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이야.
아이야.
엄마는 부끄럽지만, 부끄럽다는 말을 달고 살고 있어.
엄마는 늘 부끄럽단다.
사람들 시선이 쏟아질 때,
엄마의 말을 들으려고 숨을 죽일 때,
글을 발행할 때,
모두가 앉아 있을 때 혼자 일어서 나갈 때,
누군가 빤히 쳐다볼 때
숙제를 하지 않고 학교에 갔을 때
결과물에 정성을 다하지 않았는데 칭찬을 들을 때,
맞장구치던 사람들의 연락이 점점 줄어들 때,
했던 말과 행동을 되새김질하면
너무 부끄러워서 빨개진 얼굴로 쥐구멍을 찾지.
머리만 집어넣고 숨을 죽이면 부끄러움이 사라질까?
보이는 것만 숨기면 된다고 생각하고
내일이면 잊어버릴지도 모른다고 기대하며
숨기고,
숨긴 게 들킬까 전전긍긍하다,
들키고,
드러난 속내가 부끄러워서 어찌할 바를 모른단다.
부끄러움은 그런 거더라.
오래 산다고 해서 부끄럽지 않은 것도 아니고,
잘하겠다고 마음먹는다고 해서 부끄럽지도 않은 거더라.
그런데 아이야,
참 이상한 일이지.
할 바에는 잘하려고 하고,
잘하지 못할 바에는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할 때는
하지 않을 때마다 부끄러웠는데
잘하지 못해도 그냥 하고,
서툴러도 숨기지 않고, 몰라요라고 말하면
생각보다 부끄럽지 않더라, 오히려 시원하기도 했어.
뭐가 그렇게 부끄러웠을까?
뭐가 그렇게 두려웠을까?
뭐를 그렇게 숨기고 싶었을까?
엄마는 그걸 알아야겠어. 그래야 적어도 네 앞에서만은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될 것 같거든.
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있는 너의 성장속도에 맞출 수는 없겠지만
엄마만의 속도로 그렇게 엄마도 삶의 균형을 맞춰가는 과정을 통해
삶을 충만하게 채워나가려고 해.
엄마 옆에서 같이 걸어가 주겠니?
네가 언제 어디서라도 엄마를 자랑스러워하도록
엄마가 엄마를 잘 키워볼게. 고맙고 사랑해. 엄마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