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글쓰기의 기적
아이야.
엄마가 오늘 참 기분 좋은 전화를 받았어. 그래서 네게 자랑을 좀 하려고 편지를 쓴다. 엄마 얘기 들어보겠니?
너도 알고 있지? 서귀포에서 귤농장을 운영하는 엄마친구 말이야. 엄마랑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같이 다닌 동네친구여서 엄마는 그 친구의 어린 시절을 모두 알고 있단다. 심지어 그 친구의 집에 뭐가 있는지도 훤히 알고 있었어. 예전에는 친구네 집에서 밥 먹고 놀다 오는 게 예사였거든.
시어머니와 함께 살며 아들 셋을 키우면서도 친구는 한 번도 힘들다는 소리를 하지 않았어. 어릴 때부터 마음이 착하고 성실했지. 엄마에게는 없는 장점이 많아서 배울 것이 많았단다. 그런데 그 친구가 몇 달 전부터 힘들다고 하는 거야.
갑자기 몸이 아프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갔다 왔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가슴이 철렁했단다. 집안팎으로 이런저런 일이 생겨서 몸도 마음도 힘든 상태에서 고3인 둘째가 있으니 힘들어도 힘든 티를 내지 못하고 살았었나 봐. 그렇다고 맘 편히 집에서 쉬지도 못했을 거야. 농사일이란 게 비가 와야 쉬는 날이잖아. 아니지 비 오는 날에도 창고에서 계속 일을 했단다. 착함과 성실이라는 장점이 언제부턴가 친구를 힘들게 하는 것 같아 안쓰러웠지.
엄마가 동네친구들 중에 유독 그 친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 친구에게는 꿈이 있기 때문이었어. 다른 친구들과 만나면 시댁이나 남편, 아이들 얘기를 하기 바빴는데, 그 친구는 조금 달랐단다. 항상 뭘 배우고 있었고, 만날 때마다 달라져 있었어. 그리고 꿈을 얘기했지. 엄마는 눈을 반짝이며 꿈꾸는 그 친구가 참 좋았어.
온라인 쇼핑몰을 열고, 스토어에서 싱싱한 귤을 팔더니 SNS활동을 활발히 하더구나. 그 친구와 만나면 엄마도 그럴듯한 모델이 되었단다. 작은 조명까지 챙기고 다니는 모습이 정말 프로 같았어. 그렇게 인**그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지만, 정작 팔로워수는 적다며 한숨을 쉬곤 했지.
엄마의 소설 <당신의 안녕>이 출간되자 제일 먼저 축하전화를 걸어온 사람도 그 친구였어.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더구나. 그러면서 친구는 글을 잘 쓰고 싶다고 했어. 책은 틈틈이 읽고 있지만, 글은 쓰지 않는다는 친구는 요즘 들어 글쓰기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고 하더라.
-그럼, 백일글쓰기 챌린지 한 번 해 볼래? 내가 한 달에 서른 개씩 키워드를 주면 그걸로 글을 쓰는 거야.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그냥 키워드를 보고 떠오르는 것을 쓰는 거야. 하고 싶은 말을 써도 되고, 생각나는 에피소드를 써도 돼. 아침에 키워드를 잡고 종일 생가하다 밤에 후다닥 쓰는 거지. 어때?
-SNS에 올리는 짧은 글도 잘 쓰고 싶어.
-일단, 글근육을 키우자. 그렇게 백일을 성공하면 다음 단계로 가는 거야.
친구는 살짝 망설이는 것 같았지만, 고민의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단다. 그렇게 친구는 매일 글쓰기를 시작했고, 백일을 채웠어. 백일이 끝나자마자 빨리 다른 키워드를 달라고 하더라. 쓰다 보니 재미있고, 또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는 거야.
그 친구에게 오늘 전화가 왔어.
격앙된 목소리로 인**그램 팔로워가 8천을 넘었다고 말하는데 엄마는 소름이 돋았단다. 불과 몇 달 사이에 팔로워가 갑자기 늘어난 거야. 오늘만 해도 삼 백 명이 더 늘어났다고 하고, 이벤트글에 댓글이 천 개 이상 달렸다는 말에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단다.
친구는 그 모든 변화의 시작을 백일글쓰기챌린지라고 말했어.
글쓰기를 시작하고 희한하게 아픈 것이 사라졌다는 거야.
남편과도 싸우지 않는다는데, 그건 싸울 일이 없어서가 아니라
싸움에 신경 쓸 겨를이 없기 때문이었단다. 시어머니의 잔소리도
고3아들의 히스테리도 글 쓸 생각만 하는 친구에게는 장애물이 되지 않았어.
그렇게 친구는 글쓰기에 온통 정신을 뺏겼는데
더 이상한 일은 말이야. SNS팔로워가 계속 늘어난다는 거야.
글을 쓰기 전에는 뭘 쓸지 몰라 낑낑댔는데
막상 쓰다 보니 이것도 쓰고 싶고 저것도 쓰고 싶어서
어떤 날은 나오는 생각을 받아쓰는 것이 따라가지 못한다고 하더라.
엄마는 신기하다고 말하는 친구에게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했어. 너의 꿈이 분명하고
꿈에 대한 갈망이 있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일이 술술 풀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했지.
처음에는 뜬구름 같은 소리라고 생각하는 눈치였는데
요즘은 엄마말을 믿는 것 같아.
무엇보다 결과가 눈으로 나타나고 있으니 믿지 않을 수가 없지.
그래서 엄마는 오늘 너무 기뻤단다.
엄마의 말이 친구에게 힘이 되고
엄마의 제안이 친구가 가는 길을 바르게 제시한 것 같았거든.
이 정도면 자랑해도 될까? 아침에 눈을 뜨고 노트북을 켜면 제일 먼저
간밤에 친구가 보내온 글을 읽는단다.
고된 농사일을 마치고 돌아와 저녁을 먹고 치우고 난 후
졸린 눈을 비비며 글을 썼을 친구를 생각하면
글을 허투루 읽을 수가 없어.
뭐라도 도움이 되는 댓글을 달고 싶어서 머리를 싸매기도 하지.
그렇게 엄마와 친구는 매일 조금씩 꿈을 향해 가고 있어.
아이야, 너는 어떠니?
너에게도 크고 멋진 꿈이 있겠지?
너에게 온 꿈을 부디 잘 붙잡고 있기를 바라.
완벽해질 때까지 미루는 사람은 평생 출발하지 못한단다.
매일 하나씩 해나가며 작은 성공을 맛보고,
'나는 해내는 사람'이라는 것을 믿고 가는 거야.
핑계를 찾지 않고 어떻게든 하려고 방법을 찾으면서
그렇게 매일 성공하는 삶을 사는 거지. 어때?
멋지지 않니?
일단 엄마도 정신 바짝 차리고 엄마몫을 해내야겠구나.
친구가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니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잖아.
그렇게 엄마는 엄마길을 가고 있어.
그리고 너는 너의 길을 가려무나.
늘 그렇듯 엄마는 너를 믿고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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