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story & find a song
TPOF: time 새벽 2시
place 없어진 그 카페 앞
occasion 누군가가 떠올릴 때
feeling 아쉬움.... 후회
커버 이미지 <불빛 1> By 정효천
BGM 추억은 사랑을 닮아 By 박효신
https://www.youtube.com/watch?v=NBRbP_5OyYg
어김없이 계절은 겨울이다
가만히 있어도 몸이 움츠려 오고 누군가의 온기가 절실히 필요한 계절!
커다란 손으로 내 작은 손을 녹여주거나 따뜻한 포옹이 그리워지는 계절 그리하여 연인은 겨울에 시작되고
봄이 되면 자연히 헤어진다는 말도 있는 것일까?
뜨거운 물을 끓여 내 얼그레이 한 잔을 마주한다 홍차의 향에 마음이 녹여지고 어느 겨울날 작은 기억들이
스르르 홍차의 열기와 함께 피어오른다
어떤 일의 시작은 정말 사소하게 시작된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불러내어 만나게 된
사람 카페 통창에 기대어 앉아 있는 그를 못 알아보고 혹시나 밖에서 기다라나 해서 다시 문을 나선다
없다! 그리고 다시 카페 안으로 들어와 그를 찾는다
어떤 얼굴이 눈으로 들어온다 어..... 얼마 전 기억에 노랗게 염색한 머리는 깔끔한 검은색으로 염색돼 있었다
그리고 그의 흰 피부와 너무나 잘 어울려 있던 화이트 터틀넥 스웨터...
황량한 겨울 풍경에서 도드라져 보였던,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그의 모습에 마음속에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이전의 그는 늘 가볍게 떠 있는 모습이었다 공기 중에 톡톡 터지는 청량감 있는 모습
그래서 옆에서 보기에 땅위에 발을 붙이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어떤 사람은 정지 상태고 타인과 사물들은 빠르게 스쳐간다
그리고 한 사람만이 정물 마냥 내 눈에 가득 들어온다는데 그 사람이 그랬다
이미 아는 사람이었지만 앞으로 더 알아가고픈!
'반한다!' 처음으로 반한다의 단어의 의미를 온몸으로 느끼는 날이었다
우리는 몇 달 만에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자리를 옮겼다
첫 만남이 두 번으로 이어지고 다시 세 번이... 자연스레 만남이 이어졌다
우린 가끔 밥을 먹고 술을 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날 보면 항상 밥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빈속으로 집을 나와 늘 나와 밥을 맛나게 먹었다
외모에 민감한 나는 , 그리고 호감 있는 그와 밥 먹기가 곤란했으나 그는 늘 허기져 있는 사람처럼
내 손을 이끌고 식당으로 행했다
내가 다소곳한 여자처럼 고기를 구울 때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고 나를 빤히 바라보던 그 얼굴
많은 시간이 흘러 그 얼굴은 자연스레 잊혔지만, 그때 받았던 내 마음의 울렁거림은 잊을 수가 없다
어느 날인가 신림동에서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근처에 있는 공중전화에서 그에게 전화를 하고
멍하니 거리의 간판을 보고 있는데 그가 나에게 다가왔다 어찌 된 것인지 말쑥한 정장 차림
그와 극장을 향하는데 느껴지는 여자들의 시선 그 뿌듯함 그와 정식으로 사귀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왠지 모르게 자부심이 들었다 그를 좋아하니 그런 사소한 유치함까지도 좋아져 버렸다
어느 날 항상 같이 가던 우리 동네의 아지트에서 다른 날과 같이 똑같이 맥주를 마시다가
그가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치며 내게 자신의 옆자리로 오라 했다
내가 잠시 머뭇거리자 그가 내 자리로 와 나를 끌어당겨 입맞춤을 하였다
정의 내려지지 않은 우리 관계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던 순간이었다
그와 입맞춤을 하던 순간에는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누가 우릴 쳐다보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우리 사이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하는 걱정도 그냥 순간을 몰입해 그에게 빠져들었다!
다른 이에게 유독 추웠던 그 겨울이, 나에겐 천천히 아주 천천히 지나갔으면 하는 계절이었다
추워도 추운지 몰랐던 겨울 내겐 유독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계절
연인.... 아직 연인이라 부르긴 서툴렸고 친구라 하기엔 내 마음의 키는 그를 만난 때마다 커져만 갔다
항상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주던 그의 얼굴, 따뜻했던 그의 손 , 그 손을 잡고
우리집으로 가는 길을 빙빙 돌아 그래도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 골목 이리저리를 빙빙 돌다 도둑키스를 하곤 했다 이 밤이 끝나기 않기를 바라면서
일을 하다가도 그의 생각에 일이 잘 되지 않고, 그가 나와 같은 시간에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하는 그런 생각
내 모든 사이클이 그의 시간에 맞춰져 있던 시간들....
그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었다 잠시 일을 쉬고 곧 시작할 거라고 했다
만나는 동안 일을 쉬고 있음에도 불안감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난 내 감정에 푹 빠져
그를 진심으로 이해하거나 걱정하지 않았다 나 역시도 비정규직을 전전하던 처지였다
그런 현실적인 문제들은 벽장 속에 처박고 핑크빛 감정에만 몰두하고 싶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나는 참으로 어렸다...
좋은 것은 그것이 좋은 지 모르게 정말 자신이 알지 못한 채 빠르게 지나간다
그와의 만남이 우연히 왔듯이 그와의 이별도 어느 날 갑자기 다가왔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탐스런 눈송이가 스르르 내려오다 내 손바닥이 닿자마자 녹아버리듯이....
약속을 해서 만나기로 한 어느 날 그와 연락이 안 되었다 조바심에 맘 졸이다가 친구에게 얘기했다
친구는 널 우습게 안다고 따끔하게 문자를 보내라고 했다
내 생각은 없는 상태로 그를 채근하는 문자를 보냈고... 그의 대답 없음을 원망 하가다 자존심이 상한
나는 그의 연락처를 끝내 삭제했다 내가 혼자 결정하고 , 혼자 그와의 관계를 정리하는 가운데서도
그에게서는 끝내 그 어떤 연락도 오지 않았다
우리는 어떤 정의도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만났다가 어느 날 흔적도 없이 헤어져버렸다
처음 얼마간은 괜찮았다 난 아직 준비된 많은 만남이 예정되어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그를 잃은 것이 후회가 되었다 용기를 내어 전화할 생각을 왜 못했는지
왜 친구의 의견만 듣고 생각 없이 그를 판단했는지....
그가 내게 주었던 느낌 그와의 짧은 시간 속에서 느꼈던 가슴 벅찼던 감정과 추억들
다시는 어떤 누구와도 느껴지지 않는 시간과 감정들이었다
그와 나는 도대체 무엇을 했던 것일까? 둘 사이에 오갔던 것들은 무엇이었던가?
아주 짧은 기억이지만 그 밀도는 강렬했기에 향수의 잔향처럼 아련하게 기억에 남는다....
길을 지나다 그와 내가 항상 앉아있던 카페 창가를 올려다본다 이상하게도 내가 볼 때마다 빈자리이다
그러나 올라가 혼자 앉을 용기는 없다 아직은.....
겨울이 되면 사람들은 두꺼운 터틀넥 스웨터를 꺼내 입는다
그러나 그것은 나 같은 추억이 없는 사람들에게 그냥 겨울에 입는 추위를 막아주는 옷일 뿐일 것이다
얼마 전 그와 처음 만났던 장소를 지나쳤다 이미 많은 시간이 흐른 뒤라 다른 곳으로 바뀌어 있었다
화양연화.... 내 젊은 날의 한순간은 그렇게 지나간 거 같다
사용설명서를 마치며
이번 브런치를 진행하며 5일 동안 하루에 2개씩 글을 쓰기로 스스로에게 약속이자 기한을 줬어요
그렇지 않으면 중간에 아예 손을 놓을 거 같았거든요
전 지구력이 없어요 대신 단기 집중력이 높고 선택적 집중을 하는 편이에요
브런치 북 출간 프로젝트를 소식으로는 알았지만 다른 공모전 준비 때문에
체력적 , 정신적 에너지가 고갈됐기 때문에 욕심이 났었지만 안 해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지난 2월 발행됐던 글에 아직까지도 관심을 가지는 구독자님,
그리고 2월에 제가 얼마나 흠뻑 빠져서 글 쓰는 시간들을 즐겼는지가 새삼 떠올랐아요
그 글을 발행하면서 저는 그저 즐겁고 즐겁고 또 즐거웠어요
물론 많은 구독자를 가지고 있는 작가분들을 보면 의기소침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저는 20대 끝자락 겨우 겨우 용기를 내 여의도의 방송작가교육원에 드라마를 공부하러 들어갔아요
현재 성공을 했다면 지금쯤 어느 드라마 마지막 크레딧에 제 이름이 극본 *** 이렇게 올라갔겠지요
드라마를 한 학기에 두 편 정도 과제물을 내면 지도 선생님과 학우들이 그 대본을
소위 씹고, 즐기고 , 맛보고 물어뜯는 제 대본이 제물이 되는 '합평'이 시작돼요
흔히 말하는 멘탈이 탈탈 털리는 탈곡기의 시간이 시작돼요
저는 1년 반 동안 한 번의 낙오 없이, 계속 다음 학기로 넘어갔어요
아주 잘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못하지는 않는 스토리텔링은 할 줄 아는.....
탈락되는 사람은 다시 같은 학기를 재수강하거나 , 아니면 깨끗이 포기하거나 그래야 해요
제가 그 당시에 들었던 평을 소개한다면
" 3류 사랑과 전쟁에 많이 나왔던 소재 같다! "
마지막 지도 선생님께는
" 넌 드라마를 우습게 아는 것 같다!! "라는 카운터 펀치였어요
제게는 글을 쓰지 말라는 사망선고 같은 일이었었요
이 바닥에서 버티고 또 버티면 흥행작가의 길로 들어서고 돈도 많이 벌 수도 있을 거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위와 같은 평들을 계속 듣다 보니 쪼그라들더군요 그래서 패잔병 같은 심정으로 여의도를 떠났어요
친구들도 옆에서 계속 말렸어요
한참 일할 나이에 꿈 타령이라고요 니 얼굴을 봐봐 온갖 세상 시름 다 짊어진 표정이야! 애 피부 맛 간 것 좀 봐
앞서 쓴 '비관주의자의 행복 찾기'의 에피소드에서 가끔씩 나왔듯이 저는 그렇게 일상에 돌아왔지만
늘 글쓰기라는 온전한 제 나름의 즐거움을 포기하지 못했나 봅니다
작가로서의 명예, 그에 따른 보상들보다 온전한 제 마음 깊은 곳에서의 몰입이 스스로에 대한 가장 큰 보상이라는 생각예요 그래서 저는 지금의 글쓰기에 대한 지금의 제 마음이, 태도가 만족스러워요
오래전에 썼던 글들을 다시금 끄집어내고 글을 다듬으면서 그 마음 하나를 건졌네요
좋아요 전 아주 좋네요
제가 ? 를 물었다면 구독자분들이 ! 라고 답해주신다면 더없이 기쁠 거 같아요
먼 아주 먼 옛날 17년 동안 레미제라블을 썼던 빅토르 위고가 ? 라고 적힌 편지에
출판사가 ! 로 답했던 것처럼요
가을은 마음이 부자인 계절이라네요... 아름다운 그리고 감성적인 몰입의 계절이 되기를 바라며
이만 5'45"매거진을 마칠까 해요
이 글을 읽는 잠시라도 당신에게 쉼이 되기는 바랍니다!
****** F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