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복희씨를 읽고_책 리뷰

이토록 들끓는 노년의 삶이란

by 강경아

이 소설집은 작가 박완서의 단편 소설집이다. 단편이라고 해서 이야기의 깊이가 얇거나 부피가 작은 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씹으면 씹을수록 깊은 맛이 배어 나오는 전통음식과 같다. 실은 나는 박완서의 세계를 그리 잘 알지는 못한다.

40살이 넘어 만개한 작가, 그리고 박근형, 김희애 주연의 단막극 ‘나목’의 원작자라는 것. 사실 나목은 김희애의 앳된 얼굴과 극 중 이름이 경아라는 것에 친밀감을 느끼곤 했다. 박완서는 내게 대중적이라기보다 문학상에 관련된 단편집에서 보는 거리가 느껴지는 작가였다. 그리고 아직은 나에게 멀게만 느껴지는 중년과 말년의 여성의 삶을 꾸준히 그려가는 작가라는 것 사실 가독성이 좋은 칙릿 소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약간의 인내심이 느껴지는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단편집을 두 번째 읽고 있는데 처음 읽었을 때보다 더욱 재미있고 생각하면서 읽은 거 같다. 중년과 노년의 삶에도 우리 젊은이들이 느끼는 욕망의 들끓음, 후회, 연민 같은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들은 때로 사촌 여동생에 대한 소유욕을 드러내거나 옛사랑에 대한 아련한 사랑을 고백하거나 시어머니에 대한 증오를 드러낸다.

그리고 오랜 타국 생활에서 오는 피로를 어머니의 밥 짓은 냄새로 하여금 내려놓고 거저나 마찬가지의 집에서 타박을 당한다거나 아들 내외에 대한 소외감을 촛불 밝힌 식탁으로써 위로하려고도 한다.

'대범한 밥상'에서는 사돈 간의 스캔들로 인해 입이 분주해지고 '친절한 복희 씨'는 힘에 의에 짓밟힌 여인의 복수심을

'그래도 해피엔드'에서는 다수의 힘에 의해 조롱당하는 중년 여인의 서울 나들이가 마지막엔 친절한 택시기사로 의해 좋은 마무리가 되는 것까지 보인다.

이 현명하고 지혜로운 작가는 조곤조곤 중년과 노년의 삶에 대한 따뜻하고도 위악적인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에게 삶은 마냥 슬프지도 그렇다고 환희에 차지 않는다고도 말해준다.


언젠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딱 거기까지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딱 거기까지 말이. 왜냐하면 그 후의 삶이란 몇 번씩 본 책처럼 시시껄렁하고 지루할 거라는 편견 때문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노년이 인생의 겨울이라는 쓸쓸한 생각이다.


언젠가 카운슬러 김형태의 글을 본 적이 있다.

우리 세대란 온갖 신기한 문화적 이기에 놓여있는 존재인데도 늘 괴로운 문제에 휩싸여 있고 늘 소비하지 못해 불만족한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너무도 ‘빨리’에 익숙해져 우리 삶마저 광선검처럼 빛나고 빨라지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단어가 모여 문장이 되고 문장이 모여 글이 된다. 문맥 사이에는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우리의 삶도 이렇게 행간 사이에 있는 보석 같은 의미를 읽어내고 캐는 광부와 같은 심정으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멋이란 겉보기에 번지르하고 남들이 우러러보는 것이 아니니까!


(이 리뷰는 2015. 9월에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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