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삼시세끼 꼭 먹어야 하는 거죠?

by 레마누

아이는 새벽마다 잠이 깨서 울었다. 아니다 잠이 깨서 우는 게 아니라 잠을 제대로 자 본 적이 없었다. 포대기 안에서 아이는 언제나 제 팔이나 발놀림에 놀라 잠이 깨곤 했다. 어미는 그때마다 아이보다 더 빨리 잠이 깨서는 본능적으로 우는 아이에게 젖을 물렸다.


어미의 젖은 힘없는 아이가 얼굴이 빨개지게 물어도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미는 늘어진 가슴을 손으로 쓸어내리며 젖을 모았고 아이는 목을 늘여 젖을 빨았다. 어미는 젖꼭지가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아 아이를 밀어내고 싶었다. 하지만 제 목 하나 가누지 못하는 아이가 살겠다고 젖에 매달리고 그 작은 손가락 다섯 개를 꼼지락대는 것을 보며 어미는 차마 아이를 내치지 못했다.


그렇게 새벽마다 우는 아이를 안고 어미는 걸었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어미는 그렇게 아이를 안고 걸었다. 아이는 어미에게 안길 때만 잠을 잤다. 잠이 든 것 같아 바닥에 내려놓으면 기가 막히게 알고 깨어 울었다. 젖을 먹을 때는 힘이 없던 아이가 울 때는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입을 크게 벌리고 세상에서 제일 서럽다는 듯이 울었다. 어미는 아이가 울 때마다 같이 울고 싶었다. 아이보다 더 크게 울고 싶었다.


"괜찮아. 괜찮아. 착하지. 우리 아가. 괜찮아. 다 괜찮아."어미는 아이한테 하는 말인지 제게 하는 말인지도 모를 말을 제 입에서 나오는지도 모른 채 중얼거렸다. 어미는 걸으면서 잠을 잤다. 아이는 제 어미가 걸으면서 자는 줄도 모르고 자면서 말을 하는 줄도 모르고 그저 어미 품에 안겨 그렇게 잠을 자곤 했다.



결혼 7년 만에 낳은 아이. 8살이 되도록 20킬로가 안 됐던 아이,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고 밥 먹이는 게 세상에서 제일 힘들었던 아이가 컸다. 나와 나란히 서서 엄마는 왜 그러냐고 말을 한다. 큰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 채 제대로 화도 못 내고 울먹인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어쩔 줄 몰라 쩔쩔맨다.



동생 둘에게 엄마를 뺏긴 후 큰딸은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마음의 병은 몸에 나타났다. 5초에 한 번씩 화장실에 갔고, 손톱을 물어뜯었다. 원형탈모가 생겼다. 하고 싶은 말을 밖으로 쏟아내지 못하고 안으로 삼키는 아이다. 나와는 정반대인 성격이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엄마다. 전적으로 큰 딸을 믿기로 마음먹었다. 그건 억지로 작정해야 되는 일이었다.



내가 바라는 건 그저 아이들이 힘든 일이 있을 때 엄마를 제일 먼저 생각해 주는 것이다. 좋은 일이 생겨도 엄마 얼굴이 떠올랐으면 좋겠다. 종알종알 종달새처럼 엄마와 말을 주고받았으면 한다. 무엇보다 함께 있는 공간이 편안했으면 한다.



여름방학이다. 세 남매와 하루 종일 집에서 부대낀다. 나는 그저 아이들이 계획표에 맞춰 생활하게끔 도와주는 보조자다. 주최는 아이들이다. 맛있는 것 해 주고, 필요한 게 있다고 하면 준비해 준다. 절대 먼저 나서서 뭘 해라고 말하지 않는다. 커 가는 아이들에게 내가 가르쳐줄 건 물을 떠 마시는 방법이지, 떠 먹여 주는 것이 아니다. 그걸 알면서도 답답할 때가 있다.



어제는 큰 딸이 방학숙제로 시를 썼다고 하길래 보여 달라고 했다. 딸은 아무 소리 안 하는 조건을 걸었고, 알았다고 해서 시를 읽었다. 읽는 순간 지적할 게 보였다. 실은 전부 뜯어 치고 싶었다. 입이 달짝거렸다. 큰 딸이 그걸 보더니 엄마, 아무 말도 안 하기로 했잖아요, 한다. 나를 기가 막히게 잘 안다. 아무 말도 안 했잖아. 말하려고 한 것 같은데. 그건 네 생각이고. 그런데 보경아, 그만이요. 저 갑니다.



고쳐줘야 하는데 조금만 손 보면 괜찮은 시가 될 것 같은데 딸이 쿨하게 공책을 낚아채갔다. 나중에 산책이라도 가서 둘만 있을 때 슬그머니 이야기를 꺼내봐야겠다. 엄마가 살짝만 봐줄까? 하고.



돌아서면 밥때가 되고 나는 땀띠로 가득한 목에 알로에를 바르며 밥을 한다.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거나 피아노를 치거나 논다. 그렇게 삼 남매는 나의 그늘 아래서 뒹굴거린다. 언젠가 떠나갈 아이들이라고 생각하면 함께 있는 지금이 좋아서 불평할 겨를이 없다. 실컷 아주 많이 사랑해 줘야지 다짐한다. 물론 다짐이 실천까지 이어지지 못할 때도 있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토끼가 거북이한테 진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