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전 두세 달이 팀장님과 팀원과의 밥 정이 듬뿍 든 시간이었듯 싶다. 코로나와 그리고 팀장님이 집밥을 좋아하신다는 이유로 밥값을 아낀다는 이유로 팀원들은 하나둘씩 도시락을 싸왔다. 회사는 11시 반부터 12시 반까지가 점심시간이었다. 아침에 출근해서 2시간 남짓만 일하면 바로 점심시간이었다. 손이 크신 팀장님이 제육쌈밥(쌈 야채 포함), 닭갈비, 각종 장아찌 등을 펼쳐 놓으면 사무실은 바로 한정식 식당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애기 입맛 주임님이 돈가스 같은 걸 가져오면 또 맛있게 먹었다.
우리 부서는 주어진 일만 해내면 되는 부서가 아니라 영업을 해야 하는 부서였다. 회사의 매출이 우리의 어깨에 직원들의 월급이 우리의 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금 퇴사하고 많이 먹고 많이 웃었던 그 시기를 돌이켜 보면 그런 스트레스를 이기기 위한 으쌰 으쌰가 아닐까 싶다. 호흡 좋던 도시락 멤버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된 것은 내가 퇴사하기 두 달 전부터였다. 남자 직원들은 생계를 지탱하기엔 작은 월급이 문제였는지 하나둘씩 퇴사를 했다. 나 또한 하는 일에 대한 스트레스와 앞날에 대한 방향 전환을 희망했기에 퇴사를 희망했다. 그즈음에 거제 강의에 대한 제안을 받고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터였다.
남직원들이 떠나고 남은 사람들끼리의 밥심으로 일하자는 계속되었다. 퇴사하고 제일 많이 생각 나는 시간이었다. 입사 초기 사람 낯설고 일 낯설고 했던 시기에 나는 혼자 밥을 먹으러 다녔다. 그러니 쉽사리 사람들하고 친해질 수 없었고 내가 실수를 해도 잘 무마가 안 되던 시기였다. 자리를 팀원하고 가까이 옮기고 같이 밥을 먹기 시작하면서 팍팍한 회사생활을 견딜 수 있었고 사람들 간에 정이 붙기 시작했다.
우리 팀장님은 눈물 많고 사람을 아끼는 분이었다. 부하직원에 대한 사랑만큼 무거운 도시락 가방을 이고 지고 기꺼이 대중교통으로 다니셨다. 회사를 나가기 전 팀장님은 “좋은 기억만 가져가”라고 말씀하셨다. 회사 생활로 인해 피로하고 안 좋은 기억도 이 한 마디에 녹은 것이다.
나를 위해주고 아껴주는 상사에 대한 기억으로 퇴사를 무사히 잘할 수 있었고 다음 스텝으로 성큼 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보고 싶습니다 팀장님 조금 더 잘돼서 꼭 연락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