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story & find a song
TPOF: time 오후 2시와 4시 사이
place 그 곳
occasion 첫사랑과의 재회
feeling !
BGM Good morning heartache By Laura fygi
https://www.youtube.com/watch?v=rHtExch_Ls4
처음과 끝이 맞닿는 곳
그녀를 처음 안은 곳도 그녀를 마지막으로 안은 곳도 이곳이다
그녀가 몇 년만에 전화를 주었을 때 나는 백화점에서 아내의 짐을 들어주고 있던 차였다
그러니까 아주 간절히 이 의미 없는 이리저리 거니는 것에서 해방된다면 그 누구의 전화 혹은 부름이라도 나는 달려갈 태세였다 그런데 그녀라니 나는 한참 얼떨떨해 있었던 같다 아내의 누구야? 의 질문에 별 거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치며 백화점 복도로 급히 걸어갔다 십수 년 만의 듣은 그녀의 목소리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
그녀는 그곳에서 지금 당장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내에게 카드를 주고서야 나는 택시를 탈 수 있었다
그곳은 학교 앞 주점들 끝에 있던 작은 모텔이었다 모텔이라고 해봐야 거의 쓰러져 가겠지만
간판이 모텔이라고 쓰여 있으니 모텔은 모텔일 것이다
연인들이 흔히 헤어질 때 나누는 집착 악다구니 또 집착의 반복 스토커 이런 거 애당초 없었다
그녀는 이별통보와 동시에 증발해버렸으니까 악착을 떨고 날 버리지 말라고 하고 싶어도 대상이 사라지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녀는 동갑인 나보다 항상 누나 같으면서 배려심이 정말 깊었다
내가 고시에 연이어 세 번이나 떨어질 때도 오히려 내가 눈치를 봐야 할 정도로 담담했었고
비싼 한우를 사주었다 그리고 그날 처음 내게 오럴을 해주었다
나는 너무 감격스러워 그녀를 꼭 안고 극치감에 몸을 떨었다
오히려 그녀와의 관계서 서툰 것은 나였다 어렵사리 그녀와의 첫 데이트를 하던 날 긴장감에 횡설수설하다가 말보다 더 술을 입에 들이부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오전의 햇살이 내 이마를 날카롭게 내리쬐는 모텔방이었다
물론 혼자였다 그녀는 나보다 술이 아주 믿을 수 없으리만큼 세었고 나를 이 모텔에 처음 데려온 것도 그녀였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탁자 위에 고이 개켜져 있던 내 옷가지를 보며 난 울 수도 웃을 수도 없었다
며칠 그녀를 피해 다녔고 어렵게 마주 앉은 커피숍에서 그녀는 알코올에 취해 아무 기억도 , 느낌도 없이 하고 싶지 않아서 나왔다했다 다음에 맨 정신에 해요 존댓말 그 존댓말이 늘 의문이었다
같은 학번이었고 겨우 6개월 먼저 태어났을 뿐었는데 말이다 여학생들 사이에 있는 듯 없는 듯 있었으나 늘 내 시선이 가는 그녀였다
갓 들어온 신입생 특유의 허둥지둥하는 사람들 사이서 그녀는 내 생애에 신입생 시절 따위 없었어요라는 듯 항상 침착했다 그렇다고 그녀가 새침한 공주님과는 아니었다
과대항 체육대회서 그녀는 무려 50인분의 도시락을 싸왔다 그 누구도 시키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또 그 맛이란 나중에 고백하건대 그녀는 나 하나를 먹이려고 나머지 49인분을 밤새 쌌다는 말을 했다
하 이런 여자가 내 여자 친구라니 나는 정말 더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모텔에 가면 들어가느라 정신없는 내 운동화를 다소곳이 놓아주던 것도 그녀다
어느 봄날 그녀 위에 몸을 포개던 날 모텔 창 밖으로 흐드러지던 날리는 벚꽃 아랫사람들이 지나갔었고
나는 그녀 위에 몸을 포개니 너무 포근하고 좋았다 그녀는 단정한 얼굴로 내 가슴의 심장 박동을 듣고
나는 그녀의 머리 내음을 맡고
서로를 향한 조용한 물듬....
친구 녀석들이 이 여자 저 여자 뒤꽁무니 쫓을 때도 나는 늘 그녀 생각만 했다 그래서 믿었다
군 3년도 기다려 주겠거니 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편지와 면회가 뜸해졌고 곧 졸업할 그녀니 바쁠 거라고 생각했다 제대한 후 제일 먼저 한 일은 그녀의 집에 가 기다리기 그리고 전화기에 없는 번호라는 말만 나왔다
친구 놈들의 소식으로는 결혼했다는 말이었다 결혼이라니 생각보다 힘들었다 아니 죽고 싶었다
이러쿵저러쿵 나를 대신해 그녀에 대해 쌍욕을 퍼붓는 친구 놈들을 물리치고
난 녹두거리 어느 주점 앞에서 울면서 토악질을 했다 땀인지 , 눈물인지를 모를 액체들이 내 얼굴을 타고 내렸다
그녀가 객관적으로는 미인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만의 기품이 있는 여자였다 과대항 체육대회에서도 철퍼덕 땅바닥에 엉덩이를 붙이는 여자들 사이서 그녀는 참 조신한 여자였다 물론 호박씨 깐다는 말을 들었지만
이러저러한 상념으로 택시 안에서 나는 옷 매무시를 가다듬었다 정확히 15년 만의 재회였다
어떻게 내 전화번호를 알았으며 또 어떻게 내게 연락할 생각을 했는지 모든 것이 궁금한 것 투성이었으나 그 많은 생각 중에 또렷이 떠오르는 한 가지는 보고 싶다 그 한마디 었나.....
오랜 세월 그녀를 떠올리지 않으려 급한 결혼과 일에만 매진했었는데 나는 마치 대학 신입생으로 돌아간 듯했다 그녀의 전화 한 통으로!
그녀는 잠시 잠깐 빛나던 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했다
중략
모텔 나무 목조 계단을 올라서니 그 삐걱거림이란 내 심장박동에 맞춰 삐걱거리는 게 아닌가? 이게 뭔가?
나는 지금 맞춤 양복을 입고 이니셜이 새겨진 핸드메이드 와이셔츠에
반짝반짝 거리는 커프스단추를 하고..... 가만있자 점심에 고춧가루 있는 음식을 먹지 않았으며
머리숱도 아직 또래보다 풍성하다
손목에는 남자의 성공을 상징하는 명품시계가 있고 구두는 파리가 낙상할 정도로 윤이 난다
이 모든 게 전혀 꿀릴 게 없단 말이다 그런데 마치 그 시절처럼 심장은 사시나무 떨듯 떨린다!
가만히 복도 앞에 있는 거울을 보며 옷 매무새를 살핀다 그 시절과 같이 906호 문을 연다!
샤워실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난다 계절은 그때와 같이 5월이다 창밖에 흐드러진 벚꽃이 만연하다
방의 구조도 그대로다 다만 변한 건 15여 년의 세월과 달라진 우리들 뿐....
도덕적으로, 애인까지 있는 놈이 도덕을 운하는 것이 웃기지만 이런 곳에서 옛사랑을 보는 것이
터무니없니 우습지만 이런 것을 기다려왔나 싶다 그 오랜 세월 동안
하얀 벚꽃을 보다 보니 이런 생각에 빠진다 긴장감에 마른기침을 하고 안절부절하고 있다
쿵쾅거리는 심장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리는 듯하다 제발 그녀에게는 들리지 않기를
아직도 20대의 그 서툰 청년이 내 안에 그대로 인듯하다 문이 열리고 또각또각 구두 소리가 들린다
돌아보니.....그녀.... 나의 그녀가 서 있었다 조금 마모된 것 같았지만 그래서 예전만큼 빛나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서 있었다 나는 조금 얼어붙은 표정으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런데 그녀 창가로 가 서 있더니 담배 케이스서 담배를 꺼내더니 능숙한 손길로 담배를 피워 무는 거 아닌가? 아 그녀 맞는가?
여기서 요즘 애들이 말하는 1차 쇼크 멘붕이 왔다 마치 경험 많은 여선배가 어린 신입생과 섹스 후
현자타임에 빠지며 담배 한 대 피워 무는 시추에이션 같다고나 할 까?
그런데 2차 멘붕은 그때였다
" 너도 한 대 할래? 이건 멘솔이라 시원해
따끔 거리지도 않고"
" 어... 그..럴까?.... " 엉거주춤한 폼으로 그녀 옆으로 다가가니 그녀가 불을 붙여준다
코끝으로 짙은 장미향이 느껴진다 샤넬 넘버 5다 예전에는 엷은 라벤더였는데...... 짙은 장미향이 숨이 막혀 아내가 뿌릴 때마다 손사래를 치던 나였는데 이상하게 그녀의 살 냄새와 섞이니 흥분이 된다
모텔답지 않게 넓은 창 그리고 창 밖으로 오가는 학생들... 벚꽃... 선선한 바람까지
1시간 전까지도 백화점을 누비던 내가 이 공간에 왜 와 있나 이게 실재하는 시간인지 아니면 그녀까지 비현실적으로 느껴져서 괜스레 마른세수로 얼굴을 비벼 봤다 그녀와 나는 2분 30초간 조용히 창가만 바라보면서 담배를 태웠다 아주 오래전부터 스스럼없이 맞담배를 피웠던 것처럼 말이다
- 그때 왜 그랬어!? 10년 동안 꾹꾹 누르고 있던 것이 갑자기 치고 올라왔다
이러려는 것은 아니었는데 겹겹이 갑옷처럼 내 체면이란 이름의 겉치레가 한순간 폭발했다
좀 더 있어 보이게, 좀 더 남자답게 굴고 싶었지만 고급 양복에 고급 시계에 고급 구두를 신었어도
순식간에 난 타임 슬립을 하듯 대학 신입생으로 돌아가 성마른 기분으로 소리치고 말았다
그제야 엷은 종이장 같은 마른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슬며시 베어 들었다
그 장미빛 같은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고 싶어 얼마나 주먹을 구부렸다 폈다 했는가?
한꺼번에 너무 많은 감정이 내면에서부터 솟구쳐 올랐다 내게 이렇게 많은 감정들이 숨어 있었던가?...
나 자신도 의아해 미칠 것 같았다.
-여기 숙박으로 해놨어 오래 있어도 돼
그녀가 웃음을 머금으며 나에게 다가와 내 양복저고리를 벗겨 옷걸이에 걸어두었다
이 방에 들어와 가만히 내 옷이며 속옷까지 개켜 두었던 그때의 그녀의 모습이
지금의 모습으로 겹쳐 보였다
아 눈시울이 괜스레 뜨거워졌다
에스트로겐이 갑자기 폭발적으로 증가했나? 나답지 않은 모습에 거듭 놀라고 있었다
그녀는 잠시 냉장고로 가더니 미리 깎아 놓은 과일과 포도주를 꺼내왔다
-오늘 뭐라고 하고 왔어?
-어 장례식...
-잘 했어 그런데 자고 갈 필요는 없어 씽긋 웃으며 그녀가 말한다
능숙하게 마개를 따고 포도주를 따르는 그녀 나와 다르게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당당해 보였다 하긴 우물쭈물하게 대답하고 정신없어 하는 나와는 달리 그녀는 나에게 있어 진정한 여신이었다 포도주를 촌스럽게 원샷을 하고 나서야 천천히 그리고 탐욕스럽게 그녀를 훑어보고 있었다
체중은 약간 불은 듯 했으나 입고 있는 슬릿 스커트 사이로 살짝 살짝 보이는 다리 라인은 더욱 섹시해 보였다
블라우스는 살갗이 비치는 검정 시스루였는데 걸을 때마다 내게 몸을 기울일 때마다 가슴골이 보일 지경이었다
20대엔 약간 마른 듯했으나 약간의 살로 풍만해져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나는 창가로 걸어가는 그녀를 잡아채 침대로 밀어뜨렸다 얼굴 입술 귀 목덜미를 파고들었고, 그리고 스커트를 걷어올려 사정없이 그녀를 확인하려 했다 그 시절 그녀가 맞는지? 몇 분이 흘렸을까? 내가 하는 대로 가만히 몸을 맡기던 그녀가 내 등을 가만가만 쓰다듬고 토닥였다 그녀와 옷을 입고 겹친 채로 숨을 몰아 쉬고 안정이 돼가자 나는 몸을 일으켜 흐트러졌던 그녀의 상의 단추를 채워줬다
" 미안하다... 너 때문에..... 미칠 거 같아서
나도 모르게 "
"알아 나도 너를 이렇게 도발하고 싶었어.... 어제 헤어졌던 것인 양 너를 불러내고 하루종일 머리에서 발끝까지 이렇게 꾸미고 온 거야
너 하나를 유혹하기 위해 그게 지난 15년간 한 어리석은 일들 중 내가 제일 잘한 일이야
근데 이젠 변했어 이제 알 거 같아
다시는 그때로 돌아갈 수 없음을.... "
그 후 약 2시간 가량 그녀와 머물다 방을 나왔다 그녀는 따로 나가자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재회가 불륜으로 굳어질 거 같다고
섹스? 물론 상상에 맡기겠다
나도 그녀도 그동안 무수한 경험과 여러 상대로 인해 베테랑이 되어 있었다 그녀는 이미 내가 침대에 넘어뜨리기 전 내 눈빛으로부터 욕망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아쉬움도 열정도 냉정도 덜어낸 시간이었다
내가 군대를 가 있는 동안 그녀는 길렀던 머리를 숏컷으로 치고, 학내에서 유명한 날라리가 되었다고 한다 반전 있는 그녀의 변신도 놀랍거니와 특히 더 놀라운 건 자유연애!
말이 좋아 자유 연애지 선후배 남자와 동시에 잠을 자 둘 사이를 철천지 원수로 만들어 놓는다던가 하루도 남자 없이 살 수 없을 정도로 소문이 안 좋았었다 나? 나 때문은 절대 아니었단다
군인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억압되었던 사춘기, 한여름에도 목까지 단추를 잠가야 했고 오후 9시가 넘으면 피멍이 들 정도 회초리를 맞아야 했다
내가 군대 가기 전까지 가면을 쓰고 살았으나 갑자기 이민 결정을 낸 아버지와 어머니를 벗어나자마자 억눌렀던 본능을 그런 식으로 푼 것이다 내가 제대를 했을 때는 도전히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자신이 없고 이미 방탕한 생활에 젖었기에 내게 못 돌아온 것이었단다
그리고 몇 년 후 청순 모드로 의사와 맞선을 본 끝에 호화로운 결혼 생활을 즐겼고 그 남편이 자신보다 훨씬 어리고 애교 있는 애인을 두고 있다는 사실에 미련없이 보냈단다 거액의 위자료를 챙기고 말이다
몇 주 뒤에 부모님이 있는 외국에 나갈 계획인데 이상하게 내가 많이 생각이 났단다
그 많은 남자들 중에 섹스로 치면 제일 서투렸던 나를 만나고 싶었던 이유를 묻자
웃으면서 하는 말이 글쎄 첫 정?... 그녀가 첫섹스라 안 하고 첫 정이라 말한 것이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굿바이 섹스 또한 어땠냐고? 내밀하고 개인인 것이라 말해줄 수 없다
그녀는 첫 만남이나 마지막 만남이나 많은 생각, 감정을 주고 간 놀라운 여인이다
고맙다 그녀여! 왠지 그녀 덕분에 이 지리멸렬한 삶을 얼마간은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Note: 누구나 다 젊음을 지나 어느 시간 속 어쩌면 지루한 한 단면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지금 내 모습은 변질됐지만 한 때 누군가를 생각하고 , 그리워하고 , 설레어하고 그 마음을 준 만큼 받지 못해 가슴 한편이 체한 듯 저려옵니다 잊고 살고 싶지만 봉인됐던 당시의 모습은 때론 보기 싫을 때도 있지만 가끔 그 상자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그 상자야말로 '젊음'이 주는 가장 큰 사치가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습니다 지금 어른의 언저리에 방황하는 이들에게 짧은 위안이 되었다면 다행입니다
젊음 문병란
젊은이는 그 웃음 하나로도
세상을 초록빛으로 바꾼다
헐렁한 바지 속에
알토란 두 개로 버티고 선 모습
그들은 목욕탕에서
장군처럼 당당하게 옷을 벗는다
달은 눈물 흘리는 밤의 여신
작약 순은 뽀조롬히 땅을 뚫고 나오는데
8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
따리 아는 온몸으로 함빡 웃는다
보라! 히말라야 정상도 발아래
젊음은 그 몸뚱이 하나 만으로도
세상을 통째로 흥정을 할 수가 있지
프라타너스 넓은 이파리 아래서도
그들의 꿈은 하늘을 덮고
젊음아! 너의 몸뚱인 황금과 바꿀 수 없는
그 꿈 하나로도 세상을 이기고
슬픔은 축구공처럼 저만큼 날리고
오늘 밤 단 돈 만원으로도
그녀의 입술을 훔칠 수 있다
랄랄랄 휘파람을 씽씽 불 수 있다
[출처] 문병란 - 젊음, 윤준경 - 나 다시 젊음으로 돌아가면 / 족구왕 |작성자 T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