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경아 Mar 30. 2022

또, 먹어버렸습니다 & 몸과 옷

모아모아 리뷰_ 책 리뷰1편

책, 드라마, 영화, 유튜브, 물건 후기 등 모든 리뷰를 모아 모아 다룹니다.



오늘의 책 리뷰는 식이장애를 다룬 책과 몸과 옷을 다룬 인터뷰 책의 다른 듯 같은 부분을 가지고 애기해보려 한다. 이 책은 올해 초에 읽었음에도 리뷰가 늦은 이유는 다른 책 보다 더 정성을 들여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상적이면서도 누군가에는 숨기고 싶은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 더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싶었다.

우선 책들의 메인 카피를 살펴보자.






       

또, 먹어버렸습니다저자김윤아출판다른발매2021.01.08.



참다 참다 폭식하는 그 마음_  앞표지
배고픈 게 아니라 마음이 허한 거예요_ 뒤표지

또, 먹어 버렸습니다.

책의 제목 또한 의미심장한데 카피마저 평범치 않다. 책은 식이장애를 가졌던 식이장애 전문 상담사가 임상에서 겪는 다양한 사례를 담담히 소개하고 있다. 책의 처음에 나오는 음식중독 테스트 항목이 있다. 어디에 속하는지 한번 알아보자. 나도 해보니 3~4개의 항목에 든다.



1. 배가 부룬데도 계속 먹고 싶다.


2. 예상했던 것보다 휠씬 많이 먹는다.


3. 배가 터질 듯한 느낌이 들 때까지 먹는다.


4. 자꾸 실패할 만한 규칙들을 세운다.


5. 먹으면서 죄책감을 느낀다.


6. 먹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아서 먹는다.


7. 남들 몰래 숨어서 먹는다.


책의 추천사에 이다혜 씨네 21 기자님의 말을 인용하면 '음식을 대신할 대체재'를 찾아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말을 덧붙어 있다. 나를 잘 달래며 살아가기란 쉽지 않고, 먹는 일은 매일의 과업입니다. 살아 있는 한 멈출 도리가 없는.



몸과 옷저자김지양출판66100PRESS발매2021.08.05.


바로 이 89명의 인터뷰어 중 한 명 이 나다.


플러스 사이즈가 되면서부터 나는 오프라인 매장보다는 온라인 매장을 많이 찾았고 디자인이나 보기 좋은 옷보다는 내 몸에 맞는가? 안 맞는가? 하는 기준 아래서 옷을 쇼핑했었다. 그러다 66100을 알게 되었고 이곳 대표님이 이런 인터뷰를 진행한 데서 참여하고 싶었다. 아마도 몸에 대한 인식이나 편견 속에서 스스로 자유로워지고 싶었던 게 가장 큰 이유에서였다.


처음부터 살이 찐 것은 아니었다. 어느 날 김치의 맛을 알게 되고 식탐이 많아졌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살쪘다기보다는 통통하다 그 정도의 평가를 받았다. 문제는 성인으로 진입하기 시작해서였다.




입시 취업이 문제였다. 거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하고 다음 단계를 차근차근 밟지 못했던 나는 집에서 오래 생활하였다. 활동을 안 하고 집에서 밥만 먹고 있자니 차근차근 살이 붙었다. 그러나 20대에는 외모가 민감할 시기라 몇 달을 고생하고 절식해서  번째 사진 근사치까지 왔으나 하루에 6시간 운동을 줄이니 다시 살은 돌아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한번 지방 세포가 커지면 그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 때문에 살이 다시 찌기 쉽다는 거였다.


또한 우울 증세가 있어 신경정신과 약을 장복을 했으니 그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얼마 전 이 약에 대한 부작용에 대해 문의를 해보니 젊을 때와 나이 들 때의 체중은 당연히 달라질 수도 있다고 한다. 결국 나의 몫이구나 싶었다ㅠㅠ



몸과 옷에서의 책 소개를 보면 외모 강박 스트레스 원인을 보면 부모 혹은 엄마에게서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 또한 이쁘장한 얼굴에 원래 살이 찌지 않았으니 부모의 타박이 심했었다. 지금은 어느 정도 눙치고 농담으로 넘기지만 예전 젊었을 때는 좀 스트레스가 심했다. 그리고 음식으로 만족감을 느끼려는 경우가 현실에 만족이 안 될 때라는데 맞는 말이다. 예전에 김치로 입맛을 얻은 후로는 웬만한 일에도 입맛을 잃은 적이 없었다. 그게 스스로에 대한 케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맞벌이는 하는 엄마가 없으므로 스스로 알아서 챙겨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고어른이 되어서는 보상 심리로 스스로를 열심히 먹였다.





한때는 음식중독이 심해서 목에 음식이 차오를 때까지 먹은 적도 있었다. 아마 포물선을 그리면서 변기를 붙잡기도 전에 음식물이 목구멍에서 터져 나오는 모습을 본 사람은 식이장애를 가진 사람밖에 없을 거다. 토한 후에  '다시는 이러지 말아야지' 다짐을 했다. 그것은 음식으로 몸을 보하는 행위가 아닌 음식으로 자신을 해치는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음식으로 대체하는 다른 행동을 많이 교정하려고 노력했다. 자주 걸으려고 노력했고 직접 요리해서 먹는 즐거움을 느끼곤 한다. 아무래도 직접 도마질을 하고 음식을 하면서 정성이 들어간 음식은 허겁지겁 먹으려 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음식을 먹는 건 분명 행복한 일이다. 다만 중독이 되거나 다른 욕구불만에서 오는 보상에서는 안된다.

오늘도 또 먹어서 죄책감을 느낀 당신이나 몸에 대한 시선으로 괴로운 당신에게


" 또, 먹어버렸습니다" 와 " 몸과 옷" 추천한다.



(아래는 몸에 대한 소재로 쓴 짧은 단편입니다)






매일 슈퍼에서 마주친 그녀



몰래 그녀를 훔쳐보기 시작한 건 몇 달 전부터다. 아니 관심 밖 타인이었던 그녀가 내 관심 범위로 들어온 건 몇 달이 채 안 된 것으로 보아야겠다. 날이 좀 더워지기 시작한 5월 초. 입이 심심해진 차에 슈퍼로 향하던 나의 눈에 그녀가 들어왔다. 절뚝이는 걸음걸이, 어깨에 옷걸이를 걸어놓은 듯 그 아래로 부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몸, 그리고 덩어리진 몸뚱이, 왜 늘어뜨리는지는 이유를 알 수 없는 흘려 내리는 윤기 없는 머리카락. 그녀였다!



오후 이맘때면 마주치는 내 관심 대상이자 호기심 대상. 그녀는 아이스크림 상자로 가더니 신중하게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난 옆으로 지나치면서 흘깃 볼 뿐이었다. 그런 부류의 사람들은 타인의 눈빛에 매우 민감하다. 그녀가 음식물을 집어 들 때면 드는 생각이 있다. 그녀에게는 자각이 없을까? 저 군것질거리를 집어 들 때면 자신의 몸을 더욱이 비대하게 해줄 거란 생각 말이다. 그녀는 디스크 수술을 하지 않았나. 잦은 군것질은 독이 될 텐데.



그녀에게 자제심은 수증기가 날아가듯 증발해 버린 듯하다. 어찌 디스크 수술을 했는지, 나이가 얼추 얼마나 되는지는 동네 소식통인 엄마를 통해 알게 되었다. 사실 한국 사람들의 호기심과 타인에 대한 공경심이란 혀를 내 두를 정도가 아닌가? 실은 나 또한 평균을 훨씬 웃도는 몸무게를 가지고 있다.



내가 자제심을 잃어버린 듯싶으면 엄마가 항상 들먹이는 사람이 그녀다. 비만이 되면 저렇게 된다는 식의 경각심 말이다. 엄마의 경고에 중독되어 버렸는지 그녀를 떠올릴 때마다 식욕이 뚝 떨어졌다. 사실 그녀에게 관심 없었다. 그녀에게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다는 건 애써 눈 감았던 내 몸을 보는 것이므로.




어느 날은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고 날 지나갔고, 어느 날은 닭꼬치를 들고 지나치는 타인일 뿐이었다. 나는 그녀 정도는 아니지 않은가? 하면서 그녀의 존재를 애써 무시하곤 했다. 그러나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그녀가 예사롭지 않았고, ' 저럼 안 되는데 ' 하고 마음속으로 탄식에 가까운 신음을 뱉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 닭꼬치가 얼마나 그녀 몸에 또 지대한 공로를 들일까? 가족도 아니면서 걱정을 했다. 나 하나도 간수 못 하는 주제에 말이다.



사람은 참으로 간사한 동물이 아닐 수 없다. 나보다 더한 사람을 보면 왠지 모르게 나의 불행이 조금은 작아지는 듯한 착각이 든다. 그녀를 보며 내 행복지수를 올라가고, 먹는 행위에 대한 죄책감이 낮아졌다. 이미 복부 지방률이 위험수위에 도달했음에도 나보다 거대한 그녀를 보면 안심되는 것이다. 이 망할 안심 주의란? 그녀에 대한 새로운 소식도 알게 되었다.




기계에 올라가면 진동으로 살을 빼준다는 기계 방이 들어섰는데 그녀가 매일 1시간씩 그런 식으로 운동을 한단다. 그녀는 무릎이 아파서 심한 운동을 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어찌해서 아까 아이스크림을 먹었을까 또 자제심이 하늘로 날아가 버린 것일까? 내가 어제 먹은 아이스크림은 180cal, 오늘 점심인 오징어 짬뽕라면 칼로리는 520cal였다. 그녀와 더불어 나의 자제심 또한 지금쯤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떠돌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내가 그녀보단 자제심이 있다는 건 알고 있다.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고 그녀처럼 줄기차게 군것질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녀보다 낫다는걸. 내가 좋아하는 군것질은 짠맛 아니면 단맛, 그중에서도 설탕 중독이라 볼 수 있다. 초콜릿 집착이 심하다. 최근에 나온 초콜릿은 이미 다 섭렵했고 요즘은 땅콩으로 버무린 허쉬에 올인하고 있다. 배가 허하고 입에서 침이 고이면 허쉬 초콜릿이 보름달처럼 머릿속에 ‘ 두둥 ’하고 떠오른다. 아까 그녀와 마주친 슈퍼가 요즘 거의 내가 들리는 슈퍼다. 초콜릿 종류가 가지런히 정돈돼 있을 뿐 아니라 그 슈퍼만이 허쉬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녀는 무슨 아이스크림을 집어 들었을까? 물론 길거리에서 성급하게 먹지 않았을 테지. 나라면 집에 가서 먹었을 것이다. 난 눈치라도 있으니깐! 한번 엄마를 따라 그녀 집에 가 본 적이 있다. 그녀의 엄마는 딸에 대한 근심 때문인지 몰라도 자주 아프다. 그녀는 지금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일을 해본 적이 없다 들었다. 그 기분 십분 이해할 것 같다. 아무것도 안 하는데, 아니 못하는데 시간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넘쳐나고, 마음은 아니 속은 허하다. 그런데 손에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이때 쉽게 공허감을 채울 수 있는 건 바로 배속을 채우는 일이다. 마음속 허기는 마음만 채우면 되는 것인데 살까지 채우니 문제란 것이다. 허기란 갈증 아닐까? 인간은 하고 싶다의 동물이다. 누구나 하고 싶다는 마음을 동력 삼아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마음을 아예 드러낼 수도 없는 환경에 처했을 때, 얼마나 괴로울지는 쉽게 가늠이 된다. 그런 상황에 처하면 심한 갈증이 난다.



그녀의 이유는 무엇일까? 취업, 남자, 자아 성취. 실체가 무엇이든 그녀가 타인의 이상한 호기심 대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다리도 빨리 낫고 체중도 정상으로 내려갔으면 좋겠다. 그런데 나는 왜 점점 비대해져 갈까? 이러다간 나 또한 타인의 호기심 대상이 되지 않을까 하고 쓴웃음이 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