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여름
111년 만의 폭염.
폭력같이 느껴지는 열기, 내 몸에서 나오는 열기마저 짜증이 났다. 가장 짜증이 난 건, 글을 쓸 수가 없다는 것.
사람의 몸과 마음은 이상할 정도로 얽혀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는 무겁고, 온몸에 소금기와 끈적함이 묻어있다. 내 경우는 글은 몸과 마음의 컨디션이 좋아야 나온다. 생체 순환계까지 고장을 일으키는 무더위에 글을 쓸 수가 없었다. 살면서 화들짝 놀란 더위에 우는 소리를 좀 하고 넘어가야겠다. 아마 이 더위가 내 독립의 1등 공신이다. 뒷부분에 자세히 나오겠지만.
‘에어컨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는 더불어 전기세가 올라가는 게 보인다는 엄마 말에 감히 에어컨 틀고 자요. 라는 말을 못 했다. 이번 여름 가장 많이 본 기사는 ‘날씨와 누진세’다. 더운 집에서 엄마와 실랑이 하느니 내가 택한 차선은 커피숍 아래 에어컨 피서하기. 시원한 바람 쫓아 동네의 커피숍을 전전했다. 멍하게도 있다, 책을 읽다, 가끔 노트북을 켜고 작업을 빙자한 멍 때리기를 했다. 가장 기본적인 자고, 일하고, 먹고가 가장 곤욕스러운 일이 되었다. 외출 시 양산, 손수건, 부채 등으로 가방은 무거워졌다. 작년에도 더위 먹어 한약 지어 먹고, PT 끊고 부산을 떨었었다. 작년은 애교였다. 숨 막히는 화기 아래 목을 늘어뜨리는 식물처럼, 나 또한 시들어 갔다.
어젯밤 잠깐 외출을 했다. 지난 주말까지 푹푹 찌고 지하철역 가기 전 이미 땀이 많이 났다. 그러나 말복이 가까워지니 이상하게 견딜만 했다. 이렇게 더 버티면 여름의 끝을 만날 수 있겠다 싶었다. 맑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면 더위에 상한 몸과 마음에 신선함이 깃들리라. 그러면 잠도 달디 자고, 음식을 무조건 차게 먹지 않게 되고, 일에도 집중력이 생길 것이다. 그러면 나는 이 폭염을 주제로 글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sns에 장난으로 더위 때문에 #저승이 보여요 라는 해시태그를 쓰기도 했다. 제발 선선한 바람 불어 #가을이 좋아요. 라는 글을 올릴 수 있기를! 이 무더위를 견디어낸 우리를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