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끝은 꼬리처럼 긴 여운을 남긴다

너는 나를 채웠고 나의 존재를 세차게 흔들었다

by 강경아


여기 숨 죽여 울고 있는 소년이 있다. 못내 잊지 못하고 평생을 가슴에 새길 상처를 방금 받았다. 그 연인을 다시 볼 수 있을지 아니면 이대로 끝인지 가늠이 안 된다. 지루했던 여름을 황금빛 공기로 물들인 너! 너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린다. 자꾸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마음이 여러 갈래로 찢어진다. 너를 만난 처음부터 너를 잃은 그 순간까지 그리고 서로 이름을 바꿔 부르던 그 순간까지. 너는 나를 채웠고 나의 존재를 세차게 흔들었다. Call me by your name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마지막을 보고 느낀 점을 적어봤다. 동성애에 대한 나의 생각은 이 영화를 보고 난 후와 그 이후로 나뉜다. 사랑에 대한 보편의 파장에 대해 자연스럽게 설득이 됐다. 그것이 이성애든 동성애든. 영화는 만남 호기심 서로에게 빠져들고 충만해지고 예기치 않게 이별하는 과정을 한 소년의 성장과 더불어 사랑의 행간에 대해서 지켜보게끔 만든다.마치 한 여름의 눈부신 빛이 가을로 접어들어 사그라들 때까지 아름다운 첫사랑의 날카로움을 이탈리아의 다채로운 자연과 함께 황금빛으로 그리고 있다.



나 또한 누군가를 잃었을 때 그 슬픔에 못 이겨 펑펑 눈물을 흘린 적이 있었다. 지금보다 많이 어렸고 서투르지만 현재보다 용기가 있었다. 몇 시간을 소리 내어 울고 코가 벌겋게 부풀 때까지 운 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아무리 옆에 있었던 여동생이 나의 어깨를 가만가만 두드려 주어도 진정이 안 되었다. 몇 시간을 지치지도 않고 흉한 얼굴로 울었다. 그땐 스스로가 한심하다고 생각했지만 늘 연애가 '성공'으로 끝나진 않는다. 오히려 이렇게 마음을 쏟아 부었기에 홀가분하게 그 사람을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나의 인생에서 사라져도 사랑의 끝은 꼬리처럼 긴 여운을 남긴다.


바로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나의 모습을 아련하게 만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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