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6펜스
낯선 곳에 있다는 느낌, 바로 그러한 느낌 때문에 그들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뭔가 영원한 것을 찾아 멀리 사방을 헤매는 것이 아닐까? ……. 그리하여 그는 여태껏 한 번도 보지 못한 풍경, 여태껏 한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 그들이 죄다 태어날 때부터 낯익었던 풍경과 사람들이었던 것처럼 정착하고 만다. 마침내 그는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달과 6펜스, 서머싯 몸』
사랑이, 우정이 죽을 때까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순수했던 지난날에, 내 마음도 시시때때로 어떤 빛깔로 변화되는 지도 눈치 못 채면서 다른 이의 마음은 굳건하길 바라는 어리석고 순수한 마음.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 같은 생각이 틀렸기를 간절히 바랬다. 그래서 전 생애를 통해 헤맨다.
달과 6펜스의 저 문장을 읽은 순간, 알았다. 내가 무엇을 찾고 있었는지, 무엇을 원했었는지, 왜 내가 살아야 하는지를 머리 아프도록 고민 해야 했는지. 왜 사람들 사이에서도 떠들썩하게 웃고 있다가도 떠날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모든 의문은 책을 내고 나서야 풀렸다. 막연하게 만들고 글을 쓸 당시에는 몰랐었다. 어떤 일에 끝맺음을 못 하고 힘들면 그만두던 내가 끈덕지게 왜 ‘책’이라는 목표에 매달렸는지를 말이다. 막바지 작업 때 잠 못 자고, 살이 5킬로나 빠지면서 ‘책에 매달린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를 분명히 알았다.
내게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책이었다. 그리고 책을 매개로 만난 사람들이 내가 속해야 하는 소속감을 준 곳이다. 자주 만나지 않아도, 몇 마디 나누지 않더라도 그들과 함께할 때 외롭지 않았다. 늘 어딘가에 떠밀려 부유하던 나의 방황이 끝났다. 이제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이 세계’에 정착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