그런데 시간에도 가속도가 붙더라. 지루하고 힘들 때는 느리게 가던 시간이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빨라지는 거야. 추상적이었던 단어들을 구체적인 글로 만들고, 막연한 생각을 논리적으로 풀어내며, 텅 비어 있던 백지에 글을 채워 넣는 동안 나만의 공간에 글이 쌓이는 거야. 번호가 70번에서 순식간에 90이 되고, 어느 순간, 생각하지 않았는데 100을 채웠어. 희한한 일이었지.
지금처럼 살고 싶지 않은 변화에의 갈망이
방법을 찾아낸다
자신을 낮추고, 새로운 것에 순종한다
의심이 아니라 확신을 갖고 행한다
한꺼번에 잘하려기보다
매일 꾸준히 한다
함께 갈 사람을 찾는다
힘들 때 의지하고, 자극받으며 함께 나간다
목표를 세우는 순간 목표를 잊는다.
다만, 오늘 할 일을 할 뿐이다
과정이 충실하면 결과가 쌓인다.
친구야.
나는 네가 백일글쓰기에 성공한다는 것을 믿어. 너는 누구보다 간절하게 변화를 바라고 있지. 너를 짓누르는 현실의 무게는 너의 꿈을 결코 이기지 못해. 백내장 수술을 한 날에도 글을 쓰고 싶어 안달 난 너를 보며 나는 느낄 수 있었어.
네가 얼마나 멋진 지 알고 있니?
너의 그 큰 눈에 얼마나 많은 가능성이 담겨 있는지 알고 있니?
세 명의 아들을 멋지게 길러내고, 20년이 넘는 시간을 시어머니와 함께 살며 쌓아온 너의 내공이, 귤농사를 지으며 계절의 변화와 자연의 힘을 온몸으로 느끼는 너의 경험이 이제 글이 될 거야. 너는 지금까지 하지 않아서 그렇지 하기만 하면 어마어마한 일을 벌일 사람이야. 그런 너에게 내가 아주 작은 힘이 될 수 있다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어.
그래서 나는 네가 참 고마워. 나에게 말을 걸어줘서 고마워 친구야.
글 쓰는 것을 물어봐줘서 고마워.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방법을 너에게 말할게.
받아들이고 너만의 것으로 만들어서 다시 새롭게 창조하는 것을 지켜보며 응원할게.
친구야. 사랑하고 또 사랑해. 내일 새벽에 글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