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가 거북이한테 진 이유

페이스조절의 중요성

by 레마누

러닝머신을 탈 때 주의할 점은 속도조절이다. 처음에는 속도 5도 빠르게 느껴진다. 얼마쯤 시간이 지나 적응이 되면 욕심이 생긴다. 6으로 올린다. 손잡이를 잡고 걷다 어느 순간 손을 자유롭게 하고 걷고 있다. 기계의 속도에 맞춰 움직이는 발이 상쾌하다. 이쯤에서 또 속도를 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8로 올리고 달린다. 팔을 힘차게 흔들며 뛰는 좋다. 땀이 흐른다. 기분 좋다. 운동을 하면서 힘든데 좋은 게 뭔지를 알게 됐다. 힘들수록 내가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구나 싶다. 몸이 지르는 비명을 즐긴다.


러닝머신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다. 오래전 일이다. 결혼하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자 무료해진 나는 헬스장을 찾았다. 생활비 60만 원으로 한 달을 살고 있던 때라 PT는 엄두도 못 냈다. 동네체육시설에서 러닝머신만 타고 왔다. 운동을 하고 오면 뭐라도 했다는 마음에 잠이 잘 왔다. 점점 욕심이 생겼다.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속도를 올렸다. 얼마 후 나는 기계 위에서 무릎을 꿇었고 내가 넘어지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는 러닝머신 위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일어나려고 했는데 다리가 허공에 떠 있는 것 같았다.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살아간다는 건 인생이라는 러닝머신 위에서 걷고 뛰는 게 아닐까. 시작 버튼을 누른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건 속도조절밖에 없다. 종료할 때까지 삶은 계속 이어진다.


그 안에서 속도를 3으로 할지 8로 할지는 내가 결정해야 한다. 적응기간이 필요하다. 내가 어느 정도로 할 수 있을지 나도 모른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내 옆에서 능숙하게 달리는 레깅스언니도 처음에는 스타트버튼을 못 찾았을지 모른다.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나만 헤매는 게 아니라는 생각. 처음에는 어느 정도 속도가 적당한지 모른다. 그럴 때는 3부터 시작해 본다. 이 정도는 해 볼만하다 생각이 들면 조금씩 속도를 올린다. 공부도 해야 한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참고한다. 혼자서 하는 것 같지만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


발은 무겁고 기계는 지치지 않으니 아래로 끌려내려 갈 것 같은 불안감에 손잡이를 꼭 잡는다. 지금 이 순간을 열심히 걸어야 하기에 다른 사람 신경 쓸 정신이 없다. 눈앞에 있는 풍경만 바라보면 몸이 하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 어느 순간에 손을 떼야하는지 속도를 올려야 할지 몸이 신호를 하면 마음이 알아차린다.


요즘 나는 속도 5로 2분 걷기, 6.5로 2분 걷기, 8로 1분 뛰기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1분 뛰는 게 못 견디게 힘이 들었는데 마음속으로 열까지 세기를 6번 반복하니 뛰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시간은 상대성개념이다. 이 방법으로 4세트를 했다. 다음 주부터는 5세트에 도전할 예정이다.


나만 아는 싸움을 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는 사람과 싸우고 있다.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 힘들다는 마음과 그래도 해야 한다는 마음, 잘하고 있다는 마음이 여름철 장마전선처럼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운동을 계속한다. 힘들어도 그냥 한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한다. 목표도 없고 결과도 생각하지 않는다. 어제보다 하나만 더 하겠다는 마음으로 한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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