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겪었던 업종 중에 백수가 가장 오래됐고 익숙한 옷이다. 매번 ‘이번 직장에서는 버텨야지 끝까지 다녀야지’( 무슨 끝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짐을 하고는 어느새 사직서를 제출하고 회사 문을 뻥 차고 나왔었다. 이번 퇴사 또한 재작년 10월에 입사해 올해 9월 말에 딱 1년만 채우고 나오게 되었다. 다시 동네에 남아도는 아가씨가 된 것이었다.
과거의 내가 그랬듯이 대책 없이 나오진 않았다. 1년 퇴직금과 그리고 새로운 일을 제안받고 나왔다. 19년에 두 권의 책을 소량 출판한 후 20년도는 한 줄의 글도 제대로 쓰지 않았다. 가끔 입고 해 놓은 책들이 팔려 정산을 받는 등의 일을 빼고선 독립출판 제작자로서의 역할은 미미했다. 그런데 가끔 관련 글들을 블로그에서 읽곤 했다.
어느 날인가 어떤 블로거의 글을 읽는데 하단 파워링크에 독립출판 강좌를 하는 회사를 보게 되었다. 바로 사이트를 클릭해 살펴본 후 강사를 구인하지 않나요? 하고 문의하게 되었다. 담당자에게 내가 쓴 책들을 이력서 화해서 보냈다. 며칠 후 ‘거제시’에서 하는 독립출판 강좌에 강사를 해보지 않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거제라 거리가 조금 문제가 되긴 했지만 ‘하고 싶다.’ 그 이유면 다지 않을까?
집에서 백수로만 있는 건 너무 지루한 일이었다. 회사를 그만둔 지 얼마 안 됐기에 바로 구인을 알아보고 싶지 않았다. 일이 지루해서 그만둔 나이지 않은가? 오랜만에 머리가 아닌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회사에 수락을 하고 강의계획표를 쓰기 시작했다. 어쩌면 나의 처음을 밟는 수강생들에게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강의 준비를 하고 거제로의 짧은 여행을 준비하게 되었다. 다시 동네에 남아도는 아가씨가 되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