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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경아 Jan 05. 2023

하릴없이 시간을 흘려보내야 할 때

네 걸렸습니다. 코ᆞ로ᆞ나 (집콕일기)

네 걸렸습니다. 코ᆞ로 ᆞ나


확진 2일 차, 잠을 못 자 컨디션은 바닥이고 목이 많이 붓고 아프다.


지난 월요일 체기가 있어 몸이 불편했고 동료가 가스활명수를 챙겨다 줘서 내려앉았나 싶던 찰나

무거운 두통이 머리를 짓누르고 종아리에 무거운 쌀 포대를 진 것 마냥 다리가 무거웠다. 또 타이레놀을 구해먹었으나 여전히 컨디션은 바닥...


이전에 코로나에 걸렸던 동료의 조언대로 다음날 바로 병원에 가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2줄 양성이었다. 작년 여름 온 가족이 걸렸어도 살아남은 나였는데 이런 제길~~~!

" 양성입니다! 우선 보건소에 신고를... "  직접 검사를 해주신 의사 선생님의 말을 잠시 의심했다

그럴 리가 없는 데가.... 그럴 리가 있다로 생각이 전환되는 데 순식간이었다.

강남으로 출퇴근을 하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 일하지 않는가? 그전에는 거의 집에만 있어서 걸릴 가능성이 낮았던 것이지 언제 걸려도 이상할 거 없는 환경에 있지 않았는가?


같이 일하는 동료도 그저 일하다가 코로나에 감염됐다고 했다. 이런 이런



처음엔 무급이어도 쉬는 게 좋았다. 안 그래도 지난주부터 일이 힘에 부치고 무언가 연말에 이고 온 짐을 아직 양 어깨에 주렁주렁 맨 기분이었다. 그리고 고질적인 통증 왼쪽 견갑골 안쪽 근육이 계속 쿡쿡 쑤시는 느낌을 받았다. 주변에 알릴 사람에게 알리고 약속을 조율하고 가끔 회사일로 회사 사람들과 카톡을 하지만

끙... 시간이 안 간다.


진짜 후각이 둔해진다고 했지만 이럴 줄은... 가끔 잠을 잘 자려고 오일 향수를 손목 안쪽에 바르는데 코로나 3일 차인 지금은 코가 막혀 냄새가 나지 않는다. 어떤 이는 목을 사포로 문지르는 기분이라지만 내 주요 증상은 첫날에 훑고 지나간 듯하다. 두통과 근육통을 센스 있는 동료덕에 타이레놀 2알을 먹고 당일은 잠을 정말 잘 잤기 때문이다.


그 후로 내 코로나 주 증상은 콱 잠긴 아저씨 목소리, 약간의 가래, 그리고 불면증이었다. 여동생이 이번 기회에 밀린 책과 드라마를 보라고 했지만 사실 모두가 다 알다시피 그런 여흥은 일을 하고 시간을 아껴서 짬짬이 봐야 더 재밌단 말이다. 남아도는 시간에 보는 드라마와 영화는 마치 다큐처럼 심각하고 입안의 모래처럼 수분기가 없이 깔깔하다.


그나마 나은 쪽이 책인데 실은 알라딘으로 배송받았지만 제목과 목차만 살펴보고 다시 집어넣었다. 그렇다. 호기심과 흥미 또한 평상시의 1/5로 줄은 듯하다. 나의 코로나 해제일은 9일 0시 그때까지 나는 무엇을 하며 보낸다 말인가?...


이렇게 침대 사진을 도배한 것은 나와 가장 가까운 물체라서다. 생명체(가족)들은 다 나를 피한다. 내가 마스크 쓰고 나갈라 치면 빨리 들어가라고 성화다. ㅠㅠ 이런 서운쓰 ㅠㅠ

그렇다면 코로나 역병은 왜 우리 인생에 왔는가?


어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작년 다이어리를 보면서 끊임없이 열심히 달렸다는 생각, 특히 리프레쉬를 하려고 떠났던 여행까지 나는 열심히 열과 성을 다해 디테일하게 준비에 준비를 했었고 비용을 대기 위해 빚까지 내었다. 마음의 부담을 덜기 위한 여행이었는데 부담에 부담을 묻고 더블로 간 셈이었다. 그래서 그 작년의 부채들은 올해의 몫이었다.


내가 신년에 이렇게 몸져(실제로 몸져누울 정도는 아니다, 남들에 비해 30% 정도) 눕게 된 거는 pause time이 필요해서 아닐까 싶은... 호기심도 집중력도 낮아진 상태에서 모든 것이 일시 정지 됐을 때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이거였다.


' 이 시간들이  적절하게 필요한 시간였겠구나 ' 하는


아니면 작년, 나의 행보와 성과가 나쁘지 않았기에 나는 이번 연도 동일하게 행동했을 거다.  작년이 수축했건 해였다면 이번 년은 이완을 해야 한다. 그래야 더 이상 과부하가 나지 않고 작년을 보완할 수 있기에


카톡 상태 메시지에 '행운보다는 행복'이라고 적어 놨다. 행복은 자주 느껴야 만족감이 커진다. 행복하려면 무엇을 조심해야 할까? 열심히 일하는 것도 좋지만 나와의 좋은 시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좋은 시간을 자주 갖고 그 빈도를 늘여야 한다.


그렇다면 코로나 역병은 왜 우리 인생에 왔을까라는 질문을 왜 내 인생에 왔을까? 에 대입해 보니

행간이 있는 삶을 살라고 강제 휴식을 준 거 같다.


아직 무엇을 해야 행운보다 행복의 빈도를 늘려가는 삶을 살지 정확히는 알지 못한다. 우리는 아직 행복은 물질에 달려있다고 주입을 받은 슬픈 세대이기에.


다만 분명한 것은 이렇게 쉬어가는 구간이 있으니 앞으로의 삶은 이완될 거라는 것이다.

참 누군가 나에게 그렇게 심심하면 '글로리'를 권할 수는 있지만 난 유미의 세포들을 볼 예정이다.

요즘 지나간 드라마도 놓친 것도 많고 재밌더라.


모르겠다, 이렇게 브런치에 주절주절 하는 것만으로 시간이 훨씬 잘 간다. 나와 같이 코로나에 걸린 많은 분들 많이 아프시겠지만 이 시간을 잘 녹여서 건강한 생활로 돌아갈 때 도움이 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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