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5" Short story & find a song
TPOF: time AM 4:44
place 침대 위
occasion 잠이 안 와서 뒤척일 때
feeling 짜증.... 그리움
BGM Spell by Marie Dighy
https://www.youtube.com/watch?v=dwQXH_EGWIc
수정은 감았던 두 눈을 뜬다 탁상용 시계를 보니 4:44이라고 되어있다
아 저 망할 놈의 444 배열의 연속
일어나기엔 너무 이르고 다시 잠을 청하기에도 애매한 시간이다
며칠 째 444에 눈을 뜨고 있다 요즘에 일하다가도 시계를 보면 4:44분을 향해 있다
저녁을 먹고 똑같은 패턴의 드라마를 보고 바로 잠들었다
요새는 계속 연이어 자는 사람도 그렇지만 수정처럼 밤 사이 3회 이상 잠을 설치는 사람도
수면 부족이라고 한다 문득 불을 켜본다 살아있는 생물체라고는 수정밖에 없다
괜스레 팔을 한번 휘휘 돌러본다 몇 개의 세대가 살고 있는 이곳 원룸에서 위층 아래층에서
수정처럼 잠을 못 이루고 여러 명의 수정이 이렇게 팔을 휘휘 돌려본다면 꽤 그로테스크한 풍경이 될 듯하다
얼마 전에 수정은 앞집 고지서를 잘못 가져왔다 잘못 가져온 것을 안 것은 이미 그 달의 가스비를 인출시킨 뒤였다 도시가스 측에서는 다시 고지서를 만들어서 보내려면 시일이 걸리고 또 납부 기간이 촉박하니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다 하긴 상담원에게 강짜를 부리기엔 그네들도 먹고살려고 하는 일일 테다
앞집에 고지서와 다시 수정 계좌로 입금하라는 쪽지를 붙였지만 묵묵 부답이었다
수정은 결국 낸 돈을 끌어와 수정의 가스비로 대체했다 그 후에 앞집 남자에게 문자가 왔다
사무적인 통화를 했지만 수정에게는 오랜만에 느끼는 남자의 음성에 더 관심이 갔다
뒤에 사람이 오던가 말던가 본인은 열심히 흡연하며 가던 무심한 앞집 남자였다
봐도 투명인간들처럼 쓱 무시하고 지나치던 사람들이었다
주말 밤이라면 문의 이곳저곳이 닫히고 열리는 소리가 분주하던 공간이었다
수정은 평일엔 일을 하고 주말엔 거의 집에 있었다 외롭다면 외롭고 고요한 나날이었다
독립 초창기엔 사람들을 많이 초대해 술 마시고, 음식 해 먹고
그리고 그 뒤치다꺼리를 했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노동이 되었다
수정의 친구, 가족들은 그네들의 사정 시시콜콜한 뒷애기를 이미 수정이 수십 번 아니
그 이상 들었던 레퍼토리를 내뱉었기 때문에 수정의 귀는 차라니 무중력 같은 고요함을 원했다
필요 이상의 힘을 쓰지 않고 수정의 노동력을 제공해 최소한 의식주에 해당하는 돈
그 정도가 수정이 원하는 최소한이었다 불금이다 해서 금요일 오후부터 넋 놓고 놀러 갈 궁리를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이상한 수정이었다 주말에 백화점이라도 나갈라 치면 반시간도 안돼 머리가 아픈 수정이었다
그래서 식료품도 전화로 배달하는 수정이었다 가끔 오는 배달원이 혼자 사는 수정 어깨너머를 탐색하듯 봐도 속으로는 불쾌할지언정 눈을 내리깔고 무심한 듯 서 있었다
수정의 직장 생활과 혼자만의 생활은 수정이 세운 원칙에 의해 톱니바퀴처럼 잘 움직여지고 있었다
조금의 오류나 문제 될 것은 애초에 매뉴얼에 속하지도 않았다
불필요한 사람, 불필요한 걱정거리, 불필요한 얽힘 철저하게 배재한 탓이니라
가끔 본가가 있는 집에 의무감처럼 수정이 다니러 가도 십수 년을 살았던 집이더 불편해진 그녀였다
독립을 한다고 했을 때도 수정의 아버지는 네가 잘 알아서 하겠지 하는 무신경한 눈빛을 보낼 뿐이었다
수정은 맡은 바 일을 잘하는 직원이었으나, 한 가지 지적을 회사에서 받곤 했다
방긋방긋 잘 웃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전화 목소리가 불친절하다는 것
아직도 구시대적으로 여직원이 사무실의 꽃이라고 생각하는 꼰대들의 생각이었다
수정은 나름 고집이 있는지라 회사에 맞추는 것이싫어 늘 같은 얼굴, 같은 목소리로 내방객이나 전화 업무를 했다 그 외에 하는 경리 업무에서는 실수를 하지 않았으므로 수정이 크게 회사서 내쳐질 일은 없었다
조용하고 잡음 없는 인생 , 굴곡진 인생은 차라리 거부하는 수정이었다
지금의 생활 언제까지 꾸려나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유지하고자 하는 그녀였다
여러 가지 목소리가 뒤섞인 사람들의 소음, 직장에서의 듣기 싫은 농지거리 , 성희롱에 가까운 무례한 언사를 대할 때면 욕지기가 올라오는 수정이었다 혼자만의 완전한 시간은 집에 들어가는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퇴근길에서 듣는 음악이었다 수정의 마음이 그야말로 순해지는 시간
노래의 선율을 흥얼거리거나 가사에 따라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보면
지금 내가 몸을 싣고 있는 것이 버스 인지, 전철인지 집에 가서 해야 할 자질구레한 집안일이나
고지서 납부 , 그리고 머릿속의 껌처럼 남아있는 잡무들 그런 것들은 화이트 암전 되듯이 머릿속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상상 속 세계에서의 수정은 정말 사랑스럽고 애교 있고 늘 사랑받고 즐거워하고 행복해
하고 많이 웃는 그런 여자가 되는 것이다
수정은 어렸을 때부터 참 호기심이 많고 질문이 많은 아이 었다
그러나 수정이 하는 유치 찬란하고 사소한 질문들을 공들여 들어주고 대답해줄 이는 없었다
그래서 수정은 궁금한 것이 있으면 책을 읽고 마음속으로 궁금증을 쌓아갔다
그런 수정을 보고 속 모를 아이, 웃지 않는 아이 , 소극적인 아이라 어른들은 불러왔다
그러나 싫은 건 입을 꾹 다문 채 온몸으로 거부하던 소녀였다
가족 사이에서도 별난 아이, 속을 알 수 없는 아이라 낙인이 찍히자 수정은 애써 변명하지 않았다
이해받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친구를 사귈 때도 그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얘기만 했다
수정이 좋아하는 것들을 얘기해 봤자 수정에게 또 그런 눈빛들을 보낼 것이니까
20대를 남들이 보고 싶어 하는 모습으로 살자니 수정은 너무 답답했다
그래서 시작란 것이 컴퓨터 채팅
말이 통한다 싶으면 실제로 만남을 요청해 왔고 끈적이는 눈빛을 보이면 어떤 핑계를 대고라서라도 피했다
수정은 메마른 슬픔 같은 것이 느껴졌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어디에도속하지 않고 이해받지 못할 것 같다는
공포.... 사랑이라는 아득하고 먼 감정보다 이해의 감정이 더 절실한 수정이었다
그러다 수정은 어떤 남자를 알게 되었다 많은 말을 쏟아내듯 하는 남자가 아니었고
무엇보다 평상시에 수정과 같은 뚱한 표정을 짓는 데칼코마니 같은 남자였다
그 남자가 하는 말은 아무리 사소한 말이라도 집중케 하는 힘이 있었다
그 남자로 하여금 수정은 수다쟁이가 되어 가고 있었다 노래 속에서 상상하던 여자는
그 남자와 함께 있을 때 가끔 튀어나왔다 그 어떤 이야기라도 다 털어놓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그 시간들이 즐거웠다
시내를 3시간을 걷고 도무지 헤어질 수 없어 걷고 또 걷던 종로의 거리를 그 시간들을
수정은 4:44분을 가리키는 탁상용 시계를 보면서 되새김질하고 있었다
그와 헤어진 이후, 흐르지 않고 멈추는 시간 4:44
Note:
새벽 4:44도 오후 4:44분
완전한 오전도 아닌 완전한 오후가 아닌 애매한 회색의 시간이죠
제게는 약간의 생활 징크스라는 것이 있는데 일 할 때도 가끔 잠을 뒤 척일 때 시간을 보면
어김없이 4:44분의 시간이었어요 너무 자주 겹치다 보니 네이버 지식인에 물어볼 정도였죠
그 4시 44분의 시간에 뒤척이다 잠을 깬 사람은 어떤 스토리가 있을까 싶어 나온 소설 예요
지나간 사랑을 생각할까요? 아니면 몇 시간 남지 않은 출근시간을 걱정하며 명료한 의식을 다시 둔하게 만들려 할까요? 가장 휴식을 하고 몸과 마음이 이완되어야 할 수면의 시간 우리의 무의식 속엔 어떤 다양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