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기다리며, 잠 못 자고

제발

by 강경아

꿈 없는 잠, 눕자마자 잠드는, 아침이 개운한 잠. 밤에도 잠들지 않는 도시에 사는 현대인의 바람일 것이다.

하지불안증이 있다. 잠자리에 들면 발바닥과 종아리가 뜨겁고, 무겁고 기분 나쁜 둔중함이 느껴진다. 다리 밑에 도톰한 쿠션을 받히고 혈액순환에 좋다는 발목 돌리기, 누워서 할 수 있는 체조를 하다 보면 잠이 달아나곤 한다.


이외 나의 수면 조건은 까다롭다. 주변이 시끄러우면 안 되고, 방안에 조그마한 빛도 들어오지 않아야 한다. 낮 1시 이후 커피를 마시면 밤은 없어진다. 잠은 사람의 피곤함을 덜고, 다음날 활동하는 에너지를 준다. 오랜 세월 여러 가지 이유로 수면 질이 낮았다. 가뜩이나 예민한 기질이 더해졌다. 잠을 기다리면서 잠 못 자는 고통을 덜어내 볼까 애쓴다.


목침, 인체공학 베개, 운동은 주 3회로 꾸준히 한다. 낮에 햇볕을 받기 위해 산책이나 외출도 자주 한다. 몸의 자세와 불균형이 문제인 듯해 건강 관련 기사를 보고 실천한다. 백색소음이 도움이 된다 해서 각종 자연의 소리를 듣는다. 이렇게 잠과의 사투를 벌였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핸드폰 의 밝은 화면이 불면의 주범이다.


창을 열면 다른 창으로 이리저리 즐거움과 호기심을 쉽게 충족시켜준다. 그리고 영화나 드라마도 편하게 누워서 볼 수 있다. 눈에 무리 가지만, 낮에 의자 매인 몸으로 쉬면서 할 수 있는 포기 할 수 없는 작은 호사다. 수많은 혜택이 있는 방면 피해도 심각하다. 사람을 계속 현혹한다. 잠이 오다가도 말똥하게 만든다. 자율신경이 다시 활성화되면 잠은 저 멀리, 시간도 저 멀리. 오늘도 손안의 무시무시한 불면 방해꾼을 저 멀리 치우고 잠자리에 드느냐 마느냐 망설인다. 오늘도 나는 잠자리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잠이 오기를 바란다. 그냥 자는 게 최곤지 알면서도. 그러니 핸드폰을 저 멀리 합시다. 다 필요 없어요. 호호.

1000.jpg 가스등

잉그리드 버그만 주연의 영화, 불면증과 신경증인 지병인 상속녀에게 어떤 남자가 접근하고 결혼한다.

부인을 점점 미치게 만들어 재산을 뺏으려는 이야기. 가스등은 여기서 여주인공인 내가 미친건가? 의심을 할때마다 깜빡깜빡 거리는 하나의 장치(클리셰)로 자주 등장한다. 잠을 못 자면 판단력이 흐릿해져 정확한 의심과 경계를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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